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족 명문가의 미남자 칼리스토는 어느 날 사냥을 하던 중 우연히 멜리베아를 보고는 첫눈에 반한다. 칼리스토는 사랑을 이루고자 노력하지만 멜리베아의 완강한 거부로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이에 칼리스토는 간교한 뚜쟁이 노파인 셀레스티나에게 중매를 청하기로 한다. 셀레스티나는 이 일을 위해 칼리스토의 두 하인인 셈프로니오와 파르메노에게 자기가 거느리고 있는 창녀를 이용해 자기편으로 끌어들인다. 두 하인은 셀레스티나의 계략에 빠져 쾌락과 물욕의 노예가 되어 셀레스티나와 동맹을 맺는다. 마침내 멜리베아를 만난 셀레스티나는 특유의 노회한 설득력으로 멜리베아의 가슴속에 칼리스토에 대한 사랑을 지피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 멜리베아는 점점 순결과 욕망 사이에서 괴로워하게 되고, 마침내 자신의 격정을 숨기지 못하고 사랑을 고백하고 만다. 이로써 첫 번째 장애물은 해결되었지만, 또 다른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이 작품은 신 중심 사회이던 중세가 막을 내리고 인간 중심 사회로 바뀌어 가던 시기의 산물로, 인생과 사랑과 운명과 신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유대인으로서 영민하나 사회에 발붙일 곳이 없었던 작가로서는 누구보다도 시대의 공기를 예민하게 감지했을 것이다. 당시 스페인 당국은 이단 심문소를 설치하여 조상들의 종교까지 추적하여 가톨릭 피의 순수성을 강요했는데, 이에 페르난도 데 로하스 집안 역시 가톨릭으로 개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개종한 사람에게조차도 스페인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었다. 『라 셀레스티나』 속에는 이런 전환기의 기운이 생생하게 녹아 있다. 정신과 물질, 개인 가치와 사회 제도, 주인과 하인, 인간 존재와 그 본질의 투쟁과 갈등이 당시 스페인 하층 문화를 배경으로 화려하게 펼쳐져 있다.

“만일 스페인에 『돈키호테』가 없었다면 대신 그 영광을 누렸을 작품”이라 할 정도로 높이 평가받는 이 작품은, 스페인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사의 원형 중 하나를 이루었다. 이 작품은 원래 1499년에 나온 『칼리스토와 멜리베아의 희극』이라는, 총 16막으로 된 극에서 출발한다. 이것을 1502년 페르난도 데 로하스라는 작가가 『칼리스토와 멜리베아의 희비극』이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출간했는데, 여기에서는 다섯 막이 더 늘어나 21막이 되었다. 지금 전해지고 있는 『라 셀레스티나』라는 제목은 1519년 이후의 일이다. ‘셀레스티나’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탐욕스럽고 고약한 뚜쟁이 노파의 이름으로, 이후 벨라스케스, 고야, 피카소, 보테로 같은 화가들의 그림 소재가 되기도 했다.

페르난도 데 로하스 (Fernando de Rojas)
-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던 시기의 스페인 작가인 페르난도 데 로하스는 1470년 톨레도주의 라 푸에블라 데 몬탈반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당시 스페인 당국은 이단 심문소까지 설치해 가며 가톨릭을 강요했는데, 이 때문에 증조부 때 개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페르난도 데 로하스의 집안은 비밀리에 유대교 의식을 계속 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페르난도 데 로하스의 생애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1496년 살라망카 대학에서 법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25세 되던 무렵에 그의 유일한 작품인 『라 셀레스티나』를 집필한 것으로 추측된다. 1507년에 역시 가톨릭으로 개종한 유대계 집안의 딸인 레오노르 알바레스 데 몬탈반과 결혼했으며, 그녀와의 사이에서 일곱 명의 자식을 낳았다. 1541년 세상을 뜰 때까지 변호사 일을 했다.
그가 죽을 무렵 32쇄를 거듭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린 『라 셀레스티나』는 스페인 문학사에서 『돈키호테』에 버금가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귀족 명문가의 자식인 칼리스토와 여자 주인공인 멜리베아의 죽음을 불사한 사랑과, 이들의 두 하인, 그리고 간교한 늙은 뚜쟁이 셀레스티나를 중심축으로 전개되는데, 정신과 물질, 개인 가치와 사회 제도, 주인과 하인, 인간 존재와 그 본질 사이의 투쟁과 갈등이 당시 스페인 하층 문화를 배경으로 생생하고 화려하게 펼쳐진다. 이는 중세에서 근대로 전환되는 시기의 정신적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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