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열차의 거친 소음이 들리고 조명 들어오면, 서울 도심의 일각이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작은 방이 무대 위에 전개된다. 출연자들의 대사로 장소가 옥탑방임을 알게 된다. 옥탑방의 임자는 지방에서 상경해 대학원까지 마친 화학을 전공한 33세의 미취업 청년으로, 실직상태가 지속되자 그와 7·8년을 사귄 여인이 결혼을 포기하고 청년에게서 떠나가는 서장에서부터, 마치 현실과 세태를 반영한 듯한 전개에 관객은 곧바로 공감대를 형성시켜, 극 속에 쉽사리 빠져든다. 장면전환마다 영상과 궤도열차의 소음이 들린다. 주인공과 함께 포항에서 상경한 죽마고우가, 잘린 손가락 접합수술을 받았다는 소식과 함께, 친구가 직장인 철공소에서 소액의 배상금밖에 받지 못했다는 소식까지 들은 주인공은, 애인과는 결별하고 친구마저 불상사로 곤경에 빠진 것을 알자, 연말 성탄절까지 자신이 취업을 못하면, 그 분풀이로 폭발물을 제조해 서울을 날려버리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주인공의 회상장면에서 여인과의 사랑의 시작부분이 정답고 아름답게 펼쳐지기도 하지만, 수십 번의 직장도전이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연말에 이르러도 취업이 아니 되자, 주인공은 전공을 살려 폭발물을 직접 제조해, 폭탄 띠를 허리에 두르고 거사시각을 기다린다. 친구가 이를 알고 폭발계획을 저지시키려고 주인공을 설득하지만, 주인공의 완강한 의사에 속수무책이다. 게다가 주인공이 3일이나 식사를 못했음을 안 친구는 중국음식점에 음식을 주문한다. 음식을 가지고 나타난 중국집 배달원이 이러한 정황을 눈치 채고, 재빨리 경찰에 신고한다. 경적음 소리와 함께 경찰이 출동을 하고, 경찰은 확성기로 폭발계획을 중지하고 자수할 것을 권한다. 배달원이 경찰에 신고했음을 안 주인공은 배달원을 구타하고 결박하지만, 다투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중상을 입고 쓰러지고 배달원도 의식을 잃는다. 친구는 자신이 주모자인 듯 경찰에게 철공소 사장과의 대면을 요구한다. 친구회사의 사장이 오고 사장은 확성기로, 손가락 절단 손해배상금 외에 거액의 보험금의 지급을 약속한다. 친구는 자신이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하게 되었음을 친구에게 자랑하려 하지만 이미 친구는 목숨이 끊어진 상태다. 배달원 역시 절명한 상태라, 이에 절망한 친구는 자폭하려고 폭발물의 심지에 불을 켜댄다. 그러나 심지만 탈 뿐 폭발물이 폭발하지 않자, 다른 폭발물마다 점화를 하지만 역시 폭발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가짜로 폭발물을 제조했던 것이다.
<서울테러>는 작가자신이 미취업 상태가 길어, 사회에 대한 불만이 팽배했던 시기에 구상했던 작품이라는 설명이지만, 현재 백만이 넘는 실직청년이 존재하는 시점에, 이 연극은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듯싶은 작품으로 관객 모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함께 고민하고 고통을 나눈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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