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동아일보 장막희곡 당선작 (1969년 제5회 동아연극상 대상 수상)
작가의 글
기묘하고 비극적인 사랑에 관해서 쓰고 싶었다. 그리고 그 사랑에 집요하게 매달려 고뇌하다가 자신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 끝내 자기를 희생해 버린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나는 하고 싶었다. 오늘은 그것이 한낱 감상적인 說話(설화)일 수 밖에 없고 그리고 또 앞으로는 영원히 있을듯 싶지도 않은 그런 사랑과 죽음에 대해서 나는 지금 깊은 애도와 추모의 정을 누르지 못하고 있다.
이 극은 몰락한 어느 토호(土豪)의 가정에서 일어났던 기구한 사랑의 뒷이야기이다. 기현은 그의 형 도현이 결혼하고 나서 얼마 후엔가 묘연히 집을 나갔다 도현의 아내가 된 용진 모와 사이에 결혼 전부터 있었던 연애의 상처가 그 동기가 되었다는 사실은 기현이 떠나자 곧 밝혀졌다. 도현은 용진 모의 기현에 대한 사랑이 적은 것을 알아 채고 고민하다가 결국 용진 모로부터 떠난다. 그는 해천에서 최여사와 새로 맺어져 재명과 수연 남매를 낳고 容振母(용진모)와는 전혀 왕래없이 살아간다. 6. 25사변이 일어나고 모두들 피난을 떠난다. 도현은 최여사와 재명, 수연들을 데리고 떠나고 용진과 우 노인을 따라 떠나 버린다. 서울 교외에 자리한 텅 빈 禹氏家의 폐옥을 다만 容振母 혼자서 지킨다. 전쟁이 끝나 환도가 시작된다. 도현은 피난중 폭사했고 용진과 禹노인들은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런데 집을 지키고 있을 容振母는 어떤 이유로 자살해 버렸고 빈 집에는 십 몇년 전에 집을 나갔던 기현이 돌아와 있었다. 기현의 출현과 容振母의 죽음에 대한 의문은 禹노인과 어린 용진의 마음 속에 뿌리 깊이 밖혀졌다. 용진은 최여사와 그의 이복 아우 재명이 사는 서울 집으로 가서 얼마 동안 살다가 그 외숙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다. 십칠년의 긴 세월이 흐르고 미국에서 성장한 용진은 어느 항공회사의 정 조종사가 되어 돌아온다. 용진의 귀국으로 음산한 침묵의 그늘 속에 가려져 있던 우씨 집안엔 어떤 기대와 불안이 뒤얽혀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용진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기현의 입은 열리지 않는다. 그각 빠져있는 깊은 고독 속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고 전혀 자신을 변명하지도 않는다. 결국 在明(재명)의 집요한 노력이 道鉉(도현)의 친구인 重書(중서)의 도움을 얻는다. 容振(용진)은 기억에서 다시 되살아나는 슬픔과 기현에 대한 증오 때문에 애써서 화제를 피하려고 하지만 심상찮은 기현의 태도에 차츰 마음이 동요된다. 이럴 즈음 중서가 기현에 대한 어떤 커다란 비밀을 말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기현이 괴이한 절규만을 남겨 두고 늪에 자살하고 만다. 아무런 해명 한마디 없이 죽어간 기현에 관한 예기가 비로 분명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각자의 세계 안에서 긴 세월 동안 공전을 되풀이해오던 고독한 이 집안 사람들의 어떤 근원적인 오해는 기현의 참혹한 죽음의 뒤에도 어쩌면 계속될 것이다. 설사 기현이 스스로 극기하며 살아온 고행의 일생이 동정 받는다고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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