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기우 '조선의 여자'

clint 2021. 12. 31. 12:26

 

 

이 작품은 2020년 대한민국연극제 작품상(은상)과 전북연극제 희곡상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조선의 여자는 다 아는 것 같으면서도 실상은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곁의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다. 소리를 좋아하는 열일곱 살 처녀 송동심. 그녀는 밝게 살고 싶지만, 그를 둘러싼 이들의 삶은 언제나 그를 옥죈다. 도박판을 전전하는 아버지 송막봉과 본처인 반월댁, 아들을 얻기 위해 들였지만, 자신을 낳고 식모처럼 사는 어머니 세내댁, 철없는 언니 순자, 횡령으로 직장을 잃은 형부 백건태, 일본에 충성을 다하는 남동생 종복... 이들은 한집안이라고 말하기에 너무나 불편한 가족이다. 아버지는 돈에 현혹돼 딸을 팔아넘기고, 반월댁은 아들 종복이 황군에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동심이 위안부로 가는 것을 허락하고, 형부 건태도 직장을 얻기 위해 처제를 넘긴다. 하지만 운명은 순자와 동심 자매 모두를 위안부로 끌려가게 한다.

 

 

 

 

최기우의 손끝에서 야무지게 기록되는 것들은 진부한 가난 서사가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발생하는 인간적 윤리와 역사적 성찰의 부재야말로 뼈아픈 인간적 실책이라는 것이 <조선의 여자>에 기록된 기억이다. (중략) 기억은 기억하는 사람과 함께 희미해지다가 종국에는 사라지고 만다. 이것이 기억을 기록해야만 하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기억을 기록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누락되는 진실을 얼마나 간절하게 지켜내느냐이다. 기록하는 사람의 양심과 기록하고자 하는 의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의 여자>는 작가 최기우가 기록한 우리 시대의 진심이고자 한다. 그 진심 속에 역사와 시대의 양심이 뜨겁게 살아 있다. - 전북일보 2021415일 자 <문신 시인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희곡 '조선의 여자>

 

 

 

작가의 글

태평양전쟁과 위안부, 창씨개명, 신사참배, 미군정 등 1940년대 해방을 전후로 긴박하게 살았을 우리의 거친 가족사와 그 속에서 여전히 고통을 안고 사는 우리의 자화상을 살피고 싶었다. 일제강점기 여성들의 삶을 떠올리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다가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e역사관> 홈페이지를 통해 피해자들의 증언을 읽기 전까지는 잘 몰랐다. 위안부 문제가 더 비극적인 이유는 가족이 가족을 파는 것을 넘어 평범한 한 가정의 딸이었던 여성이 국가의 폭력에 희생되었다는 것. 작품은 일개 가족의 이야기로 그려지지만, 속내는 국가의 폭력이며, 시대의 아픔이다. 짓뭉개진 오욕의 역사, 누르면 솟구치고, 썩히면 발효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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