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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승 '노망과 광기'

아버지 (영조)가 친아들(사도세자)을 뒤주 속에 가두어 굶어 죽게 한 천하의 대 참변을 역사는 '임오화변'이라고 적었다. 이 참변은 1762년(영조 38) 5월22일 나경언이 형조에 고변서를 올리면서 시작되었지만, 당시의 복잡미묘한 왕실의 사정과 고질적인 정쟁의 여파로 사건은 복잡하게 얽혀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도세자의 친어머니인 영빈 이씨가 영조에게 자식의 대처분(죽여달라고)을 진언한 일, 장인인 홍봉환(영의정)까지 적극적으로 구명에 나서지 않았던 일 등 석연치 않은 대목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이나 혜경궁 홍씨(사도세자의 부인)가 쓴 한중록에는 그때의 사정이 아주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러함에도 사도세자의 처참했던 죽음을 소재로 한 연극이나 영화는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정사를 소재..

한국희곡 2015.11.07

크리스토퍼 말로우 '파우스투스 박사'

엘리자베스 시대 희곡, 말로우의 ''파우스투스 박사'는 15, 16세기 유럽, 특히 독일 지역에서 퍼져 있던 “파우스투스”라는 이름의 학자에 대한 전설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이후 독일 고전주의의 대표적인 작가인 괴테(Wolfgang von Goethe) 역시 이 소재로 그의 위대한 걸작 '파우스트'를 완성하게 되며, 괴테의 행복한 결말, 혹은 구원의 결말과는 달리 말로우는 기존 전설의 결말을 그대로 수용하여 비극으로 이 극을 끝맺고 있다. 이 극은 중세극과 같이 선악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인간지식의 한계를 벗어나 천상의 것을 탐하던 파우스투스가 결국 지옥에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교훈극의 플롯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때 이 작품이 전혀 다른 줄기를 ..

외국희곡 2015.11.07

뒤렌마트 개작 '뷔히너의 보이첵'

뷔히너는 다름슈타트에서 태어났고 24년이라는 짧은 인생을 살았으며, 당시 그의 정치적인 견해로 인해서 슈트라스부르크로 피해야 했을 정도로 불안정한 삶을 살았다. 작품 〈보이첵〉에서는 독문학 사상 처음으로 어떤 이상적인 인물이 주인공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가난하고 압박받는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그는 그 당시 시대로서는 상당히 앞서가는, 즉 1880년부터 1900년까지의 시대적 경향인 자연주의 시대 (1880-1900)에서 다루게 될 테마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며 자연주의 선구적인 작가이다. 뷔히너 〈보이첵〉의 줄거리를 보면, 보병 보이첵은 착하고 매우 '가난한' 군인 졸병이다. 그는 군대에서 그의 상사인 대위의 권력 밑에서 맡겨진 일들을 수행해야 하고 의사의 의학실험 대상으로 이..

외국희곡 2015.11.07

야마사키 데쓰 '입교대학 조교수 제자 살인사건'

1973년, 일본 전국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 중의 하나가 일명 '입교대학 조교수 제자 살인사건'이었다. 9월 초순, 시즈오카 현의 해변에서 일가족으로 보이는 사체 4구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4인의 유품과 유서가 발견되었는데, 유서로 인해 당시 입교대학 조교수로 있던 오바히로요시(당시 38세)와 그의 부인 및 어린 두 자녀가 동반 자살을 시도하였다는 것이 판명된다.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일가족을 자살로 몰고 간 또 다른 살인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기 시작한다. 오바 조교수는 여 제자와 불륜을 저질렀을 뿐 아니라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여 제자를 살해하였던 것이다. 오바 조교수는 사체를 하치오지 시의 어느 별장 근처에 암매장하였는데, 수색 과정에서 여제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하이힐이 ..

외국희곡 2015.11.07

시릴 투르너 '복수자의 비극'

시릴 투르너의 『복수자의 비극』은 복수극의 전통을 따르는 작품이다. 복수극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뒤를 이은 제임스 1세 시대의 자코비안 희곡이 흔히 취한 형식으로 대부분 이탈리아의 궁정을 그 배경으로 하면서 당시 유행하던 마키아벨리즘의 부정적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 즉 이 시대에 마키아벨리즘은 그 근본적 의미나 맥락과는 상관없이 무신론, 독살, 기만, 위선, 모함 등 모든 종류의 사악한 행위에 적용된 것이다. 그런 이유로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매우 암울하며 권위와 위엄을 지니고 있어야 할 지배세력은 타락해 있는 상태이고 인간은 그저 욕망과 욕정으로만 가득한 존재로 묘사된다는 점 등이 공통된다. 절대 권력이나 선과 같은 요소가 부재한 혼란스러운 세계만이 작품세계로 등장하는 것은 절대왕조의 통치 시기가 끝..

외국희곡 2015.11.07

크리스토퍼 말로우 '에드워드 2세'

셰익스피어가 수많은 영국 사극을 쓴 반면에, 말로의 유일한 사극으로 불릴 수 있는 〈에드워드 2세〉는 쿠리야마(Kuriyama)가 지적하듯이 사극으로 평가할 것인가, 한 개인의 비극으로 평가할 것인가 하는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에드워드 2세〉를 진정한 사극으로 인정하지 않는 시각은 클로드 서머스의 지적처럼 〈에드워드 2세〉가 튜더왕조의 정치적 신화를 구성하는 섭리적 역사관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즉, 에드워드는 신의 섭리에 따른 절대적 왕권의 권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불행한 개인의 모습만을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말로가와 달리 공식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 만, 말로의 〈에드워드 2세>는 〈리처드 2세〉보다도 더 큰 논쟁의 여지를 지니고 있다. 로저 세일즈(Koger Sa..

외국희곡 2015.11.07

크리스토퍼 말로우 '디도, 카르타고의 여왕'

, 〈파우스투스 박사〉, 〈에드워드 2세〉등 주요 작품들만큼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에 대한 많은 다양한 해석들이 있으며, 특히 주인공인 디도와 아이네이아스에 대한 말로의 묘사에 대해서도 상당히 다른 의견들이 존재한다. 극 중에서도 〈디도 카르타고의 여왕〉에 대한 중요한 비평은 크게 두 가지 대립된 관점으로 나뉜다. 첫 번째 관점은 희생제물이 된 여왕을 동정하고 아이네이아스를 냉정한 변절자로 비난하면서 극의 비극적 요소를 강조하는 낭만적 시각이다. 이러한 시각은 말로의 작품이 출전인 베르길리우스의

외국희곡 2015.11.07

마키노 노조미 '도쿄 원자핵 클럽'

마키노 노조미의 작품은 일본의 심각한 신극 스타일과 다르면서 상업 연극과도 확연히 다른 독특하고 차별화된 풍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학생연극으로 시작하여 이미 교토지방에서는 그 유명세를 떨친 후 도쿄에 진출한 일본 현대연극의 대표적 작가 중 한 명 인데,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에서도 일본 전통적인 극작 방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화려한 기법을 펼치는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97년 도쿄에 도쿄국제포럼이 건립될 때 마키노 노조미가 도쿄도의 의뢰로 쓰고 연출하여 D홀에서 초연(1월 11일〜27일)한 작품이다. 이듬해인 1998년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했고, 그후 1999년 도쿄 파르코 극장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연이어 오사카, 나고야, 히로시마 등의 지방공연을 올렸다...

외국희곡 2015.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