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3 2

양정웅 '연(緣Karma)'

장례행렬이 시작된다.어디선가 나타나는 다시래기 패들.죽음의 이미지들이 전통 상례의 변형으로 변주된다.이승의 끝... 발상, 습, 반함, 달고질....씻김굿, 상여행렬이 흥겨운 리듬과 소리, 원무, 승무로 어우러지고죽음까지 아우르는 우리의 흥이 무대를 감싼다.저승의 또 다른을 축원이라도 하듯무대 가득 하얀 꽃잎이 흩날리고...잠시 후, 혼례의 서곡과 함께 만장이 흩날리고시자들이 등장한다. 청사초롱이 길을 밝히며혼례의 서막을 알리고 시자들이 예를 알리며초례를 치르는 신랑신부,이윽고 두 사람은 긴 시간의 벽을 넘어상징적이지만 유머러스한 대사들로 흥을 돋우며부부緣의 갈등을 묘사한다.삶은 여행이며 우리는 그 여행을 추억하며 緣을 쌓아간다.아름다웠던 한 시절을 쫓으며,추억의 오브제가 등장하고 시간을 거스른다.어린 ..

한국희곡 2024.05.23

배삼식 '3월의 눈'

은 누구나가 경험하는 죽음과 상실의 체험을 다루고 있다. 재개발 열풍으로 곧 사라져버릴 한옥의 고즈넉한 풍채, 그 쓸쓸하지만 고고한 모습처럼 이 작품의 이야기도 느림과 여백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볕 좋은 한옥집 툇마루, 노부부 장오와 이순은 손자를 위해 마지막 남은 재산인 이 집을 팔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새로운 집 주인은 그 자리에 삼층짜리 건물을 올릴 계획이다. 평생을 일구어 온 삶의 터전이 곧 없어질 위기지만, 장오와 이순의 일상은 담담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가진 것을 다 내주고 떠나는 장오의 뒷모습은 소멸해 가는 것이 실은 새로운 생명의 옷으로 갈아입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한옥 한 채가 무대전체에 자리를 잡았다. 지붕은 없으나 대들보와 기둥이 실물과 다름없이 만들어지고, 창호지를 바른 ..

한국희곡 2024.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