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신봉승 '노망과 광기'

clint 2015. 11. 7. 10:06

 

 

 

 

 

 

아버지 (영조)가 친아들(사도세자)을 뒤주 속에 가두어 굶어 죽게 한 천하의 대 참변을 역사는 '임오화변'이라고 적었다. 이 참변은 1762년(영조 38) 5월22일 나경언이 형조에 고변서를 올리면서 시작되었지만, 당시의 복잡미묘한 왕실의 사정과 고질적인 정쟁의 여파로 사건은 복잡하게 얽혀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도세자의 친어머니인 영빈 이씨가 영조에게 자식의 대처분(죽여달라고)을 진언한 일, 장인인 홍봉환(영의정)까지 적극적으로 구명에 나서지 않았던 일 등 석연치 않은 대목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이나 혜경궁 홍씨(사도세자의 부인)가 쓴 한중록에는 그때의 사정이 아주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러함에도 사도세자의 처참했던 죽음을 소재로 한 연극이나 영화는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정사를 소재로 하여 정면으로 도전한 경우는 거의 없고, 감정에 치우친 위험한 역사 해석을 실험극에 담아서 애매모호하게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작자는 정사의 기록을 바탕으로 '임오화변'의 전세를 살피면서 영조의 내면을 냉정하게 읽고자 하였다. 타이틀을 '노망과 광기'로 정한 것도 영조의 회한을 기록한 대목이 생생하게 살아 있어서다. 영조 임금은 비천한 신분(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났다는 사실, 그리고 선왕(경종)을 독살하였다는 풍설, 극도의 정쟁에 휘말리면서 극심한 콤플렉스에 시달려야 하였고, 그것이 여러 변덕으로 나타난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친아들을 뒤주 속에 가두어서 굶겨서 죽인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도 어렵다. 그러나 여드레 뒤 뒤주를 열고 아들의 시신을 어루만지면서 '통곡' 하는 영조의 회한을 조선왕조실록은 눈물겹도록 소상하게 적고 있다.
시실에 가장 접근해 있는 이 연극을 보면서 영조시대의 정사와 행간을 동시에 짚어볼 수 있다면 작자에게는 큰 보람이고도 남는다.

 

 

 

 

아들(사도세자)을 뒤주에 가두어 죽게 한 임금, 영조. 조선왕조 중 영•정조 시대를 우리 문화의 황금기라고 부르며 그 업적들이 무척이나 두드러진 시기이다. 하지만 정조의 할아버지인 영조는 아들을 죽인 '임오화변'으로 그 역사적 오점을 남긴 임금이 되었다. 하여 드라마나 영화, 연극의 소재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대다수의 작품은 정사를 비켜 등장인물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사를 제대로 그린 작품은 거의 드물다. '노망과 광기'는 이런 부분에 작가로서 역량을 가장 잘 보인 작품이라 하겠다.
원작도 만들지 못하면서 비틀기나 드라마라는 미명하에 원작의 명성을 저해하는 작품들이 많이 있다. 개인적으로 무척 부정적인시각이다. 원작에 충실할 수 있다면, 연출로서 이 작업이 너무나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언어의 힘이 절대적인 연극에 배우만의 힘으로 채우기 위해 불필요한 장치나 무대는 과감히 생략하였다. 몇 년 전에 받은 이 작품을 하겠다고 하니 이틀 밤을 새우시며 다시 희곡을 수정해 주신 초당 선생님께 뭐라 감사의 말을 올려야 할지 모르겠다. - 안진상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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