줄거리
1막
금지와 혜정이 쇼파에 앉아서 곧 결혼하게 될 금지의 혼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금 있다가 어머니 유여사와 도현이 대화에 끼이게 되고 집 문제와 부모님 봉양 문제가 거론되자, 금지와 도현이 말다툼을 한다. 할 수 없이 유여사는 아들 내외를 집으로 돌려 보낸다. 잠시 후, 술에 취한 아버지 석운이 집으로 들어온다. 그는 젊은 날을 연극에 모두 바친 사람이다. 석운은 최사장이 자기의 연극 활동을 적극 후원해 주겠다고 했다면서 흥분해 한다. 석운은 담배를 물고 최사장과의 술자리를 회상한다. 최사장이 그의 연극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회사에서 그를 쫓아내는데 대한 임시 방편적 미안함의 표현이다.
2막
유여사가 금지와 함께 혼수 예단을 장만하러 외출하려고 내실에서 나온다. 유여사는 석운과 함께 집을 팔자는 것과 아들 내외에게 얹혀 살지 말자는 것을 의논한다. 그러다 두 사람은 옛날 젊었을 때의 회상을 하면서 추억에 잠긴다. 금지가 2층에서 내려오자 유여사와 금지는 집을 나간다. 창을 향해 서 있던 석운은 연극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현실로 돌아온 석운이 술을 마시고 있을 때 그의 연극할 때 친구들인 훈삼과 윤식이 집을 방문한다. 그들은 예전 연극하던 때를 떠올리며 추억에 젖는다. 석운은 그들에게 다시 한번 연극할 것을 제안하면서 자신이 최사장의 회사에서 쫓겨났다는 것도 말한다.
3막
금지의 함이 들어오는 날이다. 그 자리에서 아버지가 연극한다는 것을 안 도현은 못마땅해 한다. 그러면서 자기 어렸을 때의 아버지의 직업이 연출가라서 창피했던 기억을 들려준다. 그때 사위 될 서원빈이 집에 찾아온다. 어머니는 원빈을 앞에 앉히고 여자는 적당히 누르고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당부한다. 차 멎는 소리가 들리고 김부장이 집으로 들어온다. 김부장은 최사장 심부름으로 축의금과 퇴직 위로금을 내놓지만 유여사는 이를 거절하고 김부장을 돌려 보낸다. 그리고 얘들을 불러 아버지가 연극만 하고 사실거라고 말한다. 이때 함진애비 일행의 소리가 들려온다. 밖에 나가보니 보이는 것은 술에 취한 아버지의 모습이다. 아버지는 함진애비와 함께 골목으로 들어온 것이다.
4막
한달 쯤 지났다. 유여사는 대본을 찾으려고 집안을 뒤지고 있다. 그때 복덕방에서 중도금이 됐다는 연락이 온다. 석운은 중도금 천오백만원 중 천만원을 아들에게 줄 것을 말한다. 유여사는 만약을 위해 조금 남기자고 주장하다가 남편의 말을 듣기로 한다. 쓸쓸하게 쳐다보던 둘은 두 사람만의 인생을 펼칠 것을 다짐한다.
5막
이사 날짜가 며칠 남지 않아 도현 내외와 금지 내외가 집에 온다. 그들은 아버지의 연극과 건강 얘기에 열을 올린다. 도현은 아버지는 위선자이고 어머니는 아버지에 속아서 희생 당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 얘기를 듣고 유여사 2층에서 내려와 그런 건방진 오해하지 말라고 하고 2층으로 올라가 버린다. 유여사가 2층에서 다시 내려왔을 때 초인종소리가 들리고 석운이 집으로 들어온다. 석운은 술을 찾고 사위 원빈과 같이 술을 마신다. 도현은 석운의 잔에 술을 따르면서 어렸을 때 아버지에 대한 부끄러움과 아버지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원망의 감정들을 털어 놓는다. 이 얘기를 듣고 아버지는 도현과 술을 할 것을 원한다. 석운이 술을 마시려다 가슴의 통증을 느끼고 괴로워 한다. 유여사는 석운을 부축하고 따뜻하게 감싼다. 친구들도 모두 최사장 밑으로 떠나고 이제 남은 사람은 석운 혼자 뿐이다. 석운은 창 쪽을 향해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
장석운은 젊은 시절, 연극계의 명 연출가로서 명성을 날렸다. 석운에게는 최종문이라는 절친한 친구가 있어서, 석운이 매공연때마다 최종문을 주연으로 발탁하여 인기배우로 만든다. 최종문은 연기력을 인정받자, 영화와 TV에 두각을 나타내어 많은 돈을 벌게 되고, 몇개의 계열회사를 거느리는 회사의 사장이 된다. 한편, 연극계의 불황-침체로 생계가 막연했던 석운은 최종문의 도움으로 그의 회사에 말단 사원으로 취직한다. 가족의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최종문의 회사에 다니며, 적성에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고 살지만, 무대를 향한 그의 집념은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부인 유여사는 외유내강한 성격으로서 연기자 출신이며, 석운과는 연애 결혼하여 슬하에 아들 딸을 두고 있다. 노상 아버지와 대립하는 아들 도현. 아버지를 이해하고 감싸려는 딸 금지. 아뭏든 여러 가닥으로 갈등이 많은 가정이지만, 표면상으로는 일단 평화롭고 단란해 보인다. 어느날 석운은 최종문으로부터 권고 사직을 당한다. 한창 연출가로서 대성할 시기에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석운의 정신세계를 갈취하던 최종문은 나이 많은 석운이 이제 필요없어진 것이다. 석운은 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지만, 일단 가족들에게 슬픔을 주지않기 위해서 거짓 출근과 거짓 웃음으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딸 금지가 결혼을 하게 된다. 이때 회사로부터 위로금 및 축의금 형식으로 소액을 보내 오면서 석운이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족들이 알게된다. 노상 아버지와 대립만을 해오던 아들 도현도 비로소 늙은 아버지의 아픈 사정을 깨닫고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멋모르고, 퇴근해서 돌아오는 양, 들어서는 석운과 석운의 너스레에 가슴 아파지는 가족들, 모든 걸 체념하게 된 석운은 새로운 희망이 솟는다. 그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릴 수 있는 힘. 그 힘의 근원을 찾은 것이다. 그것은 꿈에서 조차 잊지 못하던
단 한편의 연극연출이었다.
60년대말, 동아일보 장막희곡 공모에서 로등단, 수편의 단막극 정도로 작품활동이 부진했던 극작가 조성현이 실로 오랫만에 내놓은, 감동적인 스토리의 신작을 중진 전세권이 무대 위에 형상화했다. 사실주의 연극의 전통을 지키며 우리나라 연극사의 대들보역을 담당해온 극단 신협이 백스물한번째로 펼쳐보이는 정통 리얼리즘의 무대.
(작가의 말)//조성현
69년도 동아일보 장막희곡 공모에서 졸작, 로 문단출세를 한 이후, 어느새 2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다. 워낙 뒤지는 재주에, 천성까지 게을러서 변변하게 내보일만한 작품 한편 제대로 짓지 못하고 살았는데, 이런 나에게, 그래도 기대를 걸고 극을 써달라는 극단들이 있으니 참으로 민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얼마전까지 '문화정보'라는 제호의 잡지편집일을 맡아 했었는데, 늘 극장소식을 접수하고 살면서도 정작 극장을 찾아가 극장주변의 연극친구들을 새로 사귀는 기회를 만들어 가지지 못했다. 그러니 요즘 한창 활약하는 저 열심한 이십대, 삼십대의 젊은 연극인들이 나를 알 리가 없다. 그들이 갖는 청년의 활기를 내심 부러워하면서 짐짓 내 쪽에서 얼마쯤 다가가 보기도 하지만, 그것도 끈기 문제, 참을성 문제다. 제풀에 내가 지친다. 부럽던 그들의 그 활기가 왠지 객기로 읽히니, 참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운명적으로 나만 심심하다. 심심하고 서운해서 이번에, 되는대로 한 편을 써서 뎐졌는데 이걸 신협이 받았다. 역시 좀 노티가 나는 극단이 내겐 편안한 짝인가 보다. 정성껏 계산된 구성이 아니어서 극본의 허술함이 이만저만 아닌데, 그래도 마침내 막이 오르게 된다니 신통하다는 느낌이다. 모두가 신협의 열심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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