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적 러시아의 음악가 차이코프스키의 생애는 여러 면에서 의혹을 안고 있다. 그의 주옥같은 음악이 계속해서 백 뮤직으로 흐르는 가운데 차이코프스키의 동성애적 사랑은 검은 죽음의 그림자를 몰고 다가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무대위의 평론가는 음악의 역사를 뒤져 차이코프스키의 진실을 파헤치려 한다. 그는 네바강의 생수를 잘 못 먹고 콜레라에 걸려 죽었다는 차이코프스키 죽음의 정설을 뒤엎을 만한 충분한 자신감에 차있다. 그래서 이 연극은 차이코프스키의 죽음이 잘 못 되었음을 전제로 당시의 상황을 재현해 가며 밀류코바와의 원치 않던 사랑 이야기와 자신을 곤궁의 그늘에서 벗어나 오직 작곡에 몰두할 수 있게 했던 재정적인 후견인 메크부인의 간절한 사랑, 그러나 차이코프스키는 파렴치한 동성애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그의 명성이 짓밟힐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때 예전에 함께 공부했던 법과대학 동기들이 그를 찾아와 명예재판을 벌인다. 야코비 검찰총장은 러시아를 위하여, 자신들의 모교를 위하여,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위하여 그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독배를 들게 한다. 자신의 명예를 위하여 스스로 독배를 받아 마신다. 시름시름 몇날동안 앓다가 무기력하게 운명하는데 그의 마지막 비창 교향곡이 울려온다. 마치 차이코프스키를 위한 변주곡처럼.
이 작품은 관객이 극에 몰입하여 자신의 생각을 극중 인물에 일임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극중 사건에 대한 관객 스스로의 판단을 내리도록 요구한다. 전통적으로 배우와 관객 사이에 가정되었던 벽을 서사극에서는 상정되지 않으며 따라서 관객은 열쇠 구멍을 통해 몰래 무대를 훔쳐보며 극의 전개에 빨려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구경꾼으로서가 아닌 극중 사건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지는 관찰자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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