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1년에 씌어진 '경멸스런 인간과의 야간 대화' (Nachtliches Gesprach mit einem verachteten Menschen)) 는 '분신'과도 흡사한 시추에이션을 보여주고 있다. 뮌헨에서 '야간방문(Nachtlicher Besuch)' 이란 제목으로 그 이듬해에 성공적으로 공연된 이 극본은 독재 정권 시대에 그다지도 필요했던 자유의 진리에 대한 대화가 이루어진다. 경멸스런 형리와 처음엔 영웅적인 것 같지만, 다음에는 공포에 휩싸이고 결국은 희생자로서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는 작가와의 사이에 이루어진 대화이다.
아이러니컬하게 사형집행인이 인생의 진리를 더 알고 있는 모순이 이 연극에서 진행된다!
나약한 지식인의 허상을, 이념을, 권력을 사형집행인은 조롱한다.
지성인보다 더 지성인 같은 부조화. 사형집행인에게 오히려 더 연민을 느끼게 하는 그의
대사에는 작가 특유의 재치가 엿보인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시민, 국민들 입장에서 가진자를 상징하는 작가보다 사형집행인으로 비록 전락해 있지만 그 삶을 살아가면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자들에 대한 연민을 느끼는 사형집행인의 처지와 의식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극은 새벽을 배경으로, 작가와 그를 죽이러 온 사형집행인의 대화가 주를 이룬다. 이 무거운 기본 배경은 별다른 효과 없이 배우 둘의 대사만으로 충분히 표현되는데, 그들은 단 한 번의 장소 변화도 없이 절묘하게 할 말을 모두 토해낸다. 그렇게 본다면 러닝타임이 짧은 것은 오히려 주제전달 측면에서 오히려 효과적이다. 하고 싶은 말만 하는, 하고자 하는 행동만을 간결하게 전달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이 소설의 원작자인 브레히트가 말한 ‘드러내기’ 효과를 확실히 나타내고 있다. 그들은 숨기지 않는다. 타인의 행위를 방해하지 않는다. 때문에 모든 행동들은 은폐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난다.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창문 밖을 향해 악을 지르는 작가의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행위들은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적나라하게 나타나는데, 행위 할 수 없는 것들은 대화를 통해 극의 장면 속에서 구현된다. 이 연극이 담고 있는 내용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다. 자유와 저항, 그리고 권력에 대한 적나라한 코멘트는 극 중 작가가 뿜어내는 담배 연기만큼이나 고통스럽지만, 이 부분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외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린제이,클루우스 공동작 '위대한 곡예사' (1) | 2015.11.11 |
|---|---|
| 뒤렌마트 '고장' (1) | 2015.11.11 |
| 뒤렌마트 '베가 호의 탐험' (1) | 2015.11.11 |
| 뒤렌마트 '스트라라니츠키와 영웅' (1) | 2015.11.11 |
| 데릭 월코트 '마지막 카니발' (1) | 2015.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