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1장.
경찰의 날에 임박하여 그 축제의 일환으로, 어느 경찰서 직원들은 소인 극 공연을 위한 총연습에 매진한다. 백역 중에는 과거 희곡작가 지망생과 전직 연극연출가가 있고, 학예회 때 무대경험을 해본 직원들이 있어서 인원규합이 이루어졌으나, 여자 배역은 여경들의 거부로 남자가 여장으로 등장해야 하는 해프닝이 발생한다. 그런 대로 이 연극은 연습이 진행돼 왔고, 당일에는 전체 연극의 흐름을 규합하기 위한 총연습에 돌입하기 때문에, 집중분석과 토의를 거쳐 극중 극의 앙상블 형성에 치중하게 되는 것이다.
2장.
극중 극의 장면으로, 한적한 어느 유원지에는 점방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전직 경찰관인 홀애비가 살고 있다. 이는 부정선거에 개입한 경찰체제의 비행을 폭로했다가 파면 당한 인물로, 세상사를 모두 사시로 냉소하는 모순에 빠져 자가당착과 적반하장으로 일관한다.
홀애비의 밥짓는 모습을 보고 웃음 웃는 여인에게 과민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문단속이 전혀 안돼 도둑맞은 것은 야경들의 직무불찰로 몰아 증오하고, 동정심을 발휘하는 순찰경관의 충고는 아니꼽게만 받아들인다. 그러나 도둑이 찾아들어 비위를 맞추자 그 유인에는 홀딱 빠져 고주 망태기가 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의 사이사이, 고목 역은 추임새격의 즉흥대사로 야유를 보낸다.
3장.
홀애비가 골아 떨어진 한밤중, 여자들은 밥 서리해 먹으려고 왔다가 빵과 음료수로 때우고, 야경꾼은 순찰 돌다가 시장기를 점방 식품으로 채우고, 도둑은 자기가 공 드린 소득을 챙기기 위해 현금을 모두 훔친 뒤, 물건까지 한 자루 담으려다가 야경꾼의 재등장으로 고목 뒤에 숨는다.
그러나 야경꾼도 심통 사나운 홀애비를 골탕 먹이기 위해 상품을 훔치고, 이것을 짊어지고 나가다가 도둑에게 덜미가 잡혀, 야경꾼이 도둑에게 붙들려 그 소굴로 이끌려 가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리고 홀애비는 이런 난장판을 벌리게 해놓고도, 비록 잠꼬대나마 야경꾼과 경찰을 비난만 한다. 이런 비난과는 달리, 순찰경관은 이들의 꼬리를 잡어 추격하고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데도 말이다.
4장.
극중 극의 한차례 연습이 끝나고, 배역과 연출은 다시 분석토의로 들어간다. 여기서는 예정되지 않은 추임새격의 즉흥대사 삽입을 검토하고, 연극의 디테일을 증폭시키려는 지적이 따르지만, 몰래 지켜보았던 경찰서장의 제지로 본 공연은 커녕 연습도 취소하기에 이른다. 이것은 곧 이 작품이 경찰내부의 취약점을 꼬집고, 경찰의 비행을 야경꾼에 비유하여 표출했다는 점 때문이다. 결국 경찰의 체제적인 취약성을 노출시킨다는 이유로, 본래 희곡은 많은 교정을 거쳐 본 주제가 희석되어 왔지만, 이젠 그마저도 공연거부를 당함으로써, 그 취약성은 굳은 딱지 속에 은폐되고 마는 자가당착으로 빠져든다.
<작품설명>
인체의 피부에 상처가 나면 그 피부 역할을 대리할 딱지가 형성된다. 그리고 그 딱지는 상처가 온전하게 나아서 새로운 피부가 형성되면, 그 기능을 다하고 떨어져 나가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겪어오고 있다. 피부와는 달리 이 딱지는 딱딱하게 굳은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이것은 곧, 상처를 보호하기에 적합한 형태를 갖추기 위하여 과도기적으로 이렇게 형성되는 것 같다. 이런 현상으로 우리는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은 사람일수록 더욱 굳어진 모습으로 자기를 과보호하며 사는 형태를 흔히 보아오고 있다. 그 형태는 경색된 아집에서 빠져 자기 고집만 앞세우는가 하면, 그 고집으로 자가당착에 봉착하여, 충격을 받으면 적반하장으로까지 돌변하는 현상을 목격하기도 한다. 비단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들의 체제나 제도권에서도 이런 자가당착에 빠져있는 모습을 흔히 겪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흡사 피부를 대리하기 위해 생긴 딱지와 같이, 탄력성을 잃고 경색일변도로 자체 과보호만 일삼는다. 이 작품은 한 인간과 한 체제에 봉착한 이런 자가당착을 주제로 쓰여졌다. 극에서는 경찰체제의 자가당착을, 극중에서는 점방을 경영하는 홀애비의 자가당착을 주제로 하여, 해학적인 풍자로 희극 화한 것이다. 극의 소재는 경찰의 날에 공연할 연극 총연습의 모습과, 이 공연이 취소 당하는 과정의 내막을 그 하나의 소재로 하였고, 극중 극의 소재는 홀애비 신세로 점방관리 하나도 똘똘이 못하는 전직경찰관이 경찰업무나 타인만을 비난하는 모습을 또 하나로 하였다. 그러니까 이 연극의 전체는, 제일 소재와 제이 소재가 맞물려 진행되는, 경찰관들의 소인 극 연습장면과 그 연극의 내용이 소재가 되는 것이다. 또 이 극은 연습의 모습과 연출자의 교정, 그리고 초목을 의인화하여 추임새를 하듯 즉흥대사를 삽입함으로써, 브레히트의 서사 극적 개념을 또 다른 방편에서 구현시켜 보았다. 그러니까 극중 극의 내용에, 총연습을 극으로 한 객관성을 정립시켜, 관객이 직관적으로 분별하도록 배려해 본 것이다. 이런 시각을 통하여 탄력성 잃은 피부 상처의 딱지를 보듯, 자가당착과 적반하장으로 경색된 개인과 체제의 딱지를 보면서, 웃음을 머금게 될 것이다.
오청원
1934 대전시 서구 선화동 70번지 바리바우에서 출생
1956 서울국보예전 연극영화과 졸업
차범석. 하유상 선생께 희곡 사사
한국무대예술원 회원
1957 제작극회 4회공연 불모지에 출연
1958 일간 시나리오문예 기자.
1962 대전일보 중도일보 등에 평론 집필
1964 극단 산악 창단. 상임 연출
1965 동양티비 개국공모에 드라마 ‘안녕합숙소’당선
대전 KBS MBC애서 방송극작과 연출을 하며 5년간 활동
1967 대전 MBC 방송극회장. 충남연극협회 이사
1970 충청남도문화상 연예 무용부문 수상
1988 삼성문예상 한방사람들 수상
1991 제8회 전국연극제 한방사람들 희곡상 수상
희곡
한 방 사람들
북포태산 옥녀무덤
점방 홀애비
학아 날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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