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도은 '냉장고로 들어온 아이'

clint 2023. 12. 18. 18:01

 

 

과거 자신이 사랑했던 연인의 딸인미래가 냉장고 안 세계로 들어오게 되면서 그녀와 가까워지는의 이야기와미래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엄마인권성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펼쳐진다. 작가는 여성들만으로 이뤄진 냉장고 속 여성 공동체의 풍경과 사라진 여성을 찾으려 하기보다 추도하려 애쓰는 냉장고 밖 현실을 그려내며, 극 내의 두 세계를 통해여성의 삶에 대해 조명한다.

 

14살 소녀, ‘미래는 어느 날 초능력을 가지게 된소년과 함께 비행을 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사망한다. 겁에 질린 소년은 미래를 홀로 버려두고 도망치고, 혼자 남은 미래가 향하게 된 곳은 천국이나 지옥이 아닌 뜻밖에도냉장고 안이다. ‘냉장고 안냉장고 밖에 사는 사람들에게 오래된 동요로만 전해지는 무시무시한 곳, 어린 여자아이들을 겁주기 위해 사용되던 곳에 불과했다.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냉장고세계 안에 들어가게 된미래는 그곳에서 새로 들어온 여성들의 신발을 수선해주는를 만난다. 냉장고 안에 들어오게 되면서 이전의 기억을 잊어버린 미래에게 모는 이곳의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서서히 기억이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미래가 냉장고 안 세계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둘은 가까워진다한편, ‘미래가 죽음 이후에 사라져버린 사실에 그녀의 엄마인권성은 의심을 하며 자신의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권성은 자신이 어렸을 적에 냉장고 안에서 나왔던를 만난 적이 있기에 그녀는 어쩌면 자신의 딸 역시냉장고 안으로 들어가게 된 게 아닐까 하고 의심한다. 그러나 권성의 남편은 그런 그녀를 비난하며 딸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요한다. 이때 권성을 찾아오는 이가 있다. 바로 미래의 죽음과 연관된소년이다. 소년은 자신의 실수로 인해 미래를 잃었다는 사실을 권성에게 털어놓고 권성은 자신의 딸이 있을냉장고 안세계로 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처럼 이야기는 냉장고 안으로 들어오게 된 미래, 냉장고 밖에서 자신의 딸을 찾는 권성, 과거 냉장고 안을 벗어나 밖으로 나가 권성과 만난 적이 있던 모, 이렇게 3명의 여성 인물의 이야기를 경유해가며 진행된다. 작품은 냉장고, 초능력, 안과 밖이라는 비현실적 요소를 통해남성 히어로가 익숙한 가부장적 세계에서 그로 인해 지워진 혹은 사라진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가며, 살아갈 지에 대해 고민한다.

 

낭독공연

 

 

 

냉장고 속의 여자란 남성 캐릭터의 각성과 동기를 위해 살해당하거나, 강간당하거나, 부상당하는 여성 캐릭터를 가리킨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성 캐릭터는 주체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누군가를 위한 도구로써 단순히 소비된다. 1999년 초에 온라인에서 친구들과 함께 만화책 토론을 하던 게일 시몬에 의해 만들어진 단어이다. 이 단어는 1994년 발행된 히어로 코믹스인 <그린랜턴> #54의 한 장면에서 유래한 것이다. 간판급 주인공인 그린랜턴 카일 레이너가 자신의 여자친구인 알렉스를 찾으러 아파트로 돌아와보니 그녀는 악당인 메이저포스에 의해 잔인하게 토막살해 당해 냉장고 안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를 본 카일 레이너는 분노의 힘으로 메이저포스를 무찌르고 히어로로 멋진 활약을 펼치게 된다. 또한 이러한 여성의 목록을 모은 웹사이트를 가리키기도 한다. 이후 시몬은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위 사례와 같이 '죽임당하고, 불구가 되고, 무력화된' 여성 캐릭터들의 명단을 작성했고 그 명단이 적힌 곳이 바로 그 웹사이트이다.

 

작가 도은

 

남성은 강하므로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여성이 남성을 보호하면 안되는 걸까..보호의 대상을 한정 짓는 다는 것..냉장고 안의 세계와 냉장고 밖의 세계. 냉장고 안은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음식과 식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외부의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변화를 싫어한다. 그리고 먹고 남은 음식, 또는 음식이 만들기 위한 재료와 같이 선택에 대한 권한이 없다.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닌 선택을 받아야 하는 존재냉장고 속의 여자처럼.. 

실종된 딸 미래가 사라지자 다른 여성들처럼 냉장고 안에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엄마 권성의 마음은 하늘이 무너러질 것과 같은 슬픈 마음이다. 죽음을 받아드리지 못한 권성은 과거 냉장고 안에서 만난 모를 만난 적이 있기에 냉장고 안에 미래가 있다고 확신한다. 냉장고 속의 여자들은 억울한 피해자들이 모여 있는 그 곳..

권성의 남편은 권성에게 딸의 죽음을 받아드려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권성에게 그런 남편이 밉다. 잊혀진다는 것. 왜 잊어야 하는데..사랑하는 내 딸을권성은 소년을 만난다. 마지막으로 미래와 함께 있었던 소년에게는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 그가 사고가 나서 어쩔 수 없이 미래를 놓아두고 도망쳐야 했다는 말. 나는 믿을 수 없다. 감추려 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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