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오세혁 '늙은 소년들의 왕국'

clint 2015. 11. 17. 13:01

 

 

 

 

딸자식들에게 버림받고 광야를 헤매던 리어, 서울역 광장에 도착한다. 비바람에 흔들리며 울고 있던 리어는, 그를 보고 마구 웃어대는 돈키호테를 만난다. 비극의 세계에 있던 리어와 희극의 세계에 있던 돈키호테는 서로 ‘잃어버린 반쪽’일지 모른다며 함께 모험을 하기로 한다. 서울역 광장에는 이미 부랑자들이 터를 잡고 있다. 광장을 찾아와 초코파이를 나눠주는 구원의 손길들. 하지만 두 늙은이는 부랑자들의 새치기에 떠밀려 구원받지 못하고 굶주린다. 그러던 어느 날, 어디선가 쫓겨난 듯 버림받은 소년이 나타난다. 소년을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부랑자들로부터 소년을 지키기 위한 왕국을 만드는 리어와 돈키호테. 떨고 있는 소년에게 옷을 벗어주고, 배고파하는 소년에게 버스킹으로 먹을 것을 구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소년을 지키기 위한 노인들의 몸부림과 단 하나의 백성을 위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왕국을 세운다. 박스 조각을 쌓아서. 결국, 부랑자들로부터 소년을 지켜낸 이들은 부랑자들과 함께 더 큰 왕국을 건설하려 한다. 하지만 리어와 돈키호테는 자식들에게 끌려가게 된다. 소년과 부랑자들은 이들을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데….

 

 

 

 

 

연극 '늙은 소년들의 왕국'엔 비극의 왕 리어왕과 희극의 대명사 돈키호테의 만남이 이뤄진다. 그것도... 서울역 앞에서.... 왕국을 잃고 떠도는 인물 리어와 왕국을 찾아 떠도는 인물 돈키호테가 비바람 부는 서울역에서 만난다면, 그리고 그들만의 왕국을 건설한다면 그 왕국은 어떤 왕국이 될까. 오세혁의 연극이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역시 부조리한 사회에 대해 시원스레 할 말 다한다.

셰익스피어의 대표 비극과 세르반테스의 대표 희극을 절묘하게 뒤섞고 또 비틀어 차용했고, 바탕에는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단단한 창작의 힘이 깃들어 있는 작품이다.

 

 

 

작가의 글 :

단 하나의 백성, '소년'을 위해 싸우고, 옷을 벗고, 노래하는 국가를 단 한 시간만이라도 만들 수 있다면......! "울고 있는 '리어'에게 웃음을, 웃고 있는 '돈키호테'에게 울음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길은 울고만 갈 수도, 웃고만 갈 수도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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