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일랜드의 작은 왕국, 궁전의 맹인 현자 달 글릭은 불길한 천체 관측을 통해 누 공주가
정확히 일 년 뒤 용(Dragon)에게 잡아먹힐 것이라 예언한다. 이 저주를 피할 방법은 용이
나타나기 전에 공주가 결혼하는 것뿐. 엄격하고 권위적인 새 왕비(계모)는 평소 자신에게
순종하지 않던 자유분방한 공주를 서둘러 결혼시켜 출가시킬 절호의 기회로 여긴다.
예언이 퍼지자 공주를 구하고 명예를 얻으려는 세 명의 독특한 구혼자가 왕궁에 도착한다.
첫 구혼자는 드높은 가문의 후손이라 주장하나, 사실은 사기꾼이자 허풍쟁이인 가짜다.
둘째 구혼자는 강압적인 고모들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온 나약하고 소심한 어린 왕자다.
이 와중에 이웃 나라 소르카의 왕자 마누스 역시 공주의 소문을 듣고 찾아오지만,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왕실의 새로운 요리사로 위장하여 취업한다.

약속된 기한이 다가왔음에도 공주는 마음에 들지 않는 구혼자들과의 결혼을 거부한다.
그 사이 공주와 변장한 요리사는 대화하며 서로에게 깊은 호감과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마침내 예언의 날이 다가오고,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용이 왕국을 덮친다. 공주를 구한다던
구혼자들은 정작 진짜 용이 나타나자 겁에 질려 모두 도망치거나 숨어버린다. 오직 공주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요리사 마누스만이 칼을 빼들고 용에게 용감하게 맞선다. 격렬한
전투 끝에 마누스는 용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해낸다. 이 과정에서 그의 진짜 신분이
소르카의 왕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왕국은 큰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완전히 죽지 않고 부상을 입은 채 붙잡힌 용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인간적인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용은 "사실 나도 공주를 먹고 싶지 않았다. 나이 든 어른들이 억지로
시켜서 예언대로 행동했을 뿐이며, 요즘 어른들은 정말 최악이다"라며 투덜댄다.
용의 귀여운 항변을 들은 인물들은 용을 무조건적인 괴물로 대하는 대신 대화를 나눈다.
결국 용은 인간을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숲으로 돌아간다.
허풍쟁이 구혼자들과 위선적인 어른들의 면모가 낱낱이 탄로 나고, 진정한 용기와 사랑을
증명한 마누스 왕자와 누알라 공주는 왕실과 백성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을 약속한다.

<용The Dragon>은 아일랜드의 극작가인 레이디 그레고리가 집필하여
1920년에 출판한 3막 구성의 환상 희극이다.
애비 극장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한 그녀는 이 작품에서 아일랜드 구전 설화와
신화를 특유의 재치 있는 대사와 유머로 풀어내었다.
전형적인 동화적 구도를 취하고 있지만, 레이디 그레고리 특유의 날카로운
사회적 풍자와 아일랜드 민속 언어의 맛깔스러운 대사가 돋보이는 명작이다
초연은 1919년 4월 21일. 장소: 아일랜드 더블린의 애비 극장. 연출: 레녹스 로빈슨

작가의 말 - 레이디 그렉고리
나는 1917년에 이 희곡 <용>을 썼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집니다. 어떻게 이 작품을 쓰게 되었는지 기억해 보려고 애썼고. 아마도 비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유쾌한 희극으로 향하는 그네의 보이지 않는 필연적인 움직임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은 꽤 진지하게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원고 조각들을 살펴보니 가장 초기의 개요 제목이 "영혼의 각성"이더군요. 세상 밖으로 멀리 나가보지 못한 어린 공주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작품이 희극으로 바뀌었을 때에도 "마음의 변화"라는 다른 제목이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옛날 민담에서처럼 용의 마음조차도 강제로 바뀌고, 정복자의 손에 의해 제자리를 잃은 순진한 생명체의 마음도 변하듯, 모든 것이 다소 변하지만 왕비만은 예외입니다. 왕비는 모든 것을 잘 처리했다고 만족하며, 새로운 분열이나 재탄생이 있을 때까지 그 상태를 유지해야만 합니다.
기본틀은 한때 왕의 딸이 "세 번 웃게 만들 수 있는" 남자에게 시집간다는 흔한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첫 번째 웃음은 달걀이 깨졌을 때, 두 번째는 행복한 사랑의 기쁨으로 웃었을 때였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웃음이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애비 극장 관객들의 귀도 공주의 귀와 동시에 즐겁게 해줘야 했는데, 원탁의 기사 디나딘 경 같은 옛날식 농담은 오늘날 사람들의 귀에는 썰렁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나는 그리스 신화의 페르세우스부터 킬타르탄 신화의 쇼닌까지 수많은 영웅들에게 기회를 준 용에게 도움을 청했고, 용은 시무룩해하거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첫 공연 끝난 후, 제작자는 이렇게 썼습니다. "어젯밤 공연을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객석 맨 앞줄에 앉아 있던 덩치 큰 북부 남자가 시비와 용 때문에 어쩔 줄 몰라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는 막이 내린 후에도 한참 동안 꼼짝도 못 하고 눈물을 닦고 앉아 있었고, 관객들은 나가지 않고 서서 그를 보고 웃었습니다." 어쩌면 용조차도 얼스터 사람들을 웃게 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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