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로 유명했던 영화배우 유나연과 그녀의 열혈 팬인 재경이 천국의 대기실(연옥)에서 만난다.
나연은 곶감을 먹다 기도가 막혀서, 재경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
팬인 재경은 곶감을 먹다 목에 걸려 세상을 뜬 여배우의 허탈한 죽음에 실망한다.
그녀는 까다로운 여배우의 저돌적이고 당당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며
그녀를 자신만의 상상으로 우상화해 왔다.
여배우 나연은 그런 팬의 태도에 처음 당황스러워 한다,
환생의 기로에서 환생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단다.
결정을 유보한 재경은 정작 나연을 만나 나연에게는 선택을 재촉한다.
여기서 재경이란 인물은 안 좋은 가정 환경에서 학대받은, 어떻게 보면 한국의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일 수도 있는 인물인 것 같다. 재경의 표현에 의하면 부모가 자기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자기 비하하며 엄청난 상처를 겪고 자란 거다. 그래서 재경이는 독립을 위해 일도 하고, 그러다 마음껏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나쁜 여자’ 스타를 좋아하며 사실 대리만족을 하며 살아왔던 거다. 본인은 대리만족이 아니라고 하지만. 엄마 아빠한테 못 받은 무언가를 스타에게 투영하게 된 건 아닐까.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저쪽에 있는 멋있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막말 스타인 나연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연옥에서 만나 보니 재경이가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닌 것 같고, ‘나쁜 여자’가 후회하고 망설이고, 고민 하고, 곶감 먹고 죽어 연옥에 오고. 자기가 본 이미지랑 되게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재경은 자신의 모델이 환생해서 계속 ‘나쁜 여자’로 살아가길 원하고…
나연은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피곤한 세상이 싫다며 편안한 이곳에서 쉬면서 살겠다고 한다.
“다들 각자, 스스로, 남들이 보기엔 나쁜 여자일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은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아라”
라는 대사가 아마 이 작품을 쓴 작가가 남기고 싶은 말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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