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일부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충칭에서 사는 천리쥐안은 6년 전 교통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리팅이란 딸을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하고 전전긍긍하며 보살피고 있다. 드림 단란주점 사장 칼빵은 그녀와 좋은 관계를 시작했으나, 어느 날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류 경관과 저우 경관은 이를 수사하기 시작하는데 칼빵이 다시 살아 돌아와 정작 죽은 자는 우다청이었고 자신이 우다청과 또 다른 사람 린수를 살해했다고 자백한다. 두 경관은 천리쥐안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천리쥐안이 천하이를 두 경관이 보는 자리에서 살해한다. 수사 결과 우다청, 린수, 천하이는 6년 전 리팅을 성폭행하고 교통사고를 당하게 한 장본인들이었음이 밝혀지고, 천리쥐안은 딸의 복수를 위해 이 세 사람을 죽인 죄로 감옥에 갇힌다. 결말 부분에 반전이 일어나면서 놀라움을 주는데, 반전에 관한 내용은 작품을 읽어보길 바란다.
<심연>은 2000년 도시 충칭(重慶)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충칭은 창강(長江) 삼협의 유람이 시작하고 우리나라 임시정부가 있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충칭은 산에 기대어 경사진 채로 도시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집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또 안개의 도시라 불릴 만큼 짙은 안개가 자욱하고 비도 자주 내려, 도시 전체가 신비롭고 음습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심연>의 시간적 배경이 되는 2000년은 도시 재개발도 이루어지기 전으로 습한 기후에 색이 바랜 오래된 건축물이 내뿜는 분위기는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해결해가는 미스터리극 <심연>의 분위기를 한층 더 살릴 수 있었다.
미스터리극 · 수사극은 2020년 전후로 중국 영화·드라마 등 대중매체 트렌드였다. <심연>은 이러한 대중매체의 트렌드를 그대로 무대 위로 옮겨와, 관객들로 하여금 경찰과 함께 범인을 찾아가는 재미는 물론, 결말 부분에 반전까지 배치하여 스토리의 재미를 극대화 시켰다. 상하이드라마아트센터가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으로서 흥행도 고려해야 했기에 대중 관객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소재를 무대에 올린 것이었다.
작품 전면에 드러나는 서사는 천리쥐안과 리팅 모녀의 이야기이다. 초반에 천리쥐안은 리팅을 과보호하고 옭아매는 것처럼 보였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리팅의 병으로 인해 정작 리팅이 천리쥐안을 옭아매고 있는 것이 드러난다. 천리쥐안은 딸을 사랑하기에 보호해야 한다는 한 가지 일념만으로 세 사람을 죽였다는 죄명을 대신 쓰고 감옥에 갇히지만, 정작 딸의 병은 천리안의 잘못으로 발병하고 악화되고 있었다. 리팅은 자신이 당한 성폭행을 교통사고와 몇 차례에 걸친 수술로 잊은 것 같지만 한샤오룽이란 인물을 만들어내 그 복수를 단행한 것을 보면 잊은 것이 아니었다. 정신적으로 불안하던 딸 리팅은 엄마의 부재로 인해 또 한 번 정신이 붕괴된다. 그리고 평소 자신에게 가장 위안이 되고 자신을 가장 위했던 한샤오룽이 정작 자신의 엄마를 해친 장본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다시 한번 정신이 붕괴되고 그를 살해한다. 모든 사건의 원인은 6년 전 천리쥐안이 리팅의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병원비 할 돈을 받고 사건을 묻은 탓이었다. 그러나 그 또한 비난할 수 없는 것이 리팅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 돈이 필요했기에 극이 진행되는 내내 두 모녀의 처지가 위태롭고 안타깝다. 작품에서는 크게 다루지 않은 또 다른 하나의 사랑이 바로 칼빵과 천리쥐안의 관계이다. 천리쥐안은 간호사로 있으면서 칼빵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다. 칼빵이 천리쥐안을 위해 두 사람을 살인했다 자백한 것이 과연 의리에 의한 것인가 사랑에 의한 것 인기는 분명치 않다. 다만 첫 장면에서 칼빵이 천리쥐안에게 부처상을 조각한 옥 펜던트를 선물한 것을 보면 사랑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천리쥐안도 옥 펜던트를 마다않는 걸 보면 칼빵에게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리팅이랑 함께 만나자고 제안했을 때 발끈한 것을 보면 리팅에 대한 마음을 칼빵과 공유할 생각이 없었다. 리팅은 천리쥐안에게 전부이고, 셋이 함께 하는 것을 조금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천리안과 칼빵의 관계는 시작부터 위태로웠다. 그럼에도 칼빵은 천리쥐안을 위해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흔쾌히 감옥에 가려고 순순히 체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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