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사과 밭. 공사 중인 지하벙커. 종말을 대비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종말을 2개월 앞두고 공사비가 부족하게 되자 대책을 논의하는데 대학교수가 자신의 딸을 데리고 와 함께 넣어달라고 부탁한다. 다수결에 의해 교수의 딸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지만 그녀는 종말을 믿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강제로 끌려오게 되는데…. 각자의 생존을 위해 혈투를 벌이는 사람들, 그들은 살아야하는 사람들,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말하는 지구의 종말은 과연 올 것인가!
2012년 수많은 예언가들이 다양한 이유들을 내세워 지구의 종말을 예견해 각종 매체에서 관련 내용을 다루는 등 ‘2012 종말론’은 올해 가장 큰 이슈가 되었다. 실제로 종말론을 믿고 살아남기 위해 준비를 하거나, 불안감에 휩싸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 지금, 이 작품은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지구의 종말로 치닫는 상황을 스펙터클하게 펼쳐 보인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거리며 점점 변해가는 인간의 본성을 솔직하게 다루고 있는 이 연극은 어쩌면 우리 스스로 종말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희망이 사라진 채 유일하게 남은 생존 본능이 여실히 드러나고, 종말이 다가올수록 상황은 오히려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현실. 과연 시대의 종말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바람직한 자세란 어떤 것일까? 연극 <그날이 올 텐데>는 단순히 ‘종말’이라는 소재를 풀어내지 않는다. 현대화 될수록 악화되는 인간의 폭력성과 소통의 문제, 언제나 인간을 위협하는 종말론의 폐단이 오히려 죽음을 불러올 수 있음을 강조한다. 특히 인간의 생존본능, 불안한 종말론의 끝은 과연 무엇인지, 언제 어디에서 어떤 사과나무를 누구와 함께 심어야 하는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동시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그리고 있다.
선욱현의 글
정범철은 착하고 당돌했다. 2004년, 희곡작가교육원 전문반 1기 선생과 학생으로 명동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이다. 그는 극작가 지망생이었고 연출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냥 웃기면 안 되나요?‘ 코미디를 경시하는 한국연극계의 어떤 기류에 대한 반발심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풍자희극을 좋아했던 나와는 그래서 호흡이 잘 맞았던 듯싶다. 그는 이후 옥랑 문학상 등 이러저런 공모에 당선되었고 극단을 창단했고 이제 극작가 인큐베이팅 사업에서 멘토와 멘티로 다시 만났다. 그는 이미 한참 달리고 있는 전차이다. 난 그를 믿는다. 멈춤 없이 갈 것이고 착하지만 당돌하게 자기만의 색깔과 성곽을 구축해 나갈 것이다. 여기에 향기를 더 하고 싶다. 극작의 향기는 통찰에서 나온다. 때론 자신을 가두고 끝없이 가라앉아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지혜와 함께 가야 한다. 운명처럼 사색과 통찰을 되새김질 하며 걸어가야 할 것이다. 이건 사랑하는 정범철과 내 자신에게 함께 이르는 주문이다.
작가의 글 - 그날이 올 텐데
인류는 이 땅에 존재한 이래 항상 종말을 두려워해왔다. 제물을 바치고 제의를 하며 동시대를 넘어 후세의 안위를 언제나 기원해왔다. 삶은 언제나 죽음을 동반하기 때문일까? 많은 예언자와 종교의 힘을 빌린 선구자들이 지구 최후의 날을 예측해왔고 자신들을 믿고 따를 것을 종용해왔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그들의 예언이 맞았던 적은 없다.
2012년. 또 다시 종말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1999년 세기말에 대한 종말론이 허황된 해프닝으로 끝난 지 불과 10여년뿐이 안된 지금, 왜 또 다시 인류는 종말을 걱정하고 있는 것일까. 논어에서 공자는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이 믿기만을 좋아하고 그것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사회적인 적으로 나타난다.” 라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2012년 종말론은 지금까지의 종말론과는 사뭇 다르다 종말론이 과학의 옷을 빌려 입기 시작했다 보다 설득력 있는 근거를 찾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번엔 맞을까?
이 작품은 ''종말이 온다.” 혹은 "오지 않는다.”란 단순논리를 말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종말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언제나 인간을 위협하는 종말론의 폐단이 오히려 죽음을 불러온다.” 라는 것이다. 인간의 생존본능, 불안한 심리를 이용한 시한부 종말론의 끝은 과연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스피노자는 말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말을 다시금 되새겼으면 한다. 더불어 우린 왜 지금, 이 땅 위에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작가 프로필
2004년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졸업
2005년 희곡작가교육원 제1기 수료
2008년 한국 극작 워크습 10기 동인
2008년 극발전소 301 창단 現 대표
주요작품
<타임택시>,<로미오와 줄리엣은 살해당했다>, <삼겹살 먹을 만한 이야기>, <병신3단 로봇>,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서울테러> 외 다수.
수상경력
2006년 제8회 옥랑희곡상 자유소재부문 최우수작 수상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해당했다’
2007년 제4회 파크 희곡상 수상 「배우로봇 김태리」
2008년 제4회 파파 프로덕션 창작희곡공모 가작 당선 「미스터리 인질극 X」
2009년 아르코 영아트 프론티어 지원 선정
2011년 차세대 희곡작가 인큐베이팅 선정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혜원 '내 결혼식에 와 줘' (1) | 2016.04.29 |
---|---|
이소연 '도서관 가는길' (1) | 2016.04.29 |
송연근 '야생초' (1) | 2016.04.28 |
김창일 '깡통꽃' (1) | 2016.04.27 |
이근삼 '이성계의 부동산' (1) | 2016.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