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악단에서 연주자로 활동하는 콘트라베이스와 플롯은 어느 날 “무성연극”의 배경음악을 녹음하다가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다. 이들은 같은 직업, 비슷한 또래의 여성들이 갖는 동질감과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동거생활을 시작한다. 새로운 우정과 공동생활에서 오는 행복감을 기대하던 이들은 그러나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악기의 크기와 특성의 차이만큼 다른 서로의 성격을 확인하게 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과 소통의 어려움을 겪게 되고 서로가 하루빨리 헤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하게 된다. 예의상의 문제로 서로의 속마음을 감추고 있던 이들은 어느 날 서로의 숨겨둔 마음을 알게 되어 쓸쓸하게 헤어진다. 서로에게 상처를 준 것에 가슴 아파하던 이들은 연극공연장에서 우연히 만나 화해하고 새롭게 만날 것을 제안한다. 화해와 새로운 시작을 위해 특별한 음악을 준비하던 이들은 그러나 결국 서로의 가치관과 예술관의 차이로 또 한 차례 싸움을 시작하는데....
탱탱볼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 콘트라베이스, 창밖에 빗소리에도 잠을 못 이루는 앙증맞은 캐릭터 플룻
술고래 통쾌한 웃음소리 그러나 정 많은 희극 배우 로즈, 남자만 보면 얼굴 빨개지지만 우정을 위해선 두 손 불끈하는 희극 배우 마샤. 이들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펼쳐 내는 왁자지껄 동거기!. 이곳에 치마 입은 여자만 보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대는 비극 배우 두드낀 그리고 잘생긴 남자만 보면 자신의 남편이라고 우기는 임신한 소녀 등 무성 영화 속에서 막 튀어 나온 우스꽝스러운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흥미로운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귀여운 여성 캐릭터들이 모여앉아 수다 떠는 그들만의 내밀한 뒷담화리그를 훔쳐보고, 배우들의 조그만 표정 변화 하나 하나에 미소 짓고, 뽀드득 하얀 눈 첫 발자국 연애를 꿈꾸던 소녀시절의 설렘을 바라보며 손뼉 치며 웃다보면 어느새 아련해지는 동화 같은 순간으로 들어선다.
살다보면 하루하루 외로운 순간이 너무도 많아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꽃이 피고 긴 비가 내리고 낙엽이 지며 이윽고 눈송이가 하늘하늘 아! 그리운 옛사랑이여! 아! 나의 친구들이여! 어디서 우리가 나누웠던 사랑과 우정의 꿈을 펼쳐내고 있나요! 콘트라베이스와 플룻의 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관계 맺기에 얼마나 힘들어했으며 얼마나 간절히 타인과 소통하길 원했던가를 회상한다. 이 작품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웃음과 행복을 찾고자 하는 분들과의 소통의 창이자 관계 맺기의 출발점이기를 꿈꾼다.
이 작품은 “현대인의 소통의 어려움과 관계 맺기의 소중함”에 대해서 말하는 작품이다. 현대사회는 그 특유의 다양함과 복잡성으로 인해 공동체에 대한 미덕, 나눔의 가치를 상실하고 각자의 사생활과 개성만을 강조하는 경향이다. 하여 이 작품은 인간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결국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인 인간들이 서로간의 만남과 나눔의 경험을 소중하게 간직하기를 소망하며, 진정한 “사랑과 행복의 가치”가 무언인지 관객들과 나누고자 한다.
희극적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은 초기 체홉의 풍자적 콩트와 채플린의 코미디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세 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체홉의 인물들처럼 전형적이면서 채플린 영화 속 인물 같은 우스꽝스런 캐릭터들이 벌이는 한바탕 소동을 통해서 인간들의 어리석음과 간절한 소통의 욕구를 촌철살인적인 연극 언어 속에 담아낸다. 극중극 형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우디알렌(woody allen)식 말장난과 상황의 반복적인 전개, 슬랩스틱을 포함한 움직임의 전면적인 사용, 음악과 장면의 일치 혹은 불일치를 통한 흥미로운 장면 만들기 등을 통해 연극을 처음 보는 관객들도 쉽고 즐겁게 볼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인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민주 '빨래' (1) | 2016.05.29 |
---|---|
김의경 '반도와 영웅' (1) | 2016.05.29 |
박인혜 '들꽃향기' (0) | 2016.05.27 |
고영범 '방문' (1) | 2016.05.27 |
함세덕 '추석(각색)' '(원작)서글픈 재능' (1) | 2016.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