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재현 '이방인들'

clint 2015. 11. 17. 14:24

 

 

 

 

이방인들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끈질기게 관심을 가져온 중견극작가 이재현이 네번째로 그 포로들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1968년 인도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을 작가 이재현은 '84년 뉴델리에서 만난 지기철(극중 강우집 대좌)과 현동화 (극증 연우섭 중위) 두사람의 실화를 재구성 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인훈씨의 광장에서처럼 남도 북도 아닌 중립국을 택한 포로를 소재로 했다는 점이 유사하나 작품의 전개는 아주 틀리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방인들에서는 정치나 체제 보다는 단지 역사가 낳았던 인간의 파행적 삶, 그자체를 사실적으로 조명해 보는 것으로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분단의 수레바퀴에 짓밟힌 개인이 결국 어머니라는 핏줄로 인한 인도주의에 안착했다는 점이 다소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줄거리
6·25 당시 인민군 중위였던 연기섭(이호재)은 강우집 대좌(김종칠)와 함께 중립국 포로로서 인도의 뉴델리에 정착하여 무국적자로서의 새 삶을 개척한다. 강우집이 망향의 일념으로 서울을 방문하던 중 뇌졸중으로 객사하여 심한 허탈감에 빠져있던 연기섭에게 남한과 북한의 공판원들이 접근해 온다. 그러나 연기섭은 무국적자이기를 고집한다. 결국 그 고집은 양미혜(임수아)라고 하는 남한 정보부의 미인계 앞에 녹고 만다. 사랑에 취해 남한에서의 삶을 한창 꿈꾸고 있을 때 연기섭은 북의 공관원으로부터 양미혜의 정체를 폭로받고 또 다시 무국적자로서의 삶에로 복귀한다. 그러던 중 가족들이 월남하여 서울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랜 번민 끝에, 그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서울행을 결심한다.

 

 

작가의 글 - 이재현

포로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어언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간 직접 만나봤던 포로 출신들도 100여명은 실히 넘으리라.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관해서 그토록 끈질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최근세사에 그만큼 이데올르기의 대립상태가 극악할 정도로 농축되어 표출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상이란 것은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심한 회의를 느끼게 한다. 또 그 포로들이 모두가 우리의 동족이 아닌가. 전작 포로들(1부 국립극단공연) 멀고 긴 터널(2부 현대극장공연) 적과 백(3부 극단 성좌 공연)으로 그들에 관한 관심을 일단 마무리 지으려 했으나 84년 세계 일주를 하다 뉴델리에 들려 우연히 당시 중립국을 택해서 이 땅을 떠났던 지기철씨(당시 대좌) 현동화씨(당시 중위) 두 분을 만나 뵙고는 또 한번의 포로들을 소재로 한 작품을 집필하기로 결심했었다. 그러므로 이번 작품 이방인들은 그 4부작이 되는 셈이다. 이번 작품을 내어놓는데 그토록 오랜 세월이 흐른 점은 분방한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지 극화에 대한 회의가 있었던 것은 절대로 아니다. 이방인들을 통해서 우리는 다른 각도에서 분단의 문제를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타성적인 통일의 염원이 아닌 절박한 의미에서의 통일의 성취를 갈망해야 할 것이다. 나 자신이 고향 평양을 떠난지 40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이산가족의 고통을 아직도 그대로 안고 있다. 도대체 사상이란 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해준 것일까? 소련을 비롯한 공산 진영의 붕괴는 사상에 대한 본질적인 회의와 아울러 우리 인류가 이제는 보다 차원 높은 새로운 세상을 알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인도 방문시 작가 이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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