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극은 1948년 3월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 프라하 시에서 생긴 사건이다. 자칭 심령 해독자라고 자처하는 영국의 2류 급 무대인인 세바스찬 부처는 체코까지 가서 공연을 한다.
부인인 에씨는 눈을 가린 채 남편 루디가 관객에 대해 묻는 말에 척척 대꾸하는데 실은 부처 사이에는 암호가 있어 『미안하지만…』하고 루디가 말을 꺼내면, 그것은 『시계』, 『빨리!』 하면 『열쇠』식 의 약속이 되어 있는 것이다. 루디는 본래 체코에서 출생했다는 사실을 덧붙인다.
이들의 공연을 본 이 나라의 군부 거물 잔덱 장군은 애당초 이들의 공연을 믿지 않았지만 우연한 에씨 부인의 암호 실수로 벌어지는 상황에 마음이 움직여, 이들 부처를 자기 집에 초대한다. 초대의 이유란 잔덱 장군이 자기에게 반대하는 동료 간부들을 적발하는 데 도움을 달라는 데 있다. 간부들의 마음속을 파악해 달라는 것이다. 부처는 이 큰 위험에 찬 초대를 거절 못하고 울상으로 밤새 암호 공부를 하는데, 에씨는 그의 먼저 남편 알렉산더와 같이 써먹던 옛 암호와 현재의 남편 루디가 만든 암호를 혼용하여 더욱 당황한다.
부처가 잔덱 장군의 집에 밤 12시쯤 도착한다. 이 집은 공산당이 정권을 잡기 전엔 어떤 광산 왕의 것이었다. 많은 간부들은 식사중인데 이들 부처에겐 식사의 대접이 없다. 이들은 공연차 초대를 받았지 식사를 위해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부처는 기다리는 동안 잔덱 장군의 연락병으로 있는 자보르스키 상사와 친해져, 있는 재주를 다 부려 식사중인 간부들의 인상과 직위를 알아내서 새로 암호를 보충하기도 한다. 자보르스키 상사는 부엌에서 식사와 술도 날라다 준다. 부처가 일찍이 본 적이 없는 호화스러운 음식이다. 이윽고 간부 일행이 나와, 여러 대화를 통해 그들이 현 수상 마사릭을 불신임하고 있다는 말을 한다. 잔덱 장군의 요구대로 부처가 간부들을 상대로 심령 해독 기술을 발휘하여 막 가경에 들어갈 무렵, 공산당 간부가 황급히 들어와 마사릭 수상이 자살하였다는 소식을 알린다. 모두들 당황한다. 이 사실을 국민에게 어떻게 알릴 수 있는가 하는 데 난점이 있기 때문이다. 잔덱 장군은 세바스찬 부처에게 당장 돌아가라고 한다. 그러나 연락병 자보르스키 상사는 이를 반대한다. 알고 보니 상사는 잔덱 장군을 감시하기 위해 파견된 당의 고위 간부였다. 자보르스키 상사는 세바스찬부처를 이용하자는 것이었다. 즉 자살한 마사릭 수상과 부처는 제2차 대전 때 대 점령 지역 방송을 하면서 런던에서 같이 알게 되어 친히 지내 왔으며, 오늘 오후에도 부처와 수상은 조용히 식사를 같이 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수상이 죽기 전에 만난 사람이라고는 이 부처뿐이었다. 부처에게 수상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는 성명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한다. 즉 식사 때 수상은, 자기 입으로, 자기는 모름지기 체코 인민들을 배반하여 왔으며 이것이 양심에 걸려 속죄를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등의 거짓 성명서에 서명을 하라는 것이었다. 부처는 이를 거절한다. 그들은 잔덱 장군 집에 감금된다. 그러나 갖은 아이디어와 암호의 효과로 마침내 빼앗겼던 돈마저 회수하고 국외로 도망가는 데 성공하되, 정치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있는 잔덱 군을 역시 암호의 효과로 위협하여 길잡이로 앞세우고 그도 국외로 도망시킨다.

역자의 글 - 이 근삼
이 극이 처음 공연된 것은 1956년 1월 6일 앤타 극장에서였다. 브레테인느 원다스트 연출 로 막을 올린 이 극의 주인공 세바스찬 부처 역을 말은 배우는 미국이 낳은 명배우 부처인 린 편텐과 알프렛 란튼였다는 사실로 보아, 그 공연 성과가 짐작된다. 이 극의 내용과 저자에 대한 해설은 따로 마련해 놓았으니 여기서 새삼 이야기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 극이 갖고 있는 극적 짜임새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대 장치는 물론 동작 하나하나에 저자들은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고 자세하다. 이래야만 연출자가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는가 하고 의심할 정도이다. 그러나 이것에 못지않게 그 대사와 사건의 전개는 더욱 치밀하다. 왕왕 희극이나 소극은 플롯 구성자체에는 소홀한 수가 많은데 이극은 대담할 정도로 소극적인 시추에이션을 내놓으면서도 사실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계획이 여간 치밀한 것이 아니다. 관객석에까지 배우가 나와 관객과 말을 주고받는 장면도 마음에 들거니와, 특히 이 저자들이 공평한 눈으로 서구와 공산 측을 관찰하는 태도도 좋았다. 서구와 공산 측의 하나의 공통된 사건을 코믹한 터치로 전개시키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솜씨가 여간 능숙한 것이 아니다. 특히 2, 3막에 나오는 공산당 간부들의 모임과 그들의 대화는 폭소를 자아내면서도 그들의 내면생활의 불만 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 극에는 그 어느 극에 비해 풍자와 은유가 많아 번역에 난점도 있어 될 수 있는 대로 의역으로 그 진의를 살리고자 했지만, 어느 정도 독자에게 소통이 될는지 모르겠다. 제대로 뜻이 통하지 않는다면, 이는 역자의 잘못이요, 결코 저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 두고 싶다.

작가소개
이 극의 작자 하워드 린제이와 러슬 크루우스는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가 안 됐지만, 외국 작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퍽 흥미가 있는 존재들이다. 본래 하나의 극을 창작하기 위해 두 사람이 같이 모여 의논하고 손을 대는 경우가 외국에서는 흔히 있지만, 린제이와 크루우스처럼 합작의 역사는 물론 창작 자체에 있어서 성공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46년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는 『연방국(聯邦國)』을 비롯해서 음악극 『무엇이든 좋소』 (1934 년), 또한 미국 연극사상 가장 오랜 공연 기록을 가졌다는 『아버지와의 생활』, 이어 『어머니 의 생활』, 『저를 마담이라고 부르시오』, 『숨 가쁜 마음』, 『비소와 올드 레이스』 등 수많은 극을 합작 발표하였다. 앞에 말한 『연방국』과 이 책에 수록된 『위대한 세바스찬 부처』는 정치적 풍자로 철두철미하게 짜여 있다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는 그들의 극작술의 비범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린제이는 1889년, 그러니까 극작가 유진. 오닐보다 일 년 늦어서 뉴욕 주 워터포든에서 출생했다. 그가 열 살 때 애틀랜틱 시에서 일종의 발성학 선생노릇을 했다는 말은 분명하다. 하버드대학 1년 때, 그는 눈을 무대로 돌리기 시작했으며, 본래 교회목사가 된다던 그는 무대에 끌리기 시작한 나머지 미국 연극아카데미로 뛰어들어 1년간 연극 수업을 했다. 물론 하버드대학은 깨끗이 기권해 버렸다. 이어 1909년, 처음 배우 생활에 뛰어들어 약 4년간 지방 순회극단을 따라다니며 주로 『서커스의 포리』라는 극에 나왔다. 헐리웃에서 엑스트라 노릇도 했으며, 여러 잡극의 말단역도 맡아 보았다. 우연히 마가렛 앵그린의 『레퍼터리』 극단에 들어가 배우 겸 보조 무대감독직도 맡아 보았다. 마가렛 앵그린과의 5년간에 갈친 무대 경험을 그는 자기의 대학교육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제1 차 대전 때는 군에 들어가 하사까지 승진했다. 군에서 나와 그는 요행히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카프맨과 코너레이 합작인 희극 『달 씨이』에 나와 첫 무대를 밟았다. 이 때부터 그는 극작을 시작했다. 버트랜드 로빈슨과의 합작인 『토미야, 자네 숙부 다드리가 이곳에』 1929년), 『오, 약속해주어』(1930년)를 내놓았다. 다시 헐리웃에서 일을 한후, 그는 브로드웨이에서 프렛 아스테어 주연인 『즐거운 이혼』을 직접 연출하였다. 다시 로빈슨과의 합작으로 대학극 『그 여자는 나를 사랑하지 않도다』 (1933년)를 발표했다. 1935년에는 데이몬 란요온과 『간단한 살인 사건』을 합작해 냈다. 린제이가 크루우스씨를 만난 것은 1934년 빈톤 프리이디의 소개를 받은 때였다. 프리이디는 당시 음악극 『무엇이든 좋소』를 공연할 생각으로 이 극의 각본을 두 사람에게 부탁했다. 린제이는 독감에 걸린 직후라, 크루우스씨의 부드럽고 유머러스한 필력의 협조가 무엇보다도 요청되었었다.

Russel Crouse (left) and Howard Lindsay,
크루우스씨는 1893년 오하이오 주 힌드레이에서 출생했다. 아버지는 신문편집 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수학이 서둘러서 고생한 모양으로, 아나폴리슨 해군 사관학교의 입학도 수학 때문에 실패 했다. 대신 그는 저널리즘과 연극에 재주가 있었다. 그는 여러 신문사, 이를테면 신시나티 시의 커머설. 트리뷴, 캔자스 시의 스타지 등의 기자로 일을 했으며,
제 1 차 대전 때는 해군과 더불어 종군도 했고, 돌아와서는 뉴욕의 포스트지의 칼럼이스트까지 되었다. 책도 몇 권 냈으며, 이 동안 두 개의 음악극도 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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