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은솔 '정말이야'

clint 2018. 6. 26. 06:55

 

 

 

무대는 배경으로 거실의 내부가 화폭에 그림으로 펼쳐져 있다. 소파, 싱크대 그릇장이 사실화로 그려지고, 무대 중앙에는 식탁이 가로 놓여있다. 연극은 도입에 식탁에 앉은 엄마와 딸, 그리고 할머니의 모습이 보이고, 마침 그 날이 아빠의 생일이라, 아빠를 기쁘게 해줄 방법을 3인이 의논을 한다. 그 방안으로 아빠의 생일이 지난달에 지난 것으로 하고, 아빠가 그런가보다 하고 믿게 되면, 바로 생일잔치를 벌려 아빠를 깜짝 놀라게 해주자는 계획을 세운다. 아빠가 귀가를 하고, 엄마와 딸이 생일을 모르는 체 아무 이야기를 않으니 아빠는 섭섭하다는 심정을 토로한다. 엄마가 당신생일은 지난달에 지나지 않았느냐며, 시치미를 떼고, 딸도 그 말에 동조를 하고 할머니까지 고개를 끄덕이니, 아빠는 가족들이 자신을 깜짝 놀라게 해서 기쁘게 만들 요량이 아니냐고 질문을 하고, 가족 3인이 그런 게 아니라고 부정을 하니, 아빠는 포기를 하고 외출을 한다. 아빠가 나가자 세 사람은 아빠 생일잔치를 마련한다. 그 때 아빠가 돌아오고, 가족들이 생일을 축하한다고 외치니, 아빠는 자신의 생일이 지난달에 지나갔다며 왜들 그러느냐고 정색을 한다. 가족들이 오늘이 생일이라고 이야기를 해도 아빠는 믿지를 않는다. 결국 가족들의 계획은 소득 없는 결과가 된다. 광우병, 청성 산 도롱뇽, 천안 함 관련, 많은 사람들의 거짓이, 우리 사회를 거짓의 도가니로 몰아가듯, 여러 사람의 거짓이 한사람의 정신을 황폐화시키는 사례를 보는 듯싶은 연극이다.

 

 

 

 

 

당선소감

그는 한 마리의 기린 같았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얇고 긴 다리를 주체하지 못한 채 휘청대는 그의 모습은 기린을 닮았다. 세상에 막 발을 디딘 새끼 기린. 넘어지지 않기 위해 엉거주춤한 자세로 버스 손잡이에 매달린 모양새가 우습다. 다리를 바들바들 떨며 가까스로 지탱하고 있는 그의 몸짓이 갓 태어난 기린처럼 서투르다. 이제 나는 기린 같은 그를 보며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나도 어설픈 걸음의 기린이 되었으니까. 그에게 버거웠던 버스가 나에게 버겁고도 벅찬 당선소식으로 둔갑하여 달러온다. 버스에 오르는 걸음마다 떨린다.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질 것 같다. 중심을 잃지 않도록 손잡이를 더 꽉 잡아야겠다. 걷는 방법부터 배워야 하는데, 우선 뛰는 일부터 시작하라는 것 같아 두렵다. 그래도 기다란 목을 내밀고 세상은 어떤지 보고 싶다. 안녕할 수만은 없는 현실을, 사탕 속에 감추어진 불편한 진실을 볼 수 있도록 목을 더 길게 내밀어야겠다. 안일해지지 않기 위해 기린처럼 서서 자는 방법을 익혀야 할 때이다. 단국대 김수복 선생님, 강상대 선생님, 최수웅 선생님, 게으른 저를 보시며 여러 번 인내하셨을 박덕규 선생님께 감사 인사 올리고 싶다. 손정희 선생님, 유익서 선생님, 문영희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발 디딜 수 있게 해주신 부모님께, 연극 세상에 첫걸음 내딛을 수 있도록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허리 굽혀 인사드린다.

 

 

 

 

심사평

올해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에 응모한 60여 편의 작품 중에서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총 8편이었다.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이태권 한강의 기적>, 임정훈 빈집>, 최보윤 가능한 이야기>, 이한올 공방전>, 류연웅 나와 셔틀콕>, 강남 눈 내리는 밤>, 최함이 까닭을 알랑가>, 이은솔 정말이야등이었다. 우리는 까닭을 알랑가정말이야에 주목하였다. 까닭을 알랑가는 신화적 인물과 판소리 가락을 빌어 자아와 세계의 고갈된 생명력의 문제를 비판하고 공연예술의 형식을 통해 고갈된 생명력을 다시 복원하고자 하는 열망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예술의 제의적 기능은 가장 오래된 것이면서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유효한 영역이다. 주제와 형식적 천착에 대한 고민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나, 무대화하였을 경우에 관객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음이 지적되었다.

정말이야는 다수라는 권력에 의해 소수의 진실이 왜곡되기 마련인 현대사회의 진실의 위기를 부조리한 분위기의 상황 극으로 풀어간 작품이다. 소위 현대 민주주의 사회가 다스리는 권력만으로도 개인의 기억 혹은 역사를 왜곡할 수 있는 맹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진실의 위기에 빠진 우리 시대를 성찰할 수 있는 시의적절하고, 세련된 철학적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가독성이 높은 일상어와 관객의 시선을 붙잡고 전진하는 극적 추진력, 부조리한 분위기를 증폭시키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 등의 적절한 인물 설정 등, 극적 형상화의 안정감이 인정되어, 우리는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밀기로 하였다. 당선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창작행위란 여전히 위기와 불안의 시대에 대응하는 문제적 개인의 실천적 방법임을 확인한다. 웅모된 작품들에서는 희독의 형식을 통해 진실에 대한 질문, 존재의 성찰, 신화적이거나 사회적 상상력을 통한 비판의식 등 우리 시대의 생명력과 가치 회복을 위한 예비 작가들의 모색이 펼쳐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런 모색들이야말로 당선 여부를 떠나,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가게 해 주는 힘이 될 것임을 믿는다. 웅모해준 예비 작가들에게도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 [홍창수(고려대 교수 극단 장 대표)/최은옥(극작가 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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