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시시피 강가에 있는 어느 한적한 강변.
무대 위에는 커다란 통나무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아무런 장식도 없다.
게으름뱅이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시작되면 강변 통나무 주변에 두 명의 현지민인
루터와 기즈, 등장한다. 둘은 세상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극단적인 게으름뱅이다.
이들은 통나무에 기대어 앉아,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아하며 느릿느릿 대화를 나눈다.
대화는 "어떻게 하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일도 안 하면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같은 허황된 상상과 잔꾀다. 이때, 자칭 의학박사이자 전형적인 약장수인 스티븐이
두 사람 앞에 나타난다. 박사는 자신이 만병통치약을 가지고 있으며, 이 약만 있으면 어떤
병이든 고치고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하지만 돌팔이 사기꾼에 불과하다.
박사는 루트와 기즈에게 다가와 은근슬쩍 거래를 제안한다. 예를 들어, 박사는 자신이
가진 '만병통치약' 하나를 기즈가 씹던 '씹는 담배' 한 조각과 맞바꾸는 묘한 물물교환을
제안하고, 이들은 진지하게 이를 수락한다. 세 명의 게으름뱅이와 사기꾼이 모이자,
이들의 허풍은 극에 달한다. 닥터는 루트와 기즈에게 자신과 함께 배 타고 미시시피강을
돌아다니며 화려한 '메디슨 쇼(약장수 유람공연)'를 하자고 제안한다. "이 약을 팔면 우린
일하지 않고도 가만히 앉아 수천 달러를 벌 수 있다"는 박사의 감언이설에 루트와 기즈는
깊이 매료된다. 세 사람은 머릿속으로 거대한 유람선, 화려한 조명, 몰려드는 관객들,
그리고 자신들이 누리게 될 막대한 부를 상상하며 극적인 흥분에 빠진다. 당장이라도
세상을 다 가질 것 같은 장밋빛 미래를 그린다.
그러나 공상과 계획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현실적인 제약이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박사가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그럼 몸을 움직여서 준비해 볼까?"라고 묻자, 루트와 기즈의
태도가 돌변한다. '진짜로 움직이고 노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둘은 급격히
귀찮아진다. 결국 "굳이 지금 움직여야 하나?", "나중에 하지 뭐"라며
그러나 박사의 설득으로 박사와 기즈는 떠난다. 루터만 남는다.
그는 "여기도 괜찮잖아..." 하며 막이 내린다.

스튜어트 워커(Stuart Walker)의 <더 메디슨 쇼>는 20세기 초 미국 연극계에서
독창적인 무대를 선보인 일막극(One-Act Play) 형태의 단편 코미디 연극이다.
시작에 프롤로그를 통해 "이건 짧지만 재밌는 희곡입니다. 결점이 많죠. 자, 우리와
함께 그 결점들을 즐겨봅시다."하고 시작한다.
워커는 이 연극을 자신의 휴대용 무대장치인 '포트만토 극장'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했다.
이 장치는 여행 가방에 넣어 휴대할 수 있고, 동네 회관, 학교, 공원 등 어디든 설치할 수
있는 완벽한 기능을 갖춘 접이식 무대였다고 한다. 간단한 무대 장치와 3명의 숙련된
배우만 필요했기 때문에, 이 작품은 20세기 내내 미국 전역의 아마추어 극단, 고등학교,
그리고 독립적인 '리틀 시어터' 운동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원대한 계획과 꿈을 늘어놓지만, 정작 실행하기 위한 작은 노력조차 하기 싫어하는
인간의 모순된 나태함을 날카롭고 유머러스하게 꼬집는다.
미시시피강도, 멋진 배도 무대 위에 전혀 등장하지 않지만,
인물들의 뻔뻔하고 생생한 말솜씨 덕분에 관객이 상상 속에서 거대한 쇼를
경험하게 만드는 극작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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