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뒤렌마트 '고장'

clint 2015. 11. 11. 08:39

 

 

 

 

 

 

 

방송극본과 소설, 그리고 그후에 각색된 연극 버전이 각기 결말이 틀림을 유의해야 한다.
여기 소개되는 작품은 방송극본임. 작가 자신이 여러 버전을 만들었고 그후 여러번 전 세계를 통털어
많이 공연되는 작품이다.
원본 방송극 버전 (고장으로 번역됨)
뒤렌마트 자신이 자기 방송극 중에 가장 훌륭한 것으로 손꼽는 '고장'(Die Panne) (1956)은 사실상 그만한 가치를 가지는 작품이다. 산문형식으로도 쓰여 진 이 이야기는 방송극에서는 두 개의 세계, 즉 부도덕하고 방탕한 인간 트랍스의 세계와 흰 별장에 사는 그로테스크한 노인들의 세계가 날카롭게 대립되고 있다. 트랍스가 자기 경쟁자인 지갹스를 살해했다는
검사의 비난에 그는 "사업은 사업이다”라고 대답하며, 검사는 "살인은 살인이다"고 반박한다. 사형선고를 받은 트랍스가 고문기구와 단두대률 바라보고 두려워하면서도 다음날 아침에는 건강하게 무시무시한 꿈에서 깨여나며, 다시 사업을 쫓아 줄달음친다. 그러나 간통죄를 지은 그는 청취자들에게서는 사실상 처형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고, 그 괘씸한 인간에게 제기된 함정은 놀라운 비유상이 되었다. 이 작품은 후에 뒤렌마트 자신이 TV 각본으로도 개작했을 뿐아니라, 다른 번안자들도 여러 번 고쳐서 무대 위에 올려놓았다. 이 작품으로 뒤렌마트는 1956년 독일 전쟁 맹인 협회상을 받았다.

 

 

 

소설버전 (사고로 번역 소개됨)
그리고 '사고' 역시, 이 단어가 동음이의어란 것에 주의해 봐야 했다. 즉. 이 내용은 절대 철학서가 아니었다. 마치 작가는 처음부터 우리에게 편협 된 고정 관념에 빠졌던 것을 반성하라는 듯 이, '사고는 간단했다.'라고 시작하여 '단순한 엔진고장이었다'라고 쐐기를 박아 놓는다. '사고는 간단했다. 단순한 엔진 고장이었다.'라고 시작하는 이 책의 첫 문장대로, "정말 이런 우연적인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아니, 작가는 아무래도 이 우연적인 사고로 시작되는 첫 문장을 통하여 이 책이 얼마나 우연적인 요소로 가득 차 진행되는지에 대해 미리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주인공 트랍스는 아내와 아들 넷을 둔 단란한 가정의 아버지이며 스튜드베이커를 몰고 다니는 섬유회사의 상사로 현실에서는 능력 있고 행복감 에 절어있는 중후한 남자였다. 그런 그가 정말 우연한 자동차 엔진사고로 어느 작은 마을에 하룻밤 머물게 된다. 그러나 정말 우연히도 그 마을의 모든 하숙집은 만원 상태였고, 그는 어쩔 수 없이 어느 한적한 민박집에서 하루를 묵게 된다. 숙박비를 받지 않는다는 주인은 나이 지긋한 노인이었다. 노인은 혼자 사는 것이 쓸쓸해 가끔 이런 일을 한다고 말하면서 그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사실, 집에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나 꼬실까 하는 생각에 머무른 그에겐 노인의 제안이 탐탁지는 않지만 무 숙박비를 말하고, 혼자 사는 노인이 고맙고 불쌍하여 저녁 식사를 승낙한다.) 식사 시간이 되자 노인은 자신의 친구들도 불러 식사를 하고 간단한 게임도 하자고 한다. 그는 흔쾌히 승낙하고, 드디어 게임이라 말하는 '모의재판'이 진행된다. 트랍스는 피고를, 노인의 친구들이 각각 재판관, 검사, 변호사, 사형 집행자를 맡는다. 이 재판은 특정 사건이 아닌 피고인의 인생에서 재판을 하는 것으로 트랍스는 별 죄가 없는 그의 인생에 대해서 당당해 하며 자신의 얘기를 한창 하던 중 자신의 승진과 관련된 직장 상사의 심장마비와 그 상사 부인과의 불륜 관계에까지 이르게 되자 검사는 이것을 중점적인 사건으로 포착해 트랍스를 재판에서 불리한 형세로 몰아넣는다. 검사는 그 모든 것이 트랍스의 의도적인 행위로, 사무적이고 강직한 직장 상사에게 그 아내와의 불륜 관계를 몰래 알림으로써 고질병을 알고 있던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작 자신은 그 모든 일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와 그 상사의 대를 이어 일개 판매원에서 스튜드베이커를 몰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출세를 행했다고 말했다. 결국 트랍스는 모의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는다. 이제. 여기서 주의할 것은 트랍스의 행동 변화이다. 그는 맨 처음에는 자신의 죄에 대해 말하는 검사의 말에 분개해 했지만 점차 자신의 살인을 행복해 한다는 것이다. 전직 법조인이며 지식인이라 일컬어지는 그들 속에서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 능동적인 존재로 느껴지고 이때껏 맛보지 못했던 극도의 행복상태로 치닫게 된다. 결국 그는 그 행복감의 영원을 위해 떠오르는 태양 아래에서 자살하고 만다.

 

 

 

 

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는 후기에서,
“이 세상에 아직도 작가가 쓸 이야깃거리가 남아 있는 걸까?'
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아주 우연적이고, 스쳐지나갈 수 있는 사건을 소재로 잡아 글을 전개해나가는 과정은 경이롭고 흥미롭다. 뒤렌마트의 아주 짧은 사고. 이것은 단순한 엔진 고장으로 시작해. 내 머리에 사고 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방을 따로 하나 만들어 놓고 가 버린 듯하다.
독일의 문학 평론가 마르셀 라이히-라니키는 [사고(事故)]를 '1945년 이후 독일어권에서 발표된 책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다. 주지하다시피 마르셀 라이히-라니키는 현재 독일 평단에서 가장 권위 있는 평론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서평은 엄정하기로 정평이 나 있으며, 따라서 그가 좋게 평가한 작품은 곧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사고]는 스위스에서 국민작가로 추앙받고 있는 프리드리히 뒤렌마트가 1956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뒤렌마트는 막스 프리히와 함께 스위스가 낳은 거장으로, 스위스 문단에서 큰 별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흔히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들은 자국에서의 명성 못지않게 독일 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굉장히 중요한데, 이는 이들 나라가 독일어권인데다 독일의 독서시장 규모가 10배 이상 크기(이들 나라는 인구가 1,000만이 안됨)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나라의 작가가 독일에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작가의 위상이 정립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뒤렌마트는 한스 마이어의 지적대로 '전후 독일 문학권이 배출한 천재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스위스 작가이면서 현대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인 것이다. 뒤렌마트가 문학을 통해 일관되게 추구한 것은 인간이 혼돈과 기만, 권력의 영겁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발견해 나가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진실을 외면한 자를 늘 마지막 순간에 단죄하는데, 그 종말이 실로 우연하게 귀착되어 독자의 허를 찌른다. 이 점에서 [사고]도 예외는 아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도 마지막 한 페이지를 남겨놓고 '우연한 사고지만 그래도 가능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뒤렌마트는 이 작품을 희극으로 분류했다. 법적으로 단죄 받지는 않지만 우리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부도덕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 이 작품은 줄거리의 비극성에도 불구하고 현실 사회에 대한 희극적 풍자다. 저자는 치유를 약속하지는 않지만 현시대에 명확한 진단을 내려 독자로 하여금 반론의 여지없이 받아들이게 한다." 이 책을 번역한 유혜자 씨의 작품 해설이다.
뒤렌마트의 대표작인 [사고]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헝가리, 체코, 아프리카 등 세계 21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수백만 부가 팔려나갔으며, l972년 이탈리아에서 영화화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