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에욜프>보다 2년 전에 발표된 <대건축가 솔네스>에서부터 입센의 후기작으로 묶여 연구되고 언급되는 네 작품이 소재 면에서 갖는 첫째 공통점은 가정과 가족이라는 점이다. 입센 작품의 영어 번역자 중 한 사람인 맥팔레인은 이에 대해 "혈연과 가족의 연대, 부모와 자식, 성과 결혼, 젊음과 노령이 망라된 조직 내에서 입센이 그린 세계의 거주자들은 행복과 성취를 고통스럽게 추구하며 비틀거린다고 썼다.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가 혈연의 가족인 건 분명하지만 그 때문에 섬세한 갈등과 강박관념이 쌓일 수 있는 가족 간의 신뢰와 불신, 이해와 오해, 만족과 불만족, 그리고 이런 것들에 직면하기 두려워 서로 간에 '연극'을 해야 하는 구성원들의 모습이 사회문제극들의 작가였던 입센의 새로운 관심사가 된 것이다.
후기 네 작품에서 보이는 두 번째 특징은 여성의 우위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부성보다는 모성이 두드러지게 강조되며 성적인 면에서도 주도권을 잡는 쪽은 여성으로 나타난다. 대부분은 여성들은 현실을 직시하면서 그 이면의 진실을 재빨리 포착하고 인식하는 능력에 있어 남성들을 능가한다. 진실의 직시를 두려워하거나 의무나 공명심을 내세우며 그것을 은폐하려는 남성들과는 달리 여성들은 그 진실을 발설하는 용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은 자신들에게 유일하게 열려있는 가정이라는 영역에서의 주인일 뿐이며 그녀들의 자아실현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노라, 헬레네 알빙, 레베카, 엘리다 등이 이런 속성을 지닌 여성 캐릭터들이다. 여성들보다 남성들은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가정의 영역 안에 안주하기보다는 어떤 성취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남성들이 여성들의 성적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데에서도 기인하며 남성들은 자신들의 무능력을 위장하기 위해 더욱더 일에 대한 집착, 야망의 성취나 권력추구에 매달리는 것으로 그려진다. 물론 그것의 성공 여부는 극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1894년 발표된 <어린 에욜프>는 많은 평자가 <대건축가 솔네스>의 답(答)으로 보았다. 왜냐면 솔네스는 높은 교회와 탑의 건축을 그만두고 가족이 사는 보통의 집을 짓고 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평가에서도 <어린 에욜프>가 가정사를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자신의 내면에 감춰져 있는 악마성을 두려워하면서 9살짜리 아들 에욜프에 대한 모성만으로 행복하기를 거부하면서 남편 알프레드에게서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섹스를 갈구하는 여성 리타가 등장한다. 그녀를 중심으로 남편/아내, 모성/부성, 알프레드와 이복누이 아스타에게서 보이는 근친상간적 에로티시즘과 죄의식에 더해 이 가정에 죽음의 냄새를 가져오는 초자연적 존재인 쥐 부인의 등장과 에욜프의 익사로 인한 가정 내의 인간관계가 탐구되고 있다.
자산가인 리타 덕에 주인공 알프레드 알메르스는 교사직을 그만두고 필생의 역작인 '인간의 책임감'을 쓰는 일에 매진할 수 있었으나 몸이 좋지 않아 의사의 충고대로 산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는 의사의 충고 때문이 아니라 사실 책을 쓰는 일에서 결코 행복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산으로 갔던 것이다. 산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었을 때 알메르스는 내면의 변화를 겪는다. 자연 속에서 그는 진정한 삶에 대해 눈을 뜬 것이다.
알메르스는 이제 다시는 책을 쓰지 않겠다고 하며 다리를 저는 불구의 아들 에욜프를 위해 나머지 생을 보내려 한다.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장애가 있는 에욜프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면에서 행복의 감정의 갖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고아로서 어렵게 함께 자라온 이복누이 아스타의 미래 행복에 대해서도 그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리타를 충심으로 사랑하겠다고 한다. 리타는 도발한다. "난 당신의 충심 따위 관심 없어요. 난 당신을 원해요! 당신의 모든 것을! 당신만을! 처음의 그 황홀하고 가슴 떨리던 때처럼요. (열정적으로 고집스럽게) 난 사랑의 부스러기 따위로 속지 않을 거예요, 알프레드!" 리타는 그것이 아들이든 시누이든 남편의 사랑과 관심이 가 있는 누구에게든 강렬한 질투를 느낀다. 심지어 그녀는 알메르스의 사랑을 아들과 나눠야 한다는 것도 견딜 수 없어 차라리 아들이 태어나지 않았기를 바란다: "그 아인 반만 내 아이예요. (다시 감정이 폭발하며) 그러나 당신은 내 것, 오직 내 것이라야 해요! 나한텐 그걸 요구할 권리가 있어요."
리타는 입센이 창조한 여성 캐릭터 중 성적인 열정을 가장 강렬하게 드러내는 인물이다. 입센이 리타를 창조한 것은 자신의 당대 관습에 대한 또 한 가지 비판과 반성으로 보이며 <어린 에욜프>의 일상적 비극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당대였던 빅토리아 시대에는 섹슈얼리티가 공적으로 운위되지 못했다. 특히 여성의 호색은 사회의 요구로 인해 억압되었다는 점에서 입센은 인간의 위험한 본능 중 하나인 섹슈얼리티를 억압함으로써 개인의 자아가 그릇되거나 적합하지 않게 형성된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보는 평자들도 있다. 입센의 그런 생각이 그런 관습을 깬 인물을 창조했고 리타는 이 작품의 비극을 배태하고 있는 인물임이 분명하다. 리타의 아름다움은 알메르스에게 숨이 막힐 정도였고 그녀의 재산은 불쌍한 아스타의 앞길을 열어줄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것을 알메르스가 거역하거나 거부할 수 없었던 것 역시 비극의 싹이다. 자신과는 너무도 다른 리타에게 알메르스가 처음부터 느꼈던 것은 사랑이 아니라 공포였기 때문이다.
알메르스 부부가 다투고 있을 때 어린 에욜프는 익사한다. 어린 에프는 부모의 성행위 때 테이블에서 떨어져 불구가 되었고, 부모가 성의 격차로 인해 말싸움하고 있을 때 익사한 것이다. 그의 죽음은 '쥐 부인'의 등장으로 일찌감치 예견된다. 알메르스의 집에 온 쥐 부인은 쥐가 들끓는 곳이면 어디에나 나타나 늙은 개 한 마리의 도움으로 피리를 불어 쥐들을 유인해 바다속에 빠뜨리는 노파이다. 그녀는 입센이 창조한 인물들 중 <바다의 여인>에 나오는 이방인만큼이나 환상의 층위에 존재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는 정체성이 불분명한 이방인과는 달리 볼프라는 현실의 이름을 갖고 있고, 이제는 늙어 볼품없지만 젊어서는 사랑도 받았었다. 연인이 배신하자 그녀는 그를 쥐들과 함께 수장(해버린) 노파이다. 에욜프의 죽음을 전조하듯 쥐 부인과 가장 많은 말을 주고받는 건 불구의 이 아이이다. 쥐 부인은 쥐들이 물을 무서워해서 물에 빠지는 것을 싫어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자신을 따라나선다고 에욜프에게 말한다. 거의 공포를 느꼈으면서도 거부할 수 없이 리타에게 빠져든 알메르스의 인간적 약점이 쥐 부인의 말을 통해 재삼 확인된다.
극의 마지막에 리타는 이웃의 가난한 아이들을 돌보며 알메르스가 쓰기를 포기한 '인간의 책임감'을 실천할 것을 암시한다. 리타의 갑작스러운 변화와 그녀가 실천하겠다는 이웃사랑 때문에 <어린 에욜프>는 일견 교훈극 같이 보이며 진부하다. 그러나 나이 들어가던 입센의 눈은 알메르스의 철학적 인식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무대지문에 피오르의 모습은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어린 에욜프>에서처럼 3막 모두의 무대지문에 피오르의 모습을 묘사한 경우는 없다. 노르웨이 피오르를 직접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장엄함과 오묘함은 인간사를 너무나 하찮은 것으로 보이게 하는 우주적 힘을 갖고 있다. 인간은 그 앞에서 숙연해지고 가슴 뻐근한 감동을 받는다. 피오르 앞의 인간은 한없이 작아지며 자신이 그저 광활한 우주 속의 한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알메르스의 철학적 인식을 두드러지고 설득력있게 하기 위해 입센은 일상적 가정사를 내용으로 하면서 무대지문마다 피오르를 묘사함으로써 드라마의 배경으로 존재하길 원했을 것이다.
<어린 에욜프>는 1894년 크리스티아니아(현재의 오슬로)와 코펜하겐에서 10,000부가 출판되었다. 책 판매는 대성공이어서 곧 매진되어 곧바로 2판 15,000부를 찍었고 다음 해 1월에는 30,000부를 찍어야 했다. 번역본도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덴마크어로 1985년에, 이탈리아어 번역본은 1897년에 출판되었고 판매 역시 대성공이었다.
이 작품은 출판도 되기 전 런던의 헤이마켓(Haymarket) 시어터에서 낭독공연이 있을 정도로 관심을 끌었지만 막상 공연은 성공적인 책 판매를 따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세계 초연은 1895년 베를린의 도이체스 테아터에서 있었고 크리스티아니아에서의 노르웨이 초연이 뒤따랐다. 이 초연은 36회, 베르겐에서 11회 공연으로 작가의 고국에서의 수용은 끝났다. 같은 해 코펜하겐의 왕립극장, 헬싱키, 고텐부르그, 스톡홀름에서 무대화되었고 미국 시카고에서는 덴마크-노르웨이어로 공연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윌리엄 아처의 번역본이 출간된 후 여러 일간지와 잡지에 서평이 게재되었지만 초연은 2년 후에야 이루어졌다. 이후로는 1928년 입센 탄생 100주년 기념을 위해 다시 무대화되었다.
<어린 에욜프>가 책으로 출판되고 무대화 되었을 때 입센은 "크리스티 아니아의 놀라운 노인"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는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문학적 유행과는 상관없이 꿋꿋하게 극작가로서 한 길을 걸어왔고, 극작 초기부터 가졌던 주제의식과 인간과 사회에 대한 앙가주망을 퇴색시키지 않았던 입센에 대한 오마주였다. 그 때문인지 <어린 에욜프>에 대한 리뷰들은 작품 자체에 대한 비판이나 열광보다는 작가에 대한 존경심과 경외심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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