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어느 하루. 서울 근교의 요양원 병실에서 장수인(52세)은
간병인으로 박수희(43세)를 면접하고 있다.
장수인은 무척 세련되고 매력 있는 미대교수로
후줄근한 차림에 사투리를 쓰는 박선희와는 대비되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버지 장인호(83세)의 간병인을 구하지 못해
박선희에게 꽤 많은 수고료를 제의하며 거의 부탁을 하는 상황이다.
박선희는 이혼녀로 고3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성격이 괴팍하고
간병하기 힘들다는 장인호의 간병인 면접에 어느 정도 각오하고 와있었다.
장수인은 장인호의 성격이나 행동을 좋게 말을 하고 박선희는
다른 간병인들 사이에서 들은 사건, 사고들을 물어보지만
돈이 급한지라 간병인직을 수락한다. 설마 죽이기야 하겠냐는 심정으로.
다음 날 굳은 결심을 하고 장인호의 병실을 찾아간 박선희지만 장인호는 박선희를 병실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 겨우 들어간 병실에서는 장인호는 박선희를 “연기가 안 되서 극단에 연기수업을 받으러 온 햇병아리 탈렌트“ 취급을 한다. 장인호는 평생을 연극배우로 늙은 사람이며 치매로 인해 요양원에 입원중인데 늘 자신이 출연했던 작품의 대사를 하며 하루를 보내는 노인이다. 장단음 구별도 못하고 발음도 안되고 감정도 약하다며 박선희는 야단만 맞고 자존심이 상해 무섭기까지 하지만 아들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장인호의 비위를 맞추기 시작한다. 느닷없이 소주를 사오라는 말에 박선희는 병실 밖을 나가지만 술, 담배는 요양원에서 금지라며 장인호에게 말을 하자 갑자기 왕으로 변신한 장인호는 삼족을 멸하겠다며 박선희에게 욕을 하며 효자손을 휘두르며 쫓아온다. 겁에 질린 박선희,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냐고 소리치자 장인호는 징기스칸이라고 대답한다.
두 달 뒤. 그만두지 않고 아버지 간병을 해주는 박선희에게 장수인은 호감을 느끼고 아버지와 박선희가 매일매일을 대본 읽기와 연기연습을 한다는 얘기에 감탄해 마지않는다. 덕분에 박선희는 발음이 좋아졌고 장단음은 물론 어느 정도의 감정을 구사하며 사투리도 거의 쓰지 않게 되었다. 두 사람은 많은 얘기 끝에 서로의 꿈을 얘기한다. 박선희는 아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꿈을 장수인은 예전처럼 엄마와 아버지와 같이 살고 싶다고 하는데 장수인은 이룰 수 없기 때문에 꿈이라면서 체념을 한다. 장인호가 아내와 불렀던 흘러간 팝송을 흥얼거리고 박선희는 장인호의 뜻밖의 모습을 보게 된다. 박선희를 아내로 생각한 장인호는 연극배우를 하느라 아내를 고생시킨 과거를 사과하며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했던 이기적인 자신을 자책하는 고백을 한다. 그리고는 “아내라는 직업의 여자”의 대사를 하며 감정이 형편없다며 박선희를 야단치자 다 좋은데 너무 갑자기 변하는 선생님이 무섭다고 하자 이번엔 다시 아내에게 지금부터는 잘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는 햄릿의 클로디오스 왕을 연기하면서 마지막 장면의 대사를 우렁차게 외쳐댄다. 구석에서 박선희는 어이없는 눈으로 장인호를 쳐다본다.
저녁을 들면서 장인호는 딸 장수인과 리어왕과 베니스의 상인의 대사를 주고 받는다.
장수인은 어릴 때부터 하던 대사라 아주 쉽고 익숙하게 장인호를 상대로 대사를 한다.
눈물을 흘리던 장수인은 의사가 아버지의 뇌 수술해야 한다는 얘기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한다. 산소를 만들었고 건강이 좋아지면 같이 가보자는 말을 하는데 장인호는 “돈키호테”의 대사를 하며 산쵸를 부르고 돈키호테가 죽는 것을 연기한다. 장수인과 박선희는 뭔 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병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수인은 어머니도 같은 요양원의 다른 병실에서 치매로 입원해 있었고 어머니를 간병하다가 아버지도 치매가 됐다는 사실을 얘기한다. 박선희는 가끔 장인호가 없어지는데 한 병실에 가서 할머니 환자 한 명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하는 걸 보고는 그 환자가 장민호의 부인인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치매에 걸린 부인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자신이 환자행세를 한 것을 알게 된다.
김순영 : 극작가, 연출가.
일본 와세다 대학교 연극과 3년 중퇴.
[대표작 및 주요 공연]
2001년 서울시 무대지원 선정작 “살려주세요” (작, 연출)
2001년 서울 공연 예술제 공식 참가작 “달님은 이쁘기도 하셔라” (번역, 연출)
2002년 한중일 합작 “바다를 건넌 도깨비들” (한국연출)
2004년 서울시 무대지원 선정작 “삼류배우” (작, 연출)
2005년 한일합작 한일수교 40주년 기념작 “씨앗” (우장춘박사 일대기) (작, 연출)
2007년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 “연기가 눈에 들어갈 때” (번역, 연출)
2008년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 “주인공” (작, 연출)
2008, 09년 방방곡곡 찾아가는 예술여행 군부대 순회공연 “삼류배우”(작, 연출)
2011-현재 “악극 마당놀이 춘향전”(작, 연출)
2015, 17년 한,일수교 50주년 기념작 “엄마”(작, 연출)
2019년 악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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