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허균 '홍길동'

clint 2024. 3. 25. 14:10

 

 

 

홍 판서의 서자인 홍길동의 신분으로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 부르는 처지이다.

무예를 연마하는 길동. 그는 활빈당이 되어 탐관오리를 징벌하고

백성들의 원성을 달래려 한다.

초란과 무당의 음모로 집을 떠나는 길동은 어머님과의 하직하고

초란은 길동을 죽이려고 자객을 불러들인다.

친구 마숙을 만나 함께 활빈당이 되고자 하는 길동은

금강산 입산길에 자객을 만나 물리치고,

무학대사에게서 찾아가 무술을 전수받는다.

그 후, 하산하여 주막에 들리는 길동과 마숙은 억울하게 살아가는 백성들의 얘기와

청순한 소녀 가을이와의 만남, 길동을 죽이려는 자객들과 결투를 벌여 물리친다.

포악한 사또를 혼내 주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백성을 구하고 곡식을 나눠준다.

그리고 백성들과 활빈당의 결성한 홍길동은 가을이의 결혼하고

평화 평등세상을 만들려고 율도국을 세우려 활빈당과 함께 길을 떠난다.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의 주인공이자 초능력을 부리는 인물로 한국 슈퍼히어로의 시초이자 대표 격이다. 승상 홍문과 몸종 춘섬 사이에서 태어난 얼자이다. 고전소설 주인공답게 태몽부터 비범한데, 홍문이 대낮에 청룡이 나오는 꿈을 꾸고 귀한 아들이 태어날 태몽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이에 꿈이 달아날까 봐 얘기는 못하겠고 바로 동침하려고 했지만 '어찌 대낮에 아녀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렵니까? 재상은 체면도 없소?'라며 부인이 거부하여 몸종과 동침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홍길동이 얼자로 태어난 것. 이 동침부분은 선정적으로 보이는지라 대부분 삭제되기 일쑤다. 작가 허균이 동기로 삼은, 연산군 통치기에 활동한 도적인 홍길동과는 발음이 같지만 한자가 다르다. 이것은 저자인 허균이 두 사람을 분리하기 위한 장치인 듯 하다. 물론 실재했던 홍길동도 실제 행적 여부와 무관하게 후대에는 의적 비슷하게 일부 반가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소설을 지은 허균은 이러한 평판을 빌려서 조선시대의 계급 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다크히어로로서 의적 캐릭터 홍길동을 창조했다. 허균의 동시대 인물 택당 이식은 택당잡저에서 허균이 홍길동을 창조할 때 《수호전》에서 등장하는 도적들에서 영감을 얻었다 한다.

 

 

 

현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홍길동이 다크 히어로라는 말이 어색할 수도 있겠으나 일단 실제 실록에서의 기록부터가 도적이고 소설 내부에서도 홍길동은 초반에 온갖 소동을 일으키면서 노비의 자식이라는 혈통에도 율도국을 세우면서 계급 사상을 완전히 비트는 결말을 보이는 주인공이다. 참고로, 당시 오락소설들은 주인공들의 핏줄이 죄다 입신양명을 부르짖는 유교다운 선비의 혈통을 강조할 정도로 유교사상에 찌들어 있는 상태였다.  실제 홍길동은 연산군 통치기 때에 활동했으나 홍길동전은 문종 통치기를 배경으로 삼는다. 소설 도입부는 조선조 세종 16년(1434년)에 태어났다는 내용이지만, 홍길동이 청년이 돼서 활동한 시대를 계산하면 문종 시기라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실제 역사와는 무관한 소설 속의 설정이다. 하지만 실재한 홍길동은 오히려 높으신 분들의 인맥을 활용했던 지능형 범죄자에 가까워서 소설의 주인공과는 정반대다. 그럼에도 소설의 평가는 당대 양반들도 교훈으로 받아들였다. 즉, 실재한 홍길동도 얼자라는 한계 때문에 신분제 사회인 조선에서 도적 행보를 보인 것을 안타깝게 여긴 듯 하다. 홍길동이 도술을 부릴 수 있다는 설정도 유명하다. 이는 실존했던 홍길동이 워낙 신출귀몰해서 생겨난 전설들을 차용한 것이다. 홍길동이 역경을 만나고 고뇌할 때마다 보이는 배경 묘사가 명장면이라서 소설다운 가치도 높다. 

 

 

 

현재까지 수많은 창작자에 의해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가 만들어졌다. 한국에서 대표 히어로라고 하면, 의적으로 각색된 홍길동을 떠올릴 정도로 유명하다. 도적이면서도 무술, 학문, 점술, 용병술, 초능력에 두루 능한 천재형 사람이다. 이는 실존했던 홍길동도 권력층의 서자로서 제법 훌륭한 지략을 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설이나 소설에서나 지략파 의적으로서의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홍길동의 활약은 마을, 군대, 국가 단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외국의 전설에 나오는 도적들과 비교해도 스케일이 큰 편이다.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은 물론이고 지략 면에서는 웬만한 영웅들보다도 훌륭하지만 마지막에 왕을 세우고 첩을 만들었다는 언급 때문에 개혁을 이룬 사람이 아닌 겉으로만 착한 체하는 사람이라는 평도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처첩이 아닌 이처라 서술되어 둘다 동등한 아내로 대우했다는 해석이 있다. 또한 아나키즘 같은 사상조차 무턱대고 왕을 없애서 이상향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조리를 없애서 사회를 발전하게 하자고 주장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홍길동의 행적을 겉으로만 착한 체한다고 무조건 비판하기는 어렵다. 당초 이상향이라는 것도 그 상상력이 발휘된 시대의 한계에 종속되는 것인데, 이를 현대의 정치관-윤리관에 따라 비판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도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노예제가 있고 전쟁하기도 하고 식민지도 만드는 등 억압된 사회이다. 단순히 탐관오리들을 조롱하는데 그치지 않고 벼슬에 진출해 나라를 침략하는 오랑캐를 토벌하거나 새로운 이상국을 세우는 행보만 봐도,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강한 인물이다.[2] 홍길동이 상대하는 단위는 대부분 군대인데 살상 행위는 갈수록 준다는 점만 봐도, 의외의 깊이를 부여한 캐릭터이다. 소설에서도 홍길동은 상황이 꼬인 끝에 사람을 몇 명 죽이고 괴로워하지만 후대로 갈수록 겸손하고 선량한 의적으로 바뀐다. 현대 홍길동의 이미지를 창조한 화백 신동우의 명작 만화 <풍운아 홍길동>부터는 아예 사람을 죽이지 않는 의적이 되었다. 현대에 사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홍길동은 대부분 이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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