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 몰래 할머니와 함께 설탕을 퍼먹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할머니가 몰래 먹는 걸 들킨 후, 같이 공범이 된 것이다.
아빠는 출근하면 주로 할머니와 같이 보낸 어린 시절이었다.
학창시절, 첫사랑 은하에게 화이트-데이에 뭐를 줄까 고민하다
할머니의 조언으로 달고나를 직접 만들어 선물하고 같이 먹으며 은하를 감동시킨다.
대학시절 선배, 동기와 조별 과제를 같이 하며 설탕무역에 대해 발표한다.
끝나고 술 마시며 서로의 미래를 고민하고, 자신만 미래를 계획한 게 없다는 걸 할머니에게 말한다.
할머닌, “설탕이 무슨 향이냐?”고 하며 무색 무취이지만 자기 역할을 충분이 한단다.
나는 설탕 같은 존재가 되기로 한다.
졸업 후 자꾸만 좌절되는 취업 속에서도 먼저 취직한 친구의 설탕국수 한 그릇에 다시 웃었고,
드디어 취업한다. 음료 '비타민 충전왕' 만드는 회사. 얼마간 인턴으로 일하면
정규직으로 해준다며 배치한 곳이 음료탱크의 설탕 막을 제거하는 중노동이다.
결국 그 고된 작업을 하며 흰 가루가 날리는 가운데 설탕더미에 깔려 죽는다.
그런 '나'는 궁금했다. 그래서 묻고 싶어 졌다. 낼 수 있는 만큼 큰 소리로
“이런 달콤한 기억들 뿐인데, 대체 왜...?"
설탕에 대한 달콤한 기억만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반복해서 좌절되는 취업에도 설탕의 달콤함으로 다시 웃을 수 있었는데,
끝까지 설탕과 함께하며 맞이한 결말은 그리 달콤하지가 않다.
작가의 말 - 신영은
'나'는 극 중에서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어쩌면 이 글을 쓰는 '나'일지도 몰라요. 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나'일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기억하고 싶어 이 이야기를 썼습니다. "음료수를 만들고 남은 설탕을 청소하는 작업을 하다 돌아가신 하청업체 직원 분의 기사를 읽었어요. 설탕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고, 달기만 한 설탕에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죽음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모든 이들과 무대를 채워 준 함께해 준 이들과 이 '기억'을 함께 나눠 줄 여러분, 너무 감사해요. 언제나 건강하세요.
신영은 2022년 <마주 보는 집>으로 <강원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 작· 연출
<우리집>, <유난히 긴 식탁>, <나의 이웃>, <미치지 않고서야>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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