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장우재 '지정 Self-Designation'

clint 2024. 3. 29. 16:33

 

 

 

멀지 않은 미래. AGI*가 사람의 인지신경을 직접 조절할 수 있고, 
이를 정신상담 분야에 적용한 ‘AGI 정신과의사’가 등장한 시대다.
몇 년 전 단편으로 세계적인 영화제에 진출하여 능력을 인정받은 
영화과 4학년 ‘제니’는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다. 
제니는 AGI 정신과의사 ‘콜리’와의 상담에도 병세가 호전되지 않자 
콜리가 제안한 ‘지정’ 에 관심을 둔다.
콜리는 제니의 지정 알고리즘을 분석하는 와중에 그의 심리적 장애요인이 
예상과 다른, 스스로에게 있다고 판단하고 제니와 함께 
다른 방식의 지정을 시작한다. 
이후 제니의 소식에 학교는 술렁이고 
제니의 선택이 정신적 자살이라는 논란까지 벌어지는데….

 



지정 후 제니는 외부에서 보기에 ‘재능’과 ‘소통능력’, ‘유한 성격’을 가진 
이상적인 인간이 된다. 영화 스텝들과도 원활하게 소통하고 자신이 의도한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며 순조롭게 작업이 진행된다. 자신에 대해 편안해진 그녀는 
그 신경질적인 성격과 날카로운 감각 때문에 가려졌던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가 만들고 있는 단편영화 <박씨전>이 

의미심장하다. 이 고전은 신선의 딸이 그녀가 가진 선견지명으로 

시댁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만 못생긴 외모 하나 때문에 시댁과 남편에게 

구박을 받다 아름다운 외모로 바뀌고,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막대했던 자신들의 

편견을 뉘우친 후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 영화는 칸에 출품되어 많은 찬사를 받고, 그 과정에서 그녀가 자신을 ‘지정’했다는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진다. 그럼에도 압도적인 이 작품으로 칸영화제 대상을 거머쥔다.

 



그후, 지정 치료를 끝낸 뒤 제니의 상태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후유증이 있다. 재활하듯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정신적으로도 자신에 대한 괴로움이 사라진 제니는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고 있는 타인들을 보며 일종의 우월감이나 해방감을 느끼는 듯이 보인다
그럼에도 제니는 모든 걸 극복하고 영화에 전념하려 한다.



이 작품은 영화학과 재학생 제니가 AGI 정신과 의사 콜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심리를 조절하면서 세계적인 영화제 참가를 목표로 작업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제니의 정신적 장애요인을 AGI가 정하는 ‘지정’ 전후를 압축한 여정을 보여주면서 인간성과 첨단기술의 관계에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연극 <지정 Self-Designation>은 인간 진화와 문명의 발달 등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것이 자명한 근 미래에 대해 보여준다. 특히 인공지능의 발달이 인간에게 어떻게 작용하게 될 것인지, 이것을 비롯해 세상 모든 것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 사이에서 우리가 어떻게 중심을 잡으며 스스로를 지키고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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