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살이에 고단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좁은 골목길. 어릴 적 한번쯤은 왁자지껄 골목길에 서울 살이 5년, 스물일곱의 서나영이 이사를 온다. 나영은 하늘과 닿은 옥상에서 빨래를 널다 우연히 옆집 옥탑방에 사는 몽골청년 솔롱고를 만난다. 어느 날 밤 늦게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나영은 자신을 도우려다 동네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고 몰매를 맞고 있는 솔롱고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고 둘은 서로 마음을 주고 받는다. 능글맞고 엿같은 제일 서점의 주인 빵에게 항의하다 해고 위기까지 처한 나영. 나영이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울음을 터트리자 희정엄마와 할머니는 기운을 내라며 슬픔을 이기는 방법을 전수해 준다. 그 방법은 바로 ‘빨래’ 그들은 함께 빨래를 하면서 그 슬픔을 서로 나눈다. 봄이 오고 솔롱고의 옥탑방으로 이사를 가는 나영은 솔롱고와 헌옷들을 빨면서 힘들고 고단한 일상도 빨래처럼 꾹 짜고 털털 털어버리는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다.
"집 앞에 널린 빨래만 봐도 그 집 세간살이쯤은 훤히 알 수 있는거여!" '불호(不好'보다 슬픈 것이 '무관심'이라고 했던가. 때론 살면서 무관심해지고 싶은 진실도 있기 마련이다. 사회의 어두운 단면에 관심을 갖는 것 보다 드라마 속 판타지나 경제적 희소식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훨씬 즐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뮤지컬 '빨래' 속 소시민들은 관객에게 심각함과 고민 대신 미소와 희망을 한아름 선사한다.
'빨래'는 대한민국 사회가 '불편한 진실'로 외면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불법체류, 장애인 소외, 청년실업 문제를 현실감 있게 다루면서도 이들의 삶을 아름답고 희망적으로 풀어냈다. 몽골출신 불법 이주 노동자 솔롱고와 강원도 강릉에서 취직의 꿈을 안고 상경한 나영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40년째 장애인 딸의 수발을 하고 있는 월셋방 주인할매, 동대문에서 일을 하며 홀로 억척스레 살아가는 희정엄마 등 이웃들의 삶이 그려진다. 극의 하이라이트 부분은 나영·주인할매·희정엄마의 빨래 장면이다. 무대 가득 흩날리는 비누방울과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라는 가사의 경쾌한 노래가 그들의 삶이 비관적이고 우울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시원하게 날려버린다.
75년 대구 출생. 영남대학 국어국문과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졸업
2004년 밀양여름 연극제 미술상 수상_ 명랑순정 뮤지컬 ‘쑥부쟁이’
2004년 국립극장 새 단장 ‘상생’ 프로그램 선정_골목골목 뮤지컬 ‘빨래’
2005년 제 11회 한국뮤지컬대상 작사, 극본상 수상_골목골목 뮤지컬 ‘빨래’
<주요 작품>-<쑥부쟁이>,<열혈녀자 빙허각>,<빨래>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희진 '혀' (1) | 2016.05.29 |
---|---|
강석호 '프로포즈' (1) | 2016.05.29 |
김의경 '반도와 영웅' (1) | 2016.05.29 |
하일호 '콘트라베이스와 플루트' (1) | 2016.05.28 |
박인혜 '들꽃향기' (0) | 2016.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