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차근호 '바이러스 키드'

clint 2023. 12. 19. 11:39

 

 

 

지폐를 감염시키는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은 나라를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바이러스는 마치 숙주인 지폐를 보호하는 것처럼 지폐를 만지는 사람을 감염시켜 죽인다. 정부는 바이러스의 창궐을 막기 위해 시중의 모든 지폐를 회수하여 소각하고 전자 화폐로 전환하기로 한다주인공 오정진은 10대 시절 서울 시내를 누비며 오토바이 경주를 했던 문제아. 경주에서 사람을 죽게 한 이후, 죄책감에 빠진 정진은 무당인 어머니 예지의 말에 절대 복종하는 삶을 산다. 정진은 어머니가 주었던 합의금을 갚기 위해 회수조가 된다. 그러나 회수조의 일은 말 그대로 전쟁을 치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정진의 후배인 최도해는 10대 시절부터 함께 했던 인물. 도해는 바이러스 방호세트를 파는 사업으로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중국에서 수입하는 방호세트는 대부분이 불량품이다. 그럼에도 도해는 돈을 벌기 위해 서슴없이 물건을 판다.

 

 

낭독공연 바이러스 키드

 

자본과 권력을 지배하는 세력은 이 기회에 자신들이 숨겨놓은 불법 자금을 양성화기로 한다. 그들의 압박을 받은 정부는 새로운 시행령을 발표한다. 돈을 회수하는 속도를 높여 바이러스사태를 조기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시민들에게 직접 돈을 은행에 입금하게 한다. 그리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여 선진 금융시스템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불법성이 있는 돈도 법적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다. 회수조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이제 목숨을 걸고 돈을 은행으로 가져가야 한다. 나라는 또 한 번 아수라장이 된다이 사이, 정진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동시에 족쇄이기도 했던 엄마가 죽는다. 그리고 도해는 정진에게 한 가지 일을 부탁한다. 그 일은 누군가의 돈을 은행까지 날라주는 것. 정진은 도해가 불량 방호 세트를 판 것이 약점이 되어 협박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망설이던 정진은 자신의 가장 절친한 후배이자 과거의 삶을 함께한 또 하나의 족쇄인 도해의 부탁을 받아들인다. 정진은 10여 년 만에 다시 오토바이를 탄다. 정진은그분의 돈을 실은 오토바이들을 은행까지 신속하게 안내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돈을 나르는 작업은 실패한다. 돈을 탈취하려는 종말론자들의 공격으로 은행으로 가던 모든 사람이 죽는다. 그리고 도해는 길을 안내하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다그분의 심복에게 죽음을 맞는다.

혼자 살아남은 정진은 예지와 도해라는 족쇄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정진은 어머니가 했던 유언을 따르기로 한다. 그것은 그 누구의 말도 듣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라는 것. 정진은 꼭 가고 싶었던 곳, 지평선이 보이는 초원을 새로운 목적지로 정하고 오토바이를 몬다.

 

차근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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