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베르꼬르 '바다의 침묵'

clint 2015. 11. 24. 23:07

 

 

 

 

 

 

이 작품은 발표 즉시 타이프라이터, 등사기 혹은 연필로 복제되어 프랑스 각 지방으로 불길처럼 번져 나갔고, 바다 건너 영국에까지 전해져 폭탄과도 같은 충격을 던져 주었으며, 아직도 프랑스의 고귀한 정신이 살아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것은 영국에서 『침묵의 노트』라는 제목으로 제출판되었고, 곧 스위스, 스페인, 포르투갈, 알제리, 아랍어로 번역되어 수백만 부가 판매되었다. 한편 1949년에는 J. P. Melville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나치 점령 하의 프랑스. 그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프랑스인의 자존심을 말하는 건가? 아니면 선하고, 예술적인 감성이 충만한 나치 장교와, 그에게 철저히 침묵하는 한 프랑스 노인과 여조카의 좁혀질 수 없는 거리를 말하는 건지. ……어렵다. 간단한 스토리지만, 이리저리 생각해 볼 내용들이 많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나치 장교가 자신의 꿈과 희망이 철저히 무너짐을 깨닫고 최전선으로 지원해 떠나는 마지막 순간. "그는 자신이 지옥으로 간다고 말한다", 그 순간이 처절하리 만큼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에게 완벽하게 침묵했던 여조카는 그가 마지막 인사를 건네자
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말을 건넨다. '안녕'이라는 말. 그 한마디.

 

 

 

독일군 장교 베르너는 마치 프랑스를 멀리 있는 공주를 사랑하듯 사랑하는 인물이었고 2차 대전을 통해서 프랑스와 독일이 사랑하는 남녀처럼 숭고하게 결합될 거라 믿었던 독특한 나찌 장교였다. 나찌가 프랑스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장교의 한숨. 아군과 적군을 떠나서 인간과 인간이 영혼을 통해 예술을 통해 만나는 모습이 이 작품 속에 그려져 있다. 그런 침묵속에 나찌의 잔인성을 잔잔히 표현하고있다.

 

 

 

바다의 침묵’에서 베르코르는 프랑스에 유화정책을 쓰는 듯이 보이는 나치의 의도를 폭로하는 한편, 따뜻한 인간애를 가지면서도 굴하지 않는 프랑스의 정신을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문학적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느낌을 준다. 독일인 장교와 프랑스인 조카딸의 태도, 표정, 손짓, 움직임 등의 묘사를 통해 상황을 전개시켜나가는 방식은 소설을 그림처럼 읽게 만든다.
중의법을 사용한 제목들도 인상적이다. ‘바다의 침묵’에서 전 소설을 통해 독일인 장교에 대해 화자와 그 조카딸은 바다 같은 침묵으로 대처한다. 그 침묵은 나치 독일에 대한 프랑스인이 침묵이기도 하다. 바다의 침묵이므로 언제 성난 파도를 일으켜 나치라는 배를 엎을지 모르는 그런 침묵이기도 하고, 참된 인간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라고 하더라도, 비록 적이라도, 순풍으로 품을 수 있는 바다의 침묵이기도 하다.

 

 

 

 

베르꼬르 (Vercors) 1902년 파리에서 출생, 본명은 장 브륄레(Jean Bruller). 원래는 화가였으나 제2차세계대전중 파리가 나치 점령 하에 들어가자 화필을 던지고 파리를 떠나 시골에서 은둔하면서 목공일로 생계를 유지. 그러나 그의 저항정신은 결국 다시 파리로 나와 동지들과 손을 잡고 나치에 대한 레지스탕스의 일환으로 비밀출판인『심야총서』 간행을 결행케 함. 「바다의 침묵」「밤의 무기」「눈과 빛」「비정의 동물」「내 조국의 고통」등의 작품을 발표.

‘바다의 침묵’은 그 첫 책으로 나온 소설로 베르코르 자신이 쓴 책이다. 화가가 쓴 첫 소설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이 소설은 감동과 함께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서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의 어느 유명한 작가가 비밀리에 쓴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나치의 눈을 피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심야총서’ 40여 권을 출판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