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어도 모두 모이라”는 막내딸의 긴급연락을 받은 핵(폭탄?)가족!!
먼저 도착한 가족들은 늘 그랬듯, 귀는 닫고 입만 열어 자기 얘기만 한다.
엄마는 꿈이 불길하다며 딸 걱정에 신경이 날카롭고,
아버지는 “당신 꿈은 늘 개꿈이었지.” 엄마 속을 긁는다.
늦은 나이에 여전히 락커를 꿈꾸는 아들 건우는
“결혼은 언제 할꺼냐?”는 잔소리에 ‘예술가의 자유로운 영혼’을 들먹이고,
큰딸 선미는 여전히 지구온난화를 설파하며 가족들에게 후원금을 강요한다.
드디어 도착한 막내딸, 특별한 손님이 온다며 “제발 화목한 가족인 척 해달라”는데….
모두 모이라는 막내딸의 연락에 오랜만에 모인 가족의 모습은 전혀 단란한 풍경이 아니다.
엄마는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에게 다단계 치약을 판매하려 하고,
첫째딸은 환경운동가라는 직업을 통해 매일 아날로그 삶을 추구하며
가족들에게 환경 후원금을 강요한다.
또한 아들은 늦은 나이에 락커를 꿈꾸고 있고,
아버지는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모두 장사만 한다며 혀를 내두르기 까지한다.
이 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저녁식사를 하자며 모두 모이길 권유한 막내딸은
자신의 남자친구를 데려와 결혼할 사이이니 화목한 가족분위기를 보여달라고 부탁한다.
과연 '콩가루 가족'의 화목한 가족 코스프레는 성공할 수 있을까.
특별한 저녁식사는 해체된 가족의 재결합을 주제로 한 이야기이다. 현실적인 캐릭터와 코믹한 상황에 관객들이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이 자유분방하고도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은 공통적으로 각자의 삶에만 매몰되어 주변을 살피지 않으며 상대와 소통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였음에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서로 티격태격 말다툼 하기에 바쁘다. 본인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독불장군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큰 목소리로 호통만 치고, 아들 건우는 그것을 무시한 채 헤드폰을 쓰고 기타만 친다. 어머니 또한 가족 불화의 원인은 모두 아버지에게 있다며 상황을 회피할 뿐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큰 딸 선미는 이야기 주제와 관계 없는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만 주구장창 이야기 하고, 이들을 중재하는 막내딸 선우 역시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지만 사실 본인 역시 그들과 같은 행동을 똑같이 한다. 독특하지만 현실적인 이들의 모습에서 현대인들의 이기적인 모습을 풍자하고 소통하지 않는 현대 가족 실태를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가족들은 티격태격 하면서도 막내딸 선우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특별한 손님’인 선우의 예비신랑 진호에게 선의의 거짓말(화목한 가족인 척)을 한다. 연극 내에서 진호라는 캐릭터는 실제 가족의 상황을 모른 채 순수한 행동만을 하는 인물로 가족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낸다. 이 특별한 손님 덕분에 아버지는 없던 가훈을 만들기도 하고 억지로지만 진호가 준비한 커플티를 어머니와 입는다. 또 불통하며 자기 이야기만 하던 가족들은 지구온난화라는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함께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이는 연극 초반의 모습과 대조되는 모습으로 가족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진호가 선우가족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며 해체된 가족을 다시 하나로 연결해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화목하지 않은 가정에 특별한 손님 하나가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다는 뻔한 내용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 사회 속에서도 진호라는 캐릭터처럼 갈등을 해결해줄 매개체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핵가족화 된 혹은 핵가족 조차도 해체되어 1인 가족이 즐비한 우리 현실의 모습을 코믹하게 풍자한 이 연극에서 우리는 진지하게 혹은 유머스럽게 진정한 가족의 참된 의미를 곱씹고, 현대인들이 마주한 소통의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작가의 글 – 오혜원
한적한 오후의 한 커피숍. 모두가 달콤한 커피향과 나른한 보사노바 음악에 취한 듯 나른하게 몸을 뉘여 나지막한 목소리로 쉴새없이 이야기들을 나눈다. 나도 불쑥 그들 곁으로 다가가서 그냥 그 자리에 앉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저 혼자 있긴 심심해서 뭔 얘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는지 한 번 들어보고 싶어서요. 그러니까 저 신경 쓰지 마시고 계속 이야 기 나누세요."와 같은 황당한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날리면서 말이다. 커피를 먹어도 음악을 들어도 바스락거리는 쿠키를 먹어도 그들처럼 몸이 나른해지지 않는다. 뭔가에 쫓긴 듯 마음은 급 하지만 집중은 안 되고 몸은 피곤하기만 하다. 누군가의 위로를 조언을, 격려를 받고 싶지만 점점 식어가는 커피만을 훌쩍거릴 뿐이다. 별 생각 없이 잡지를 보다가 문득 한 장면이 스치고 지나갔 다. 각자 이야기만을 하는 한 가족. 뭐, 어디서 본 듯한 흔하디 흔한 이야기지만 난 그날부터 무작정 그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 사실. 가족이 됐든, 친구가 됐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쓰고 싶은 이야기 한덩어리가 생겼다는 것이다. 뭔가를 쓰지 않으면 내 존재가 이 세상에 없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오늘 도전이 세상에 출근했습니다'라는 기분으로 매일 한 줄, 한 줄 이어갔다. 릴레이 경주를 하듯. 경주를 시작할 땐 혼자였지만, 경주를 다 마치고 나선 그래도 혼자가 아님에 안도감을 느낀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가 그렇게 절박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또 그런 절박함이 있었기에 지금 먹는 커피가 그때에 비하면 많이 달콤해지지 않았나 싶다. 아직 정복하지 못한 추리물의 세계, 아직 다 발견하지 못한 점 세계의 숨은 코미디 작품들. 아직 다 완성되지 못한 엘피판 수집, 아직 다 읽어보지 못한 조지 카우프만 작품집을 생각하면 마님 설렌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설렘을 줄 수 있는 이야기꾼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작품을 쓰는 동안 나에게 식사제공 및 아낌없는 조언과 격려를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1975년생. 1999년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졸업.
200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전문사과정 졸업
작품 : 2005년 우리 연극 만들기 희곡공모당선 <일요일 손님>
2007년 4관객프로덕션 <남자1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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