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연은 민주화의 물결이 밀려오면서 이전에는 접근조차 꺼렸던 정치사건에 대한 정면돌파가 연극계에도 이루어지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해방 이후 대중무대에 서는 최초의 본격 정치연극일지도 모를 이 작품의 성패여부는 물론 무대에 올려진 다음에야 판정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인식과 예술적 형상화의 탁월한 차원에서의 통일 이라는 어려운 과제가 이 작품에서 어느 정도 풀린다면 그 순간부터 우리 연극은 분명 새로운 단계에 돌입해 있을 것이다.
유신폭력의 절정기인 긴급조치시대의 소위 인민혁명당 사건을 소재로 만든 이 작품은 민주화라는 분홍빛 꿈에 젖어 유신이라는 집단적 정신이상의 폭력사태를 망각해가고 있는 우리자신에게 보내는 경고입니다. 이 연극 은 인간정신에 대한 폭행의 시대에 희생된 그들이 민주화의 시대까지 살아남은 우리들에게 던지는 마지막 항소이며 우리자신의 인간회복을 위한 우리들의 고백입니다.
원 작품명 에비는 부분 개작 되어 4월9일이란 작품으로 공연됨
해설
-이 작품은 1974년 소위 '인혁당사건'을 소재로 한 것으로, 인혁당사건을 유신이라는 집단적 정신이상의 폭력시대를 만들어낸 정권에 의해 조작된 사건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김지하의 옥중수기 '고행 1974년'의 한 대목에서 시작한 이 작품은 끝까지 당시 인혁당사건 관련 정부발표, 희생자 가족과 피해자들의 증언과 기록, 일부 공개된 공판기록, 당시의 신문기사, 그리고 당시의 정부간행 홍보물 등을 바탕으로 문장의 특별한 가감 없이 구성하여, 사실 자체의 기록에 충실하고자 하였다. 공연은 시종 차가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며 배우들의 의상이나 무대의 색채도 흑백의 무채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은 극단 '연우무대'에서 제작되어 1988년 12월 1일부터 1989년 2월 26일까지 석 달간 서울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 공연되었고 3회의 대학초청공연을 가졌으며, 제2회 민족극 한마당 참가작으로 1989년 4월 8일과 인혁당 희생자들의 14주기일인 4월 9일에 연우소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이 대본은 1989년 4월의 공연을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극단 연우무대가 공연한 이상우 작·연출의<4월 9일>(1988. 12)은 1964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혁당(人革黨)사건의 전말을 폭로한 작품이다. 당시 교수, 언론인, 대학생 등 21명이 공산주의자 내지 그 앞잡이 혹은 간첩 용의자로 체포되어 인혁당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공표되었다. 그 중 8명(서도원, 도예종, 하재완, 이수병, 김용원, 우흥선, 송상진, 여정남)이 대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선고 후 15시간이 지난 1975년 4월 9일 처형되기에 이르렀다. 이 작품은 이러한 일련의 사건 전개과정을 기록극으로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날의 정권이 군사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반공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반체제 지식인들을 고문과 처형으로 제압해 간 내용을 재현해 보여준다. 닫혔던 지난 시대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들추어 보인 이 작품에서 관중들은 가슴 서늘한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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