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 비디오 빌리러 나갔다가
30대 초반의 회사원,<조민구>는 아직 결혼은 하지 않은 채,<한지은>과 동거 중이다. 그는 한밤중에 숙취에서 깨어나 비디오를 빌리러 나간다며 집을 나선다. 그런데 온 거리가 칠흑같은 어둠에 휩싸여있다. 그 어둠 속에서 조민구는 낯선 취객들을 만난다. 그들에게 집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물을려다가 그들로부터 이유없는, 가혹한 폭행을 당한다. 기절 후 깨어나자 눈 앞에는 역시 낯선 여대생들이 둘러 서 있다. 그녀들은 조민구에게 강촌으로 소풍을 가자며 유혹한다. 그는 마지못해 거기에 응하고 택시에 올라탄다. 그런데 강촌으로 가는 북한강가를 달리다가 곁을 본 조민구는 경악한다. 여대생들이 아닌 그의 동거녀<한지은>이 타고 있는 게 아닌가. 조민구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당황하지만, 한지은과 택시기사는 도리어 조민구를 이상하게 취급한다. 실갱이 도중 택시가 벼랑 아래로 구른다. 깨어나지만 이번엔 국적을 알 수 없는 군인들로부터 추격을 받는다. 조민구는 그때서야 깨닫는다. 이건 현실이 아니라 악몽이라고. 그래서 의도적으로 꿈에서 깨어나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도저히 꿈에서 깨어날 수 없다.
2막 / 막차를 타려는 조민구
조민구는 대학 동문들이 모인 술집에서 깨어난다. 그 자리는 은사님이 외국으로 떠나는데 대한 환송회 자리이다. 그 자리에서도 조민구는 편하지 않다. 동문들 앞에서 지나치리만큼 애정을 표현하는 은사님, 육체적으로 유혹하는 여자 선배, 잊혀졌던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여자후배, 질시어린 선후배들, 게다가 그 술집의 써빙은 결코 술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이제 조민구는 막차 시간에 조급해한다. 내일이 작은 애 생일이라 생일케익을 사가지고 빨리 귀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문들의 만류를 뒤로 한 채 막차를 타기 위해 황급히 그 자리를 빠져나온다. 그런데 환승역에 도착한 그는 도무지 막차를 타지 못한다. 아니, 막차를 타는 승강장을 찾지 못한다. 결국 막차라고 탄 지하철에선 이상한 노인들과 젊은 학생을 만난다. 결국 조민구는 3호선이 아니라며 그 지하철에서 내리는 데, 역장이 다가 와 바로 그 지하철이 3호선 막차였다고 일러준다. 그는 결국 막차를 타지 못한다.
3막 / 대극장에서
조민구는 이제 어마어마하게 큰 대극장 객석에 앉아있다. 그 극장의 무대는 마치 잠실 운동장처럼 큰 - 그런 말도 안되는 - 극장이다. 거대한 체육관 같은 대극장에서, 사내는 공연을 볼 마음이 전혀 없는 까닭에 공연 자체가 시종일관 불만이다. 게다가 관념적이고 알 듯 모를 듯한 대사만을 반복적으로 뱉어내는 배우들에게 더욱 화가 치민다. 결국 조민구는 공연 중에 일어나 무대 위의 배우들을 향해 욕을 퍼붓고는 그 자리를 서둘러 빠져나온다. 하지만 역시 극장을 빠져 나오지 못한다. 미로 같은 그곳에서 만나는 괴상망측한 사람들, 출구를 찾기 위해 나누는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제 사내는 점점 뭔가를 깨달아가는데.... " 모르겠어요. (사이) 내가 왜 여기 있는거죠? 내가 왜 집을 나온걸까요? 아니, 내가 나온 집이 어디고 들어가려는 집이 어디죠? 당신들이 얘길 해봐요. 난 도무지 모르겠어요. "
작가의 작품 소개
" 아무도 가르쳐 줄 수 없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우리가 떠나온 곳,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 그곳은 정말 어디란 말인가? 그곳에 다다르기 까지, 삶은 악몽일 뿐이다. " " 나를 둘러 싼 모두가 나의 적이다. 하지만 그들은 또 나의 선생이다. 인생은 괴로운 수업이다. " { 삶은 악몽이다... }라는 화두를 가지고 이 작품은 시작되었다. 또 필자가 직접 꾼 세 편의 악몽이 이 극의 직접적 모티브가 되었다. 우리 누구나 가끔 만나게 되는 악몽을 소재로 하였지만 더 나아가 우리 삶 자체가 악몽일 수 있다는 얘기로 확장하고 싶었다. 실제로 우리 주변 삶은 악몽 보다 더 끔찍하고 비참할 때가 많지 않은가. 그래서 악몽의 연극적 반추야말로 필요한 작업이라고 느꼈었다. 하지만 희곡 [악몽]은 우릴 둘러 싼 - 현실에 대한 절망을 보여주려는 작업이 아니다. 도리어 절망이야말로 우리에게 삶의 의지를 더욱 북돋게 하는 자극체라고 말하고 싶었다. 진정으로 절망한 자가 꿈을 꿀 수 있다고 했다. 희곡 [악몽]의 주인공 또한 결말부에 얻은 해답은 자신이 정말 - 철저히, 완벽하게도 - [모른다는]거다. 바로 그 백지(白紙) 상태에서 주인공은 또 출발하려고 한다. 그건 새로운 시작이자 극 중에서 얘기하는 희망이다. 악몽을 통해 그런 희망아닌 희망을 역설 하고 싶었다. 악몽같은 현실이지만 그럴수록 더욱 잘 살아보자고!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생명력 처럼, 生에 대한 활력을 강조하는 연극이었음 한다. 연극적으론 꿈이 가지는 의외성을 충분히 활용하여 재미와 아울러 실험적인 연극 언어 개발 - 形式美를 추구하는데도 의욕을 가져보았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염재만 '반노' (1) | 2015.11.17 |
---|---|
선욱현 '불면' (1) | 2015.11.17 |
이재현 '못 잊어' (1) | 2015.11.17 |
최인석 '그 찬란하던 여름을 위하여' (1) | 2015.11.17 |
이병원 '바람 꽃' (1) | 2015.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