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산속 깊은 곳, 한겨울.
행복했지만 딸의 죽음으로 4년째 어두움이 드리워진 한 가정에 긴 손과 반짝이는 눈빛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 순례자가 찾아온다. 별빛을 쫒아 온 이 여인은 이 집의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놀이와 딸을 잊지 못하는 어머니, 손자들을 사랑하는 할아버지, 자살하려는 여인을 살려낸 사위와 그 여인과의 로맨스, 그리고 그 여인을 딸 대신 사랑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생과 사랑의 열기를 느낀다. 죽음과 삶 그리고 사랑의 진정한 모습을 새롭게 경험하게 된 아름다운 순례자는 일 년 중 가장 환한 달이 뜨는 밤, 온 마을의 축제날, 다시 이 가정을 찾아온다. 흥분되고 들뜬 축제의 새벽녘. 상처 입은 갈매기와 같은 한 여인이 나타나는데.... 축제의 절정!! 사람들은 순례자와 더불어 새로운 생의 희망과 사랑의 운명이 싹 트는 한 가지 아름다운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시적인 상상력, 신화적인 분위기, 명쾌하고 교훈적인 메시지, 휴머니즘, 대중성 등 까소나의 미덕이 잘 드러나는 이 작품은 인간존재의 근본조건인 생과 죽음의 테마 속에서 “생의 의미 - 사랑의 힘”이라는 주제를 감동적으로 풀어냅니다. 작품을 읽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어렸을 적 뒤뜰에서 뛰놀던 나팔꽃 웃음이 떠오르고 눈 내리는 겨울 밤, 화톳불 옆에서 옛이야기 해주시던 할아버지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집니다. 그것은 과거이므로, 환상인데 마치 어머니가 들려주던 자장가 소리 같이 생생합니다. 까소나는 신비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운명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상징들로 가득 찬 환상의 세계를 마치 한편의 동화처럼 친근하게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미소 지으며 이렇게 묻습니다. “지금의 우리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강은 우리에게 삶을 선사합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오고 그곳으로 갑니다. 이 작품은 어머니 자궁 같은 강이라는 메타포를 자연의 이중성과 생의 이중성 즉 삶과 죽음이라는 대표 이미지로 깔고 있습니다. 그 곁에서 연극의 인물들은 웃고 축제를 벌이며 사랑을 키우며 이별을 하며 늙어가고 그리곤 죽음을 맞이하고 또 다른 생을 시작합니다. 까소나는 한 가정의 상처의 기억과 행복의 추억 속에서 혹은 아픔의 흔적 속에서 생의 소중함, 웃음의 생명력, 인간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휴머니즘의 따뜻함을 성 요한 축제라는 기적의 시간을 통해서 아름답게 형상화 합니다. 하여 이 작품의 결말에 보여 지는 희생과 사랑의 기적은 인간의 운명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과 또 다른 삶의 길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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