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반복되는 일상으로 지루하던 조선 왕실 중궁전에서 왕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중전은 약간의 일탈로 지루함을 달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두를 혼란 속에 빠트릴 왕세자실종사건이 발생한다. 극은 이제 밤의 정적을 깨고 비명과 북소리가 난무하며 어둠을 몰아내기 시작한다. 왕세자가 실종되었던 시간에 처소를 이탈하고 동궁 숙직 내관이니 구동이를 만났던 자숙이가 감찰 상궁인 최상궁으로 인해 용의자로 지목된다. 내관과 나인의 미스테리한 만남에 이유를 밝히려 취조를 하던 중, 뜻 밖에 자숙이 왕의 아이를 회임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자숙과 구동은 용의선상에서 제외된다. 사가에서부테 제리고 들어온 몸종 자숙의 회임은 왕에 대한 배신감과 자숙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지고 중전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자숙의 급격한 신분상승과 이를 시기, 질투하는 무리. 왕과 자숙에 대한 배신감에 사로잡힌 중전의 일탈, 급박한 상황에서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방책들. 그리고 이들 간에 숨겨진 감정선과 이를 감추려는 시도는 어느새 사건을 점점 본질과는 먼 곳으로 몰고 가버리는데...
<왕세자 실종사건>은 조용하던 궁궐에 왕세자가 실종된 몇 시간 동안 일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자가 사라지기 전 얼마 동안의 시간을 극중 인물들과 관객이 함께 반복·추리하는 형식으로 중첩되는 이미지들 속에 극은 진실 확인을 위해 현재와 과거 그리고 상상이 연결되며 자유롭게 시·공간을 넘나든다. 조선 왕실의 기대주인 왕세자, 떠오르는 정기를 받으라고 동궐(東闕)에 거처하던 왕세자의 실종은 궁을 혼란 속에 빠트린다. 왕세자의 실종을 계기로 밝혀지는 숨겨진 관계 속에서 인물들은 각자를 항변하기 바빠진다. 사건의 시작점에서 너무 멀어진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사는 동안 ‘과연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을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이 작품은 묻고 있다.
<왕세자 실종사건>이 익숙한 것은 이 작품이 2004년도의 화제작 <죽도록 달린다>의 한아름과 서재형의 작품이기 때문이다.<죽도록 달린다>는 극단 물리의 신인 연출가 서재형의 연출 데뷔작으로,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야말로 ‘죽도록’ 달리는 배우들과 달리는 말에 박차를 가해 더더욱 속도감을 높이는 듯한 타악 그룹 공명의 신나게 두드려대는 소리들이 인상적인 무대였다. 이번 예술의전당 ‘자유젊은연극 시리즈’의 초청작으로 올라가는<왕세자 실종사건>은 한아름, 서재형, 타악 그룹 공명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하여 올리는 두 번째 작품으로 이들 각각의 스타일이 그대로 잘 살아있다. 단순하면서 감각적인 무대와 역동적인 타악 소리도 여전하고, 권력를 둘러싼 암투가 진행되는 왕궁에서의 사랑 이야기라는 기본 틀도 거의 그대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익숙한 것이 자꾸 반복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약간의 염려와 함께 공연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면서 이러한 염려는<왕세자 실종사건>이 만들어내는 새로움에 밀려 말끔히 걷혀갔다. 일단 이 공연이 전작인<죽도록 달린다>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조용하다는 것이다. 서재형은 전작의 격렬하고 거친 호흡을 가라앉히고 일부러 느리게, 느리게 시간을 지연시키고 반복시키면서 기막히게도 정적인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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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한아름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졸업
프랑스 파리 제8대학 공연예술학과 연극전공 석사
(現)서울예술대학, 극동대학, 동아인재대학 출강
2006예정 릴레이 /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
2005 왕세자실종사건 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005 죽도록 달린다. 문예진흥원 극단 물리/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
2004 죽도록 달린다. 극단 물리/ 극장 아룽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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