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태양계를 벗어나 하염없이 우주를 배회하고 있는 우주선.
40년 이상을 수면 비행하던 항해자들이 잠에서 깨어난다.
도박사와 천박사, 그리고 피박사. 이들은 이미 지구에서는 사망처리된 채
비밀 탑승한 우주 항해자들이다.
이들의 탑승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도박사의 동료 과학자이자
우주선 발사 총 책임자였던 박박사다.
이들의 임무는 우주 탐사와 함께, 지구 대체 항성을 찾아
지구로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잠에서 깨어난 세 항해자들은 다소 엉뚱한 소리를 하면서
우주 공간에 적응하던 중 디멘티아, 간헐적 인지장애가 오고 있음을 안다.
그러던 중 지구로부터의 마지막 메시지를 보게 되는데,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다름아닌 박박사다.
도박이 출발할 때의 50대 그대로라면, 박박은 지구에서 46년의 나이를
더 먹은 100살이 넘어 이제 죽음을 직면하고 있는 노인으로 영상에 나온다.
그는 세 항해자들을 우주선에 몰래 탑승시킨 자신의 의도를 밝힌다.
더이상 미래가 없는 지구를 버리고 새 항성을 찾아 인류 새 문명을
여는 시조가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항해자들은 모두 당황한다.
그러나 자신의 의도와 달리 지구를 도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도박은
자살을 선택하고, 나머지 두 항해자들 역시 그것을 받아들이려 하는데
우주선 뒤로 빛이 떠 오르며 우주선이 이름 모를 곳에 불시착한 것임을 알아낸다.
탐사차 밖으로 나갔던 천박사는 이 항성의 모든 조건이
지구와 거의 일치한다고 말하며 놀라워한다.
이때 화면으로 메시지 하나가 들어오는데 이 별에 살고 있는 외계인 박박사다.
그의 모습을 보고 다들 놀라워 하는데, 박박사는 자신은 박박사가 아니라
박박사를 만든 실존이라 말하며 박박과 모든 항해자들,
그리고 지구는 자신들이 만든 무수한 시뮬레이션의 하나라 말하는데.....
그러나 반전은 이들이 도착한 곳이 지구와 흡사한 환경이며 각기의 아바타들이 존재하고 있다. 자신들의 실존이 의심되는 곳. 이 행성에서 박 박사의 아바타와 마주하며 도·천·피 박사의 혼돈이 그려진다. 48년을 날아왔지만 돌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수초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들이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자신들이 '프로그래밍 가상의 존재’라는 것을 알고는 집단으로 정신의 붕괴를 경험한다. “난 여기 이렇게 살아있는데 생각하는데, 고로 존재하는데 그 존재는 나 실존으로서의 존재가 아니라, 프로그래밍 된 가상의 존재 그러나 자신을 실존으로 인지하고 있는 존재"로 스스로 선택하고 성장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사실은 프로그래밍 된 아바타 같은 존재라는 것에 절망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만 살기 위해 이곳에 남는 것을 거부하고 지구 귀환을 결심한다. 도착하는 순간 간호사 복장을 한 박 박사와 마주친다. 또 한 번의 반전이 일어난다. 이 우주비행사 셋이 어제는 사극 놀이를 하고 오늘은 우주비행사 놀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 귀여워 보인다며 약을 주고 간호사 퇴장한다. 다시 우주복 차림의 박사가 등장, 이것이 시뮬레이션 게임이었음을 밝히고 우주비행사 셋은 그들의 말 대로 귀환했지만 미래 없는 지구를 위해 그들이 회생할지 아닐지 예측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시뮬리케이션 게임에서 결말은 캐릭터에게 맡겨질 텐데 10분 후에 그들은 약에서 깨어나 병실을 탈출한다는 마지막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박박사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시뮬레이션의 기본 콘티를 완성했다고 생각하지만 우주비행사 셋은 박 박사가 자신들의 시뮬레이션이며 자신들의 아바타라고 우긴다. 과연 누가 이 세상에 실존하고 있으며 누가 누구의 아바타인지...
항해자들은, 외계인은 누구를 두고 이르는 말인가?
상반된 입장에서 상반된 견해를 보이는 것처럼
우리가 바라보는 타인, 그 타인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을 생각하는 시간....
<항해자들>, 기괴한 배우들의 몸짓과 역설적 대사들의 하모니로
웃다가 놀라다가... 관객과 배우가 하나 되어,
우주호에 탑승한 채 함께 혼돈의 항해를 하는 작품이다....
또한 작가의 철학적 담론을 통해 인간에 대한 성찰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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