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기우 '수상한 편의점'

clint 2021. 12. 31. 08:17

 

 

 

어느 봄날, 경찰서 앞 편의점. 이곳 주인인 경선과 호영 부부, 시간제 직원인 유정과 희찬, 단골손님인 성후는 우연히 가게에서 벌어진 바바리맨과의 촌극으로 귀싸대기 때리는 맛을 알게 되고, 편의점을 찾은 무례한 손님들과 법망을 피해 가면서 나쁜 짓을 벌이는 사람들을 찾아가 몰래 귀싸대기를 때리는 황당한 일을 벌이기 시작한다. 귀싸대기를 때려야 하는 사건들은 갈수록 늘어만 가고 이들은 더 큰 일탈을 꿈꾸지만, 현실은 쉽게 바뀔 수 없다는 듯 꿈쩍도 하지 않고 그들을 대한다.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도 마음이 보인다. 경선은 입버릇처럼 나 그런 여자 아니야.” 라고 말하는 도도한 허세녀이고, 호영은 직원들에게 친절한 호영 씨'로 불릴 만큼 성실하고 진실해 보이지만 자신을 무시한 사람들에게 한 방 먹이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사는 소심남이다. 40대인 유정은 산전수전 다 겪은 사연 많은 아줌마이며, 20대인 희찬은 대학등록금을 벌기 위해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휴학생이다. 고시생인 성후는 자신이 깨어 있는 진보적 지식인이라고 말하지만,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는 못한다. 즉흥적이고 완전하지 못한 모임이었기에 여러 모순에 시달리던 이들은 결국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도 맞고 다니는 어리바리한 형사로 알았던 어 형사가 이 사건을 캐기 시작하면서 이들에게 직접적인 위기도 찾아온다.

 

 

작가의 글

귀싸대기를 때리고 싶을 때가 있다. TV나 신문을 통해 들리는 세상사는 그 마음을 더 간절하게 한다. 서민이 불행한 나라, 갑질에 주눅이 든 세상, '정말 먹고살기 힘들다!' 하는 생각이 들 때, 가끔은 귀싸대기의 짜릿함을 느끼고 싶다. 그러나 소시민은 소심한 복수만 할 뿐이다. 작품을 새롭게 쓰겠다고 말했던 이유는 꼭 넣고 싶은 말이 있어서였다. 배는 침몰하고 물은 들어오는데,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어, 친절하게 안내했던 악마의 속삭임과 깊은 바닷속으로 사라진 우리 아이들을 잊지 말아 달라는 어머니들의 절규다. 아무도 반성하지 않는 덧없는 세월, 극 중 미혼모 서유정의 대사로 꺼내는 이 말은 작품의 전개에 잘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고집하고 싶었다. 어른들이 꼭 해야 하는 말. 아무도 하지 않는 말을 작품으로 전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작품을 쓰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최기우

수상한 편의점은 제31회 전북연극제에서 희곡상을 받았다. 2016년에는 전라북도 대표 희곡을 영화화하는 전주영상위원회의 '전북 문화콘텐츠 융복합 사업'에 선정돼 도희· 박효주 주연의 영화 아지트(감독 강경태)의 원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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