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희진 '혀'

clint 2016. 5. 29. 10:10

-2007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으로 희곡으로 각색된 대본임

 

 

 

 

 

 


선하고 필요한 곳에 적절히 쓰면 좋은 도구가 되고 자칫 잘못 놀리면 독이 될 수도 있는 말.
이 작품은 말에 대한 짤막한 우화 같은 단편이다.

 

이 작품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사람들의 혀가 입에서 빠져나온다면... 이라는 전제로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우화적 글쓰기는 세태를 반영하는 좋은 구조물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설정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당선소감

내 글의 모든 결정권이 내 손안에 있듯, 내 인생 또한 내 맘대로 써 내려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난 부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고, 전 세계를 맘껏 여행할 수 있었을 것이며, 한 나라의 권력자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언제나 불행은 나를 피해 가고, 슬픔도 이별도 실패도 없는 인생이 내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글 밖에서의 나는 한낱 피조물에 불과하다.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 컨트롤 돼야만 하는 인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굶어야 하고, 암흑의 구렁텅이에 빠져야 하고, 온갖 고통의 연속에 살아야 하는 게 나인 것이다. 비록 내 삶은 내 맘대로 써지진 않을 테지만, 내가 써온 글과 앞으로 써야 할 글들은 내 삶을 조금 웃게 해줬으면 한다. 그리고 나 아닌 다른 이들까지도. 이제 들어와도 된다고 누군가가 문을 열어 주려는 걸까. 마침 나는 손발이 꽁꽁 얼어가던 차였고, 그 문 너머의 세계가 몹시도 궁금하던 차였다. 지금 문턱에 서 있는 나는, 다만 내 발로 그 문을 박차고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휴지조각이 될 뻔한 내 글을 휴지통에서 건져 올려 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김희진

1976년 봄날, 광주에서 태어나 내성적이며 말 없는 아이로 자랐다. 그러나 친한 사람들과 섞이면 금세 수다쟁이가 된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함과 동시에 소설가의 길을 고민했으며, 2007[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가 당선되면서 그 고민에 한 발짝 다가갔다. 술과 담배를 할 줄 모르며, 촌스럽게 커피만 마셔도 심장이 두근댄다. 미칠 만큼 좋아하는 게 없다는 것과 무엇이든 금방 싫증 낸다는 게 흠이다. 다시 태어나도 예술가의 길을 가고 싶지만, 그게 소설은 아니길 바란다. 저작으로 장편소설 [고양이 호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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