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당신이 언젠가 만났던 그 흔한 이름 윤정,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평범한 말에 가려진 '윤정'의 삶의 실체를 그려낸 작품이다.
심사평
희곡 역시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편차는 있을지언정, 2000년대 라이프스타일을 담으려 했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취하고 있었다. 앞으로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포착하느냐가, 작가의 개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되리라 본다. 이때 삶과 현실을 포착하는 언어가 문제될 수밖에 없다.
당선작의 가시권에 든 작품은 '쥐', '미향이, 그녀', '윤정이네 401호'였다. 모두 독특한 구성과 흥미로운 인물 창조로 시선을 이끌었고, 나름대로 개성과 작법을 확보하고 있었다. '쥐'는 두 개의 무대를 설정하고 과거와 현재를 연계하여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게 만드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고, '미향이, 그녀'는 평범한 삶에 아픔을 아무렇지도 않게 담으려고 한 점이 이색적이었다. 특히 '미향이, 그녀'는, 단하에 내려놓기가 아쉬웠다.
'윤정이네 401호'를 당선작으로 선정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작품의 인물들이 희곡이 요구하는 필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점이다. 긴장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윤정'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힘을 응축한 캐릭터가 무척 돋보였다. 다른 이유는 작가가 구사하는 언어였는데, 언어의 연상 작용과 말의 순환 반복을 통해, 평범한 말에 가려진 '윤정'의 삶의 실체를 그려내는 데에 성공했다. 희곡 쓰는 법을 제대로 터득하고 있으면서도, 과장하거나 치장하지 않는 점도 미덕이다. 큰 발전과 참신한 시도가 함께하기를 바란다. - 심사위원 김남석
당선소감
저한테 허락된 지면이 원고지 네 장이라고 하더군요. 어찌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제가 감히 신문에 대고 말을 할 수 있는 게요. 이걸 하려고 제가 그동안 울면서 희곡을 썼나 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구 안기부에 터를 잡은 학교입니다. 터가 세서 예술하는 미친 사람들이 아니면 중화시킬 수 없다고 해서 그곳에 지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다녀보니 귀신도 나오지 않고 그냥 평범하더라고요. 사람이 그곳을 평범하지 않게 만들고 소문을 냈을 뿐이죠. 가장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지요.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것은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니까요.
나는 석관동에 더 이상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안 났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사는 남영동에도 귀신 대신 사람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귀신의 탓이 아니라 사람의 탓이니까요. 하지만 사람이 귀신이 되는 건 생각보다 쉬운 모양입니다. 오래된 작가도 오래된 사람도 쉽게 귀신이 되더군요. 나는 시작하는 작가입니다. 귀신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꾸준히 글로 쓸 따름입니다.
오늘을 잊어버리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현찬양 / 1986년 경북 포항 출생.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중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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