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시인의 자살여행...
촉망받던 한 시인에게는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다.
어느 날 시인의 눈앞에서 아내는 자살하고 시인은 그 충격으로 절필한다. 삶의 의욕을 잃고 절망에 빠진 시인 우영. 하지만 그는 오늘 당장 자살할 용기도 없다. 때문에 그가 택한 방법은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영원히<사라지기>이다. 우영은 자신의 무덤으로 베트남을 선택한다. 그는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여권과 비자, 돌아갈 비행기표 등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모든 증명서를 찢어버리고 밀림으로 향한다. 말라리아와 이질 설사로 죽음직전에 이른 우영은 윤락녀를 찾아 쾌락을 탐닉하지만 격렬한 성행위도 따뜻한 위로도 그에겐 존재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 다시 한번 죽음을 시도하는 우영은 거의 시체의 모습으로 거적에 싸여 버려진다. 그때 그를 간호해주는 낯모르는 여인이 있다. 끊임없이 죽기 위해 몸부림치는 우영과 그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여인. 그녀는 월남전 당시 한국인과 살던 현지처로 통일 이후 '라이따이한'이라고 불리는 한국인2세 딸을 데리고 고통스런 삶을 살아왔다. 딸은 '라이따이한'이라는 이유 때문에 마을 사람들에게 윤간을 당해 임신 중이고 여인은 자신의 삶이 반복되는 것을 끊기 위해 낙태시키려 한다. 과거 아버지의 월북으로 연좌제의 희생양이 되었던 그는 낯선 땅에서 또 한번 벗어날 수 없는 연좌의 사슬과 마주치게 된 것이다. 이 슬픈 현장에서 주인공 중년 남자는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자신보다 더 고통스럽게 살아온 베트남의 모녀를 위해. 그리고 새로 태어날 아이의 아버지를 대신하기 위해.
<작품 의도>
인간 실존의 문제와 대속의 의미를 새겨보기 위해.
월남전에 참전했던 사람이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날, 월남으로 잠적한다. 스스로 실종되는 것이다. 그는 자기 인생에서 사라지기를 원했고 사라짐은 곧 자살을 의미한다. 헌데 그가 월남의 정글에서 만난 것은 전쟁의 상처와 후유증으로 신음하는 또 다른 고통, 즉 자신이 앓고 있는 절망보다 몇 배 더한 고통의 현장이다. 만약 삶을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생의 의욕을 되찾고 기적이 발생할 수 있다면, 그 힘은 자신보다 더 큰 절망에 처한 사람에게 행하고 희생과 대속의 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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