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필립 묄러 '헬레나의 남편'

clint 2026. 7. 11. 15:18

 

 

메넬라오스 왕은 아내 헬레나와의 결혼 생활이 지옥 같다. 
그는 아내의 잔소리와 멍청함에서 벗어나 조용한 자유를 누리기를 간절히 원한다.
이때 한 젊고 잘생긴 목동(파리스)이 왕궁에 잠입해 "헬레나 왕비를 단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외친다. 왕실 조언가인 아날리티코스는 그를 당장 
처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메넬라오스는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메넬라오스는 파리스에게 목욕을 재계하게 한 뒤, 의도적으로 헬레나와 단둘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주선해준다. 헬레나는 파리스의 수려한 외모와 달콤한 말솜씨에 순식간에 
반해버린다. 메넬라오스 왕이 방치한 사이, 두 사람은 궁을 탈출해 트로이로 달아난다. 
메넬라오스는 마침내 아내에게서 벗어났다며 진심으로 기뻐하고 궁전에는 평화가 
찾아오는 듯하지만.... 그러나 기쁨도 잠시, 아날리티코스가 달려와 이 도주 사건 때문에 
스파르타의 국가적 체면과 왕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고 경고한다. 그리스 연합군과 
대중은 "왕비의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며 분노하고, 메넬라오스는 전혀 원치 않았던 
'트로이와의 전쟁'을 억지로 선포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직면하며 막이 내린다.
 


 
필립 묄러(Philip Moeller)의 <헬레나의 남편>은 트로이 전쟁의 시발점이 된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나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의 야반도주 사건을 현대적이고 
냉소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미국의 풍자 극이다. 
1915년 뉴욕의 '워싱턴 스퀘어 플레이어스' 극단에 의해 처음 무대에 올려졌으며, 
그리스 비극의 영웅주의를 유쾌하게 뒤집은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영웅들의 거대한 서사로 미화되었던 트로이 전쟁이 사실은 "아내를 버리고 
싶었던 남편"과 "체면을 중시하는 국가 권력"의 촌극에서 비롯되었다는 기발한 설정을 
취하고 있다. 희곡 특유의 짧고 재치 있는 대사 덕분에 연극학과나 영문학과 학생들의 
원어 연극대본으로도 자주 활용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