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강백 '다섯'

clint 2015. 11. 17. 21:40

 

 

 

 

이 작품은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작가 이강백의 데뷰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두고 "나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희곡이라는 장르 선택과 자기 안의 침체에서 개방된 세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다는 의도에서 한 말이지만 이 작품에는 그 후로 펼쳐질 작가의 창작 세계를 보여주는 정보들이 들어있다.
이 정보중 하나는 우화적 극작술이다. 가, 나, 다, 라, 마는 익명으로 이름지어 전 등장인물들은 동 시대. 혹은 보편 상황이라는 상징속에 놓여진다. 이들은 개인사를 드러내지 않으며 관념적 대표성을 띠고있다. 정보의 또 다른 하나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이 처해있는 상황은 군사혁명 이후의 공포 정치를 견디지 못하여 밀항을 하고 있는 배 밑의 창고이다.
배경 만으로도 이 작품이 70년 대의 정치 상황에 대한 나름대로의 비판정신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있다.
선장으로 이름지어진 독재자의 형상, 그의 지시에 따라 누구든 예외없이 굴종을 보여주는 것은 차라리 희극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에 또 다른 측면은 집단 속에서의 개인의 말살이다. 등장인물들 모두는 억압이라는 상황 속에서 누구도 선장에게 항의 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라'는 '마'에게서 얻은 사랑의 힘으로 선장에게 다가가려 한다. 하지만 누구도 그를 동조해 주지 않고 '마' 마저도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 버린다. 이기심으로 이루어진 집단 안에서 개인의 힘은 무기력하기 그지 없는 것이다. 결국 '라' 마저도 옛날의 지기 모습보다 더 폐쇄된 모습으로 다시는 통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이 극은 70년대의 군사정치를 비판하면서 억압 상황 속의 인간 군상들이 황폐해저가는 과정을 우화적 기법으로 보여주고 있다.


극회에서도 1984년에 신태호 연출로 공연 된 바있는 이 작품은 작가의 여러 작품중 작은 단막이지만 '셋',파수꾼과 더불어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하고 싶다. 특히 이 작품은 독재를 피해 밀항하려고 배를 탔는데 이 배안에서의 상황은 더욱 독재보다 더 한 상황이라는 설정이고 이에 적응해가는 인간상들.. 그리고 아예 세상과 문 닫고 마는 지식인의 행태를 묘하게 풍자한다... 이강백의 번득이는 독설이리라.. clint 생각.

 

 

'다섯' 공연 끝난후 사진이다. 들꽃 홈피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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