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줄거리
주암댐 공사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실향민들은 새로 민속촌으로 지정된 낙안읍성 밖에서 그들의 터전을 가꾼다. 농사밖에 모르고 살아온 이들은 성밖 동네에서 민속촌을 찾아온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도 하고 영화 엑스트라 출연도 하고 하천부지에 땅을 일구기도 하지만 항상 가난한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목수일을 하다가 다리를 다치고 병원 영안실에서 시체 염하는 일을 하는 만수는 월남전에서 얻은 고엽병 증세로 시달리며 그 병이 아들에게까지 유전되고 아내는 집을 떠난다. 구멍가게 하는 영순네의 남편 춘보는 방랑벽으로 떠돌다가 돈이 떨어진 후 이 마을로 돌아오는데 임촌댁에 세들어 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술집 마담 정숙이와 일확천금을 꿈꾸는 음모를 꾸미고 임촌댁은 하천부지에 농사를 짓다가 측량나온 시청직원과 싸움을 벌이다가 지서로 끌려간다. 결국 아들의 죽음과 아내의 가출로 만수가 자결하고 그로 인하여 춘보와 정숙의 음모도 깨어지며 이주민 마을에는 절망의 찬바람이 불지만 만수의 집에서는 뜻밖의 소리가 들리는데...
물질문명과 외래문화의 홍수 속에서 한국인이 지녀야 할 전통정신과 땅을 사랑하는 마음속에서 한국인의 비전과 꿈을 보이고자 한다. 가난과 질곡에서도 야생초처럼 강인한 정신을 가지는 서민정신이 바로 민중의 힘이고 한국의 미래를 일구는 꿈이다. 수몰지구 이주민의 생활에 비치는 모습에서 과거의 우리와 미래의 삶을 조명하면서 한국인이 나아갈 상황을 제시한다.
사기꾼 춘보 역의 최성귀, 노련하게 만들어 가는 신파성 언어놀음, 과장된 몸짓언어, 그 속보이는 짓, 그 유치함, 그런 그가 주변 상황과 맞물려 골탕을 먹을 때 관객은 쾌소를 금치 못한다. 속이기 언어, 까발리기식의 코메디 놀이, 그것이 우리식의 사투리 언어놀음을 통해 절묘한 희극적 상황으로 변용될 때 배우들은 신바람을 주체하지 못한다.
제15회 전국연극제에서 장려상, 희곡상, 여자연기상(장미라)을 수상한 극단 거울의<야생초>(송연근 작, 연출, 부산경성대 콘서트홀) 공연은 수몰민들의 다양한 삶, 그 희노애락의 파장을 풍부하고 복합적으로 접하게 하면서 신명난 희극놀이의 묘미를 불러일으킨다. 낙안 민속 마을까지 이주해온 수몰민들, 민속마을에 영화촬영이 들어올 때 마다 활기가 돌고 엑스트라에 차출된 마을사람들, 촬영 부수입에 솔솔 재미를 부친다. 속없는 노총각 동팔(정태선 분)은 은성(김종호 분)과 더불어 술집여인 정숙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퇴짜를 맞는다. 면박세례, 물세례 등으로 낭패당하는 동팔의 그림은 코메디성 묘미를 맛보게 한다. 전라도 동부지역의 질펀한 사투리, "뭣들 하는거여! 이 호랭이가 물어갈 인간들아!", "썩어 문드러질 종자들아. 발정난 강아지처럼 잘 한다 잘해!", 그 욕설 언어의 맛깔은 관객 모두의 심중을 대변함으로써 더욱 진한 희극적 에너지를 발휘한다. "혹 수상한 여자 아닌가?"이런 진부한 의혹, 문틈으로 엿보기, 그 속없음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집단 몸짓언어, 코메디성 묘미를 일깨우는 반응연기, 동팔은 '똥파리'로 놀림받고, 이로써 송연근 특유의 언어유희극은 일순간 페이소스의 맛을 발휘한다. 마약 밀매꾼 춘보의 등장, 그와 술집여인 정숙과의 비밀 관계, 이들의 야합 상황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관객은 추적 내지 추리극의 묘미를 맛보기 시작한다. 마약밀매를 통해 한몫 잡으려는 춘보의 계획은 어이없는 만수의 죽음으로 싱겁게 끝난다. 하천둑 부지일 망정 열심히 농사일을 마다 않는 임촌댁(장미라 분), 아들 은성을 부르는 생명력 넘치는 외침언어는 철없고 경박한 아들의 이미지와 현저한 대조를 이룬다. "아휴- 썩어죽이네. 저 놈은 누굴 닮아서 맨날 저 꼴이까 잉", "우리 엄니요", 아들 은성의 속없는 대꾸는 모친 율촌댁을 심각하지 않는 상태 내에서 놀리는 놀라운 희극적 처방으로 작용한다. 농심의 건강함과 희극적 활력이 막판에 앙상블을 이룬다. 성공을 가장한 허세 이미지, "내 나이 불혹이 지나고 지천명에 가까왔는데 어찌 아우님들에게 실언이나 망발을 하겠는가?", 아내에게 그 정체가 들통나 개쫓기듯 낭패당하는 춘보의 허황한 이미지, "이 웬수덩어리야 뭐하러 왔어! 어서 꺼져. 새파란 계집하고 노닥거리며 처자식 굶은줄 모르고 3년 동안이나 내몰라라 할때는 언제고, 이제 빈털털이 되어 뭐하러와! 나가!", 그 속보이기, 그 까발리기 과정은 희극성 창출의 진수로 손꼽을 수 있다. 허세 부리는 춘보, 마약밀매 및 사기행각를 감추려는 그의 일그러진 행각은 과장된 옛날식 어투의 언어, 현학적 문어체 언어를 통해 희화되어 나타난다. 빈털털이인 춘보, 사기꾼 춘보, 그의 허세 언어는 영순네의 질펀한 욕설과 비난언어와 완벽한 대조를 이룬다. 자신의 본질을 감추려는 사기꾼의 행각이 들통나고 낭패 당하는 상황은 관객 모두에게 놀라운 희극적 쾌감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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