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연극제 최우수 반향을 얻어낸 작품이며 전국연극제 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책이라는사물을 의인화시켜 동화극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불러 일으킨 작품으로 현대 인간들의 문제점을 그 책들을 통해 실수 투성이의 인간들을 희화화시킨다. 재미있지만 여운이 남는다. 도서관 가는 길은 한 아파트의 지하창고에 쌓여있는 책을 의인화한 아이디어가 신선함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다양한 책이 버려진 인간들, 욕망에 가득찬 인간을 바라보고 비판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풍자하고 세상 모든 것의 존재가치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기회를 준다.
연출의 글
연습을 마치고 거나하게 취한 뒷풀이 술을 먹고 들어오는 날 새벽. 나의 늙은 노모가 길거리에 버려놓은 박스들을 주워다 모아놓은 마당회단에 나는 취한 발길을 멈추고 폐지를 보았다. 아! 버려져서 모아 놓은 것들... 이것이 이 작품의 탄생배경이다. 제목부터 ‘도서관 가는 길’이라고 정해 놓고는 작가를 정하는데 있어서 작년 상봉장을 같이 작업한 신인작가 이소연씨에게 의뢰하였으며, 수차례에 걸친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세상에서 처음 선보이는 창작초연이란 타이틀을 가진 연극 대본이 완성되었다. 이번 도서관 가는 길은 책과 사람들의 연극적 공간과 그 공간 안에서 감정을 만들어내는 여백을 연출하기가 가장 어려웠다. 끊임없이 대사를 주고받는 촉박함 속에서 관객을 이해시키고, 한 줄의 대사 없이 더듬거리며 동화책을 읽어나가는 임산부의 몸짓으로 이 연극의 주제를 관개들에게 심어주어야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십층에서 일층으로 내려오는 동안 사람들은 수많은 갖가지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오층쯤에서 휠체어를 타고 어렵고 길게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을 보았을 때,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까? 시간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사람, 혹은 그 휠체어가 천천히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 혹은 무표정한 일상이라고 넘기는 사람. 나는 그 아무것도 없는 엘리베이터 안에 향기로운 냄새와 감정을 자극하는 따뜻한 음악과 맑은 눈을 넣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연극. 도서관 가는 길을 본 뒤 사람들의 마음이 엘리베이터 일층에서 모두들 그 휠체어를 밀어 주는 사람이 되듯 일상에서 벌어지는 우리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으로 만들어야 했다. 도서관 가는 길 주제 마음을 소통하는 것은 밝은 빛이 아니라 맑은 눈이며. 그 눈은 글자와 언어를 익히고 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 들의 존재를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란 것의 기준은 내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함 그 안에서 영원한 것이다.
줄거리
꽃마을 아파트의 지하 창고. 그곳엔 경비원 김노인이 모아놓은 파지들과 그 해 겨울 몰래 들어와서 숨어살게 되는 앞을 볼 수 없는 거지임산부가 있다. 어느 날 아파트의 분리수거 날 대량의 책들이 각 세대에서 쏟아져 나와서 그곳에 들어오게 되고 책들의 혼은 그때부터 그 지하창고에서 자신들을 읽어줄 사람들을 기다리게 된다. 책들과 같이 살게 되는 임산부는 끊임없이 낡은 점자책을 읽으며 그 곳에서 출산을 기다리고 책들을 그 임산부의 더듬거리는 소리를 지겨워하며 새로운 주인이 자신들을 읽어주길 기다리다가 도둑이 훔쳐다가 온 노트북의 출현으로 자신들이 버려졌다는걸 알게 된다. 책들은 그래도 임산부처럼 책을 읽어줄 사람들이 세상에 남아있다고 믿으며 그 날을 기다리지만... 아파트 부녀회장의 반지를 훔쳐온 도둑 때문에 임산부가 누명을 쓰게 되고, 그 임산부를 매몰차게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더 이상 이 세상에는 책을 읽어줄 만한 사람은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책을 읽을 때 순수했던 사람들이 문명의 이기와 컴퓨터에 의해서 이기적이며, 독선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한 책들의 혼은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하려 하고 임산부는 조산으로 인해 어려운 출산을 하고 아이를 남기고 떠나게 된다. 남아있는 어린 아기와 물에 젖은 책들.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에 놀라 들어온 김노인은 책들과 아기를 구출해 내고 버려진 것들을 주어서 새로운 생명을 찾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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