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손성연 '헤어드라이어'

clint 2021. 3. 4. 14:08

 

 

기자인 탁훈은 아버지가 재직 중인 한덕기업의 직원 갑질 매뉴얼을 보도하고

이를 계기로 아버지와 절연한다.

몇 달 뒤, 아버지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와 죄책감에 기자생활 청산한다.

아버지의 단골 미용실로 찾아간 탁훈은 아버지가 직장상사 만조에게 모욕적인 갑질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용실 주인의 제안으로 미용사 보조로 일하게 된 탁훈은

손님 서윤과 사랑에 빠지고, 서윤이 만조의 딸이라는 사실 알게 되는데..

 

 

작가의 글 - 손성연

우리 아빠는 술을 마시면 말을 한다. 아빠가 웃으면서 말했다. “거래처가 시켜서 매일 아침 사이비 종교에 몇 달 동안 다닌 적이 있어. 시키는데 해야지, 어째.” 가슴이 찌릿했다.

지금도 누군가는 저 메모보다 심한 갑질을 당하고 있다. 4차선 도로 한가운데에서 폭우가 내리는 날, 비에 쫄딱 맞은 채 벌벌 떨고 있는 사람을 보고도 모르는 척하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갑질 관련 신문과 뉴스는 끊임없이 보도 되지만 해결되지 않는 상태가 마치 저 이미지와 비슷하다.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미용실이다. 머리를 감겨주고 말려주고 잘라주고 파마를 해주고 가볍고 상쾌한 기분을 준다. ‘들은 서로의 상처를 난폭하게 찢어버린다.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이런 들이 서로의 머리를 감겨주고 잘라주고 파마해주고 머리를 말려주는 방법을 익혔으면 좋겠다.

 

극작가.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졸업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창작집단 안티카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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