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오은희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clint 2016. 11. 20. 21:34

 

 

스물넷 한창 나이에 부모님을 여읜 동욱은 두 여동생과 막내 동현을 뒷바라지하며 가장 노릇을 하느라 마흔 살이 넘도록 결혼도 못한 채 혼자 살고 있다. 동생들의 뒷바라지만이 전부였던 동욱은 자신의 마흔 번째 생일에 시집간 두 여동생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난다는 기쁨에 요리를 만들며 즐거워하던 동욱의 마음은 금새 어두워진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어둠 속에서 십자수를 놓고 있는데, 현관문이 열리며 검은 그림자 하나가 들어온다. 동현은 당황해 옆에 있던 진공청소기를 집어 들고 그 낯선 그림자를 공격하려 한다. 이때 불이 켜지고 마주선 두 사람. 그러나 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바로 동욱의 막내 동생인 동현이었다. 그리고 동현은 반가움에 형을 와락 안는다. 7년 만의 그들의 재회는 이렇게 이뤄진다. 그동안의 살아온 이야기를 해오다 동현의 가출내력으로 인해 폭발직전의 상태까지 갔던 두 형제에게 별안간 웨딩닷컴에서 일하는 푼수끼 가득한 유미리라는 여자가 나타난다. 유미리는 우스꽝스런 옷차림으로 나타나 난데없이 결혼을 축하한다며 이상한 이벤트를 벌인다. 그러나 이내 집을 잘못 찾아온 것을 안 미리는 그 동안의 실수를 두 형제에게 하소연하게 되고, 또 회사로부터 해고한다는 전화도 받게 된다. 좌절한 미리의 안쓰런 모습을 그냥 볼 수 없었던 형제는 그녀를 위해 어설픈 위로공연을 하게 된다. 잠시 후 형이 주방에 간 사이 동현과 미리는 합심해 동욱의 생일파티를 준비한다. 그러던 중 동현은 우연히 말초신경마비 억제제인 약병을 발견하고 형을 추궁하게 된다. 그리고 형과의 갈등으로 7년 전 집을 나갔던 동현은 서서히 옛날의 자신에게 집착하는 형의 모습을 다시 발견하게 되고 화를 낸다. 이에 형 또한 그동안 참았던 분노를 터뜨리고...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오해를 풀고 감정을 추스린 두 형제는 서로의 마음을 받아들이게 되고 비 내리는 창가 앞에서 화해의 피아노 연주를 하게 된다. 연주를 통해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은 소망을 모아 케이크의 촛불을 끈다.

 

 

 

'살롱 뮤지컬'을 표방한 이 작품은 관객들과 한결 밀착된 교감을 나눈다. 마치 소극장의 라이브 콘서트에서 누리는 묘한 흥분과 열기가 연극과 결합된 느낌이다. 관객들은 바로 코 앞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열정적인 춤과 노래에 마음껏 열광하고 배우들이 관객들의 적극적인 반응을 즉각적으로 되받아 상승 무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분명 대형 뮤지컬과는 색다를 기분이다. 어느덧 뮤지컬 전문 극장가로 발돋움한 오은희의 가장 큰 미덕은 가벼움으로만 빠지기 쉬운 뮤지컬에 진지한 삶의 무게와 감동을 실어준다는 점이다. 이 작품에서도 이제 막 40대와 30대로 진입한 두 형제와 20대 초반의 한 아가씨가 절망의 나락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사랑하며 희망을 캐내는 과정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무게를 싣기 위해 너무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과 우연을 조작하는 점, 그리고 내용의 무게로 인해 노래와 춤이 안아야 할 부담을 보다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한 점은 앞으로 지양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