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프랭크 G. 톰킨스 '풍자: 사회적 비꼼'

clint 2026. 7. 11. 19:38

 

 

부유한 교외 지역의 한 저택, 어두운 방에 불이 켜지며 극이 시작된다. 
들어선 인물은 허름한 좀도둑이 아니라, 완벽한 신사복을 차려입고 예술적 식견이 

뛰어난 '교양 있는 도둑'이다. 그는 이미 이 지역의 다른 부유한 저택들을 돌며 

진귀한 미술품들을 훔친 뒤였다. 그때 연극을 보러 간 집주인 부부, 찰스와 클라라가 

일찍 귀가한다. (부부는 교양 있어 보이려고 연극을 보러 간다고 동네에 소문냈지만, 

실제로는 싸구려 영화를 보고 오는 길이다) 부부는 현장에서 도둑을 붙잡고 경악한다. 

클라라는 비명을 지르며 당장 경찰이나 이웃을 부르려 하지만, 도둑은 오히려 조용히 

대화로 풀자며 뻔뻔하게 부부에게 의자를 권하고 찰스에게 고급케이스에서 꺼낸 담배를 

권하며 기묘하게 주도권을 쥔다. 도둑이 이런 이유는 황당하게 "이 집에는 훔쳐 갈 만한 

물건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 도둑은 집안의 가구, 벽의 그림, 장식품들 모두가 전부 

싸구려 모조품이자 '가짜'들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집주인 부부는 도둑의 혹평에 

자존심이 몹시 상한다. 특히 남들에게 부유하고 예술적 소양이 높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던 클라라는 큰 충격을 받는다.
이때 도둑은 부부의 숨통을 조이는 결정적인 말을 한다. 자신은 이 지역에서 '예술품만 
골라 훔치는 도둑'으로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유명한 도둑이라는 것이다.
"내가 이 동네 다른 집들은 다 털었는데, 당신들 집에서만 아무것도 안 훔쳤다면 소문이 
어떻게 나겠습니까? 즉 당신들이 '가짜 허세꾼'이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제발 훔쳐 가달라고 애원하는 부부. 이웃들의 평판과 사회적 체면이 목숨보다 중요했던 
부부는 패닉에 빠진다. 도둑이 빈손으로 나가면 자신들의 위선적인 삶이 폭로될 것이라,.
결국 주객이 전도되는 황당한 상황이 된다. 부부는 도둑에게 제발 물건을 훔쳐가라고 
사정하고, 도둑이 거절하자, 클라라는 도둑의 안목을 만족시키기 위해 집안 깊숙이 

숨겨둔 진짜 가치 있는 보물을 스스로 꺼내와 도둑 앞에 바치며 애원한다. 도둑은 마치 

까다로운 쇼핑객처럼 그 진품들을 감상, 평가한 뒤, 마지못해 몇 개를 골라 담는다. 
도둑은 부부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물건을 훔치고, 부부는 자신들의 안목과 명예를 
지켰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도둑은 마지막까지 신사적인 태도로 부부에게 정중하게 
작별 인사를 건넨 뒤, 유유히 저택을 빠져나간다. 부부는 도둑이 물건을 가져가 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해하며 끝난다

 


프랭크 G. 톰킨스가 1920년에 발표한 <풍자(Sham: A Social Satire)>는 
상류층의 위선과 허세를 유쾌하게 꼬집은 단막극이다. 
극은 하나의 방 안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기상천외한 대치상황을 담고 있다.
겉치레와 평판에 중독되어 도둑에게 "제발 나를 털어달라"고 구걸하는 부부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허영심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를 유쾌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게다가 부부는 도둑에게 그 대가로 값비싼 진품 가방까지 챙겨주고,
젠틀한 도둑은 정중하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는 모습이 대비된다.

 



이 극은 물질적 소유와 겉모습에만 집착하며 내면의 진정성을 잃어버린 
20세기 초반 미국 상류층 사회의 속물근성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도둑이 물건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도둑에게 잘 보이기 위해 피해자가 물건을 
바치는 역설적인 상황을 통해 사회적 가면(페르소나)의 허무함을 풍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