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 모노드라마 "다시 서는 방" 94.9.30~ 충돌 소극장
최 미현 원작소설을 이영란 각색했다,
이 작품은 주인공 여성이 평소 가까이 지내 온 인생의 선배에게 편지 형식을 빌려 자신의 삶의 문제를 이야기 하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이영란씨는 이극에서 결혼은 무엇이고 왜 결혼을 하게되는지,이혼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또 여성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묻는다.
무대는 기존의 연극 무대가 보여준 사실적인 세트가 아닌, 여인의 내면을 상징하는 세트로 꾸며지며,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도입해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선생님 정말 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전에는 정말 지겹게도 편지를 써 댔죠. 거의 매일. 언젠가는 아침에 부쳤던 편지가 너무 부끄러워서 오후 내내 문방구 앞 우체통 앞에 서서 우체부가 우편물을 수거하러 오기를 기다린 적도 있었죠.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우체부와 싸우다시피 내 편지를 되 가져 올 수 있었을 때의 안도감. 보내놓고 나서 선생님께라도 그런 건 정말 말하지 말아야 했는데 하는 낭패감도 여러 번 있었지요. 써놓고는 부치지 않고 책상 서랍 안에 그대로 쌓여 있는 편지는 더 많아요. 그 시절 편지 쓰기는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통로였어요. 선생님께 말하면서 세상과 대화하는 법을 하나하나 배워 나갔던 셈이죠. 내가 모르고 있었던, 아니면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고 보기를 두려워했던, 나의 모습도 함께 조금씩 바라 볼 수 있으니까요. 오랜만에 책상 정리를 하는데 책꽂이에 먼지를 뒤집어 쓴 채 꽂혀있는 오래 전의 일기책이 눈에 띄더군요. 책상정리는 뒤로 미룬 채 주저앉아 일기책을 넘기는 것으로 오후를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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