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가면을 쓰고 있다. 그는 빈둥거리고 거닐며 사람을 구경하는 척한다. 즐거운 구경꾼. 그는 거리, 가게, 카페에서 사람들을 관찰한다. 그는 카페에서 한 손님을 발견하고 그의 특이점을 주목하고 그의 삶을 상상한다. 미지 생물의 뼈를 가진 박물학자처럼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동물 전체를 추론하고 형성한다. 그것은 그의 기쁨이고, 그것은 그의 방어이다. 그는 죽음을 무시하기 위해 인생을 즐긴다. 그 그림자가 그에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글
누군가가 살 때, 그는 살아가면서 자신을 주시하지 못한다. 살면서 자신을 주시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나열해 놓으며 열정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자신 앞에 거울을 놓아둠으로써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거나 실망해서 자기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눈길을 돌린다든가, 혹은 자기 모습이 싫어져서 침을 뱉든가, 거울을 부수기 위해 격하게 주먹을 휘두를 것이다. 만약에 그가 눈물을 흘렸다면 그는 더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며, 웃었다면 더이상 웃지 않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어떤 고통의 표명일 것이다. 이 고통의 표명이 나의 극이다.
《꽃을 입에 문 남자》는 그러한 고통 표명의 전형이다. 그의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필연적으로 갈등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의 현실을 절망적으로 맞이하는 인간의 내적 투쟁을 강력하게 또한 날카롭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가능한 가장 간결하고 경제적인 방법을 취하여 피란델로의 불행한 삶의 경험이 그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 우리는 인생을 아름답다고만 생각해 왔는데, 불현듯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인생이 쓰라린 고통뿐이란 사실이다- 을 알게 함으로써 인간존재의 가장 잔인한 모순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피란델로는 한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썼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말해 왔지. 인간은 태어난 자신을 혐오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야심이 없는 법이라고. 그런데 아직까지 인생이 나에게 고통을 줌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라고,
'외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D.L. 코번 '진 게임(The Gin Game)' (0) | 2022.03.07 |
---|---|
에도가와 란포 '맹수(盲獸)' (1) | 2022.03.03 |
에우리피데스 원작 사르트르 개작 ' 트로이의 여인들' (1) | 2022.02.27 |
닐 사이먼 '제2장(챕터 투)' (1) | 2022.02.25 |
야마모토 스구루 '그 밤과 친구들' (1) | 2022.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